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준 보도부장 (사학/정외·16)

정말 시간이 빨리 감을 느낀다.
스무 살, 1학년 1학기에 멋모르고 들어왔던 새내기가 벌써 연세춘추에 입사한 지 햇수로 2년째요, 4학기째의 부장 직함을 달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과 동기들이 나를 ‘춘추’라고 부르는 별칭에도 익숙해졌으며 춘추 이후의 금, 토요일이 그려지지 않게 돼버렸다.
이제는 이렇게 빨리 지나온 만큼 나는 또 어떻게 지나갈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면서 자리 탓인지, 이곳 연세춘추의 미래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미래를 생각하자면 사학과답게 과거와 지금을 돌아보게 된다.

춘추의 배부를 도와주시는 선생님의 ‘1~20년 전만 해도 신문을 배부하러 정문에 가면 학생들한테 정말 인기 많았는데...’라는 회고가 나를 아리게 한다. ‘배달음식을 시켜먹을 때, 비가 오는 날 우리신문을 쓰며 헤드라인 한 번 슥 읽어주는게 고맙다’는 우리의 자조에 가슴 한쪽이 미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익숙해졌다.
연세춘추, 대학언론, 언론의 위기라는 말 역시 익숙해졌다.
우리는 존폐의 기로에 놓여있다. 변화한 시대에 따라 종이신문이라는 매체 자체가 존폐 위기에 있으며 많은 독자들은 이미 신문을 읽지 않는다. 기자만 남는 총체적 난국이 코앞이다. ‘학생사회의 위기, 대학언론의 위기’가 아니다. ‘그냥 망했다’라는 일 년 전 십계명의 제목은 이미 참이 된 지 오래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논점은 변화이다.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 이것은 답이 나오지 않는 고민의 연속이다. 따라서 이 글은 변화에 대한 고민의 토로이며 자성(自省)이다.
내가 입사하고 그간 춘추는 나름대로 많은 변화를 시도했다. ▲베를리너 판형 변화 ▲인터넷 홈페이지 개편 ▲보도 영상 제작 ▲속보 강화 ▲매거진 디자인 변화 등이 이뤄졌다. 미진한, 어쩌면 이미 이뤄져야 했을 변화이나 어찌 됐든 우리는 발을 뗐다. 하지만 시작은 반이라는 옛말은 더는 우리에게 적용되지 않는다.

직시한다. 우리는 계속해서, 더 많이 변화해야 한다.
그렇게 나아져야 한다.
이에 있어 필요한 변화상들을 생각해본다.
가장 기본이 되는 글에 있어 우리는 속보와 심층 기사를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다. 학내 사안임에도 속보조차 기성 언론에 선수를 빼앗기는 일들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현실적 이유로 한계를 마주하며 사안을 심층적으로 파고들지 못했던 것에 안타까움을 느끼는 것이 현실이다. 비판적 정신 하에 구체성을 견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의 실력, 안목 역시 깊어져야 한다.

또한, 작금의 상황에 있어 우리가 가장 급격히 변화하고 나아가야 할 부분은 ‘매체 다변화’가 될 것이다. 언론들은 디지털 분야로의 변화를 최고 과제로 하고 있고 이 역시 사진·영상부의 주도로 우리의 미래 활로가 돼야 한다. 

‘하지만 우리가 현재 발버둥 치며 변화하려 하는 것조차 사실 이미 기성 언론들이 간 길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라는 의문이 스며든다. 더구나 뒤처지면 사라지는 세상에서 따라가는 일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더욱 나의 머리를 아프게 한다. 이상적으로만 생각하자면, 우리는 변화의 최초가 돼야 한다. 제일 앞서 나가야 한다. 우리의 장점은 젊다는 것이며, 무엇보다 학우들과 청년층을 타겟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을 활용해야 한다. 우리의 타겟층을 확보해가며 독자들을 다시 붙잡아 와야 한다. 일부 기사들은 이에 맞춰 게재 여부가 판명 날 정도가 돼야 한다. 이에 있어 사진·영상부와 매거진의 어깨가 무겁다.

최대한 신중하게 생각한 후 확실하고 빠르게 움직이자는 생각은 변함없다. 때문에 정체성의 확립이 가장 먼저라고 생각한다. 학내 언론의 정체성은 견지한 채 미래로 나아가는 종합 미디어 그룹 연세춘추로의 정체성이 필요하다. 구본신참의 규정이 필요하다. 결정된 변화상에 있어서는 부서마다 유기적으로 협력하며 전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춘추를 자신으로 생각하고 하나가 돼 미래를 고민하는 것이 간절하다.

필수적인 것은, 변화와 함께 우리의 본질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언론의 정확성, 공정성, 신속성 또한 그를 바탕으로 한 독자와의 신뢰는 기본이 돼야 할 것이다. 날카로운 펜대로 학내외 사안을 보도하는 것. 곧 대학언론으로서 가져야 하는 사명은 변함없어야 한다. 우린 연세의 양심으로 기능하도록 최선 다해야 한다.

어리석게도, 변화는 항상 너무 어려운 질문이기에 나의 정확한 결론은 없다. 다만 구성원과 독자에게 우리의 미래에 대해 한 가지 약속할 수 있는 것은

80년 역사 앞에 부끄러운 일은 절대 하지 않기 위해, 역사를 바탕으로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는 각오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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