무너진 아현3구역의 상권

지난 2014년부터 시작된 재개발은 아현동을 새로운 지역으로 변화시켰다. 특히 재개발이 거의 완료된 아현3구역은 시가지가 정비되면서 예전과는 상반된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그러나 화려한 변화의 이면에서는 기존에 거주하던 주민과 상인들의 생계가 파괴되고 있다. 원주민들은 구청의 강제철거 진행으로 대부분 아현동을 떠났으며, 상인들은 재개발로 인해 장사를 그만둬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변화의 소용돌이에 놓인 아현3구역
 

서울도시계획포털에 따르면 2017년 9월 기준, 서울특별시 내에서 재개발사업이 이뤄지고 있는 장소는 총 245곳이다. 현재 마포구 일대의 재개발은 큰 규모와 빠른 속도 측면에서 두드러지고 있으며, 그중 아현동은 마포구 전체의 약 3%밖에 차지하지 않음에도 재개발로 인해 변화의 한복판에 서 있다. 아현동 일대 부동산 중개인 A씨는 “그간 아현동의 여러 지역에서 재개발 및 재건축이 진행돼왔다”며 “앞으로도 재개발 예정인 아현동 내 구역들이 상당하다”라고 말했다.
특히 아현3구역은 재개발 과정에서 주거 및 상권 등 각종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지난 2014년 3월 아현 고가차도가 철거되면서 아현3구역의 재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고가차도 아래 도로가 정비되고 근처 유흥주점들도 정리됐으며, 이어 같은 해 9월 3천885세대에 달하는 대단지 아파트 마포래미안푸르지오가 들어섰다. 그 과정에서 많은 원주민들이 철거를 반대했음에도 용역 직원들의 강제 철거에 의해 이주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노점과 전통시장 등 인근 상권의 경우 아직까지 철거 및 상권회복과 관련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아현역 옆에 위치한 노점은 구청과 철거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으며, 전통시장인 아현시장은 재개발 이후의 상권 침체에 관해 구청에 해결책을 요구하는 상태다.

 

▶▶ 구청의 강제 철거에 반대하는 노점의 모습.

변화 속 그림자
 

#철거 위기의 노점
노점의 경우 현재 구청으로부터 철거 계고장을 받은 상황이다. 구청에선 ▲노점이 도로를 차지해 뉴타운 진입 도로를 2차선에서 3차선으로 확장할 수 없다는 점 ▲미관상 보기 좋지 않다는 점을 들어 노점을 철거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28곳 가량이었던 노점이 지금은 단 8곳만 남아있으며. 남은 8곳 또한 계속해서 철거명령을 받고 있다.
그러나 남은 8곳의 노점 상인들은 노점의 크기를 반으로 줄여 도로확장이 가능하도록 하고, 자비로 노점을 정비해 미관상 문제가 없도록 할 테니 계속 장사를 하도록 허가해 달라며 철거에 반대하고 있다. 나아가 노점 측은 구청에서 ▲지속적으로 상인들이 도로차지비용을 내왔음에도 불구하고 마땅한 보상 없이 철거를 요구한 점 ▲철거 과정 중 용역업체를 고용해 폭력적으로 철거를 진행하는 점이 부당하다는 목소리도 내고 있다. 아현역 옆에서 노점을 운영해온 민주노점상전국연합 이종희 지부장은 “노점 상인들은 지난 45년 동안 도로차지비용으로 매년 몇 십만 원씩 꼬박꼬박 내왔다”며 “갑자기 구청에서 나가라고 하니 매우 당혹스럽다”라고 말했다. 이에 구청에서는 보상금 차원에서 푸드트럭을 제공하며 상암에서 장사할 것을 제안한 상태다. 그러나 이 지부장은 “대부분의 노점 상인들은 70살 이상의 노인들”이라며 “현실적으로 푸드트럭 운전을 위해 면허를 취득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이 지부장은 “사람들이 거의 없는 새벽 4시 무렵 용역업체 사람들이 무력을 사용해 노점을 강제로 철거하러 온다”고 전했다. 실제로 여러 대학의 학생들은 용역업체의 무력 철거로부터 노점과 상인들을 보호하고자 자발적으로 모여 노점을 지키고 있다. 노점을 지키는 대학생인 B씨는 “대부분의 노점 상인들이 70살 이상의 노인이므로 당연히 무력에 취약하다”며 “이 때문에 여러 대학교 학생들이 노점을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침체된 전통시장
아현동 재개발 이후 전통시장인 아현시장의 상권은 완전히 침체된 상태이다. 뉴타운 재개발과 동시에 아현시장은 신주민 유입으로 인한 상권 활성화를 기대하며 약 2년 동안 현대화 작업에 착수했다. 하지만 신주민들이 뉴타운과 함께 들어선 중형 마트*를 주로 이용하면서, 현재 아현시장은 손님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아현시장에서 25년 동안 장사를 하고 있는 상인 C씨는 “재개발 전만 해도 주민들이 시장을 많이 이용해 장사가 잘 됐다”며 “재개발 후에는 중형 마트에 밀려 사람들이 거의 오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에 아현시장 상인들은 상권을 살리기 위해 ▲근처 중형 마트에 대한 법적 규제 ▲아현시장을 위한 주차장 설치를 구청에 요구하고 있다. 중형 마트의 경우, 파격적인 가격 할인과 뉴타운과의 밀접성을 활용해 손님들을 모으고 있다. C씨는 “중형 마트는 거대 자본력을 바탕으로 물품을 대량 도매해 파격적인 가격 할인을 행사한다”며 “전통시장이 가격 경쟁을 위해 중형 마트 수준으로 물건 가격을 할인할 경우 수익이 전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C씨는 “현재 전통시장 주변 가까이에 중형 마트가 위치해 손님들을 다 빼앗기고 있다”며 “구청에서는 중형 마트와 전통시장 간의 적정거리를 규제하는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또한 현재 아현시장의 경우, 시장 이용 고객을 위한 주차장이 마련돼 있지 않다. 거대 자본을 앞세운 중형 마트와 경쟁하는 상황에서 주차장은 중요한 유인책이기 때문에 필요하다는 것이 상인들의 입장이다. C씨는 “손님들이 이용할 수 있는 주차장이 없으니 당연히 시장의 접근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뉴타운 주민 D씨는 “아현시장에 주차장이 없어 이용하기 불편한 것은 사실이다”며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시장을 덜 찾게 된다”고 전했다.

 

▶▶ 재개발 이후 침체된 아현시장(앞)과 새롭게 들어선 뉴타운(뒤)의 모습.

변화 속 구청의 입장
 

#노점 운영은 법 위반
한편 마포구청은 「도로법」에 따라 철거를 강경히 추진할 예정이다. 구청은 ▲아현역 노점이 「도로법」을 위반한 채 불법적으로 도로를 점거하고 있는 점 ▲노점 상인들이 납부해왔던 도로차지비용은 변상금이었다는 점 ▲인근 아현초등학교의 절대정화구역 내에 아현동 노점이 포함된다는 점을 들어 노점을 철거하겠다는 입장이다.
마포구청 교통건설국 건설관리과 관계자 E씨는 “현재 아현역 옆 노점은 「도로법」을 무시하고 무단으로 도로를 차지한 상태”라며 “이에 따라 구청은 노점을 정비할 권리가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도로법」 제61조 1항에 따르면 도로관리청의 허가 없이 공작물·물건·그 밖의 시설 등은 무단으로 도로를 점용해서는 안 된다.
이어 구청에서는 노점 상인들이 그간 내왔던 도로차지비용에 대해, 이는 도로 무단 점거에 따른 징벌적 목적의 변상금 부과였다고 말한다. 「도로법」 제117조 2항에 따르면 도로점용허가를 받지 않고 도로를 점용할 경우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E씨는 “아현역 노점의 경우 점용허가대상이 아니다”며 “노점에서 납부했다는 도로차지비용은 「도로법」 위반에 따른 변상금이었을 뿐이다”라고 전했다.
또한 E씨는 아현역 노점이 「학교보건법」 상 지정된 절대정화구역 내에 위치한다는 점에서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절대정화구역이란 학교 출입문으로부터 직선거리 50m 이내의 위생 문제나 교육상 유해하다고 판단되는 업종에 대해 제한 및 규제를 가할 수 있는 구역을 말한다. E씨는 “아현역 노점은 인근 아현초등학교와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위치하기 때문에 「학교보건법」의 제재 대상이 된다”며 “이와 관련해 그간 학부모들의 민원도 있어왔던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전통시장 마땅한 방안이 없다? 
마포구청은 가격 및 거리규제에 대해 구청이 책임질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향후 상권을 위해 주차장 설비는 추진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선 현재 중형마트에서 과도한 할인 판매를 진행하더라도 구청에서는 이를 규제할 방안이 없다. 마포구청 기획경제국 일자리 경제과 관계자 F씨는 “가격 규제는 시장 원리의 침해가 발생할 수 있어 규제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실제로 가격 하한을 규제하는 최저 가격제의 경우, 최저임금제 및 농산물 가격지지제 등 생산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차원에서만 도입되고 있다.  
또한 거리규제에 있어 홈플러스 같은 대기업 계열 마트의 경우 전통시장과의 반경 1km 이내에 입점 시 전통시장과의 협의를 거쳐야 하는 규정이 있지만, 중형마트는 마땅한 규제가 없다. F씨는 “유통산업발전법에서는 대기업 계열 마트와 전통시장 간에 거리는 규제하지만 중형마트에 대한 규정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F씨는 “현재 법적 차원에서도 마땅한 규제가 없기 때문에 구청에서 해결해 줄 문제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시장을 위한 주차 공간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 구청은 주차장을 설치할 계획이라 밝혔다. F씨는 “아현3구역 옆 구도심은 재개발에 착수할 예정”이라며 “그 과정에서 아현시장 이용고객을 위한 주차장도 들어설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구청은 설치 예정인 주차장이 시장뿐 아니라 다른 용도를 위해서도 사용될 것이라 밝혀, 실효성에 의문이 드는 상황이다.

화려해진 아현3구역의 뒷면에는 소외된 구성원들이 자리하고 있다. 지금도 재개발로 인해 노점과 아현시장은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신주민만을 위한 청사진을 그리기보다는 기존 구성원들을 함께 아우르는 재개발을 기대해본다.

 

 

*중형마트 : 대기업 계열의 마트는 아니지만, 보통의 동네 마트보다 규모가 큰 마트

 

 

글 이영준 기자
zero6@yonsei.ac.kr 

전하연 기자
seiyeonii@yonsei.ac.kr

사진 이수빈 기자
nunnunanna@yonsei.ac.kr

그림 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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