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욱 (경영·17)

필자는 대치동 주변에 있는 한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여기서 나는 수시 과정에서 일어나는 많은 문제를 목격했다. 여기서 그 일부를 씀으로써 수시의 이면을 알리고자 한다. 

고 1때의 일이다. 필자의 고등학교는 입학시험을 통해 반별로 1등에게만 수시에 도움이 되는 봉사 동아리에 가입할 권리를 주는 관례가 있었다. 필자는 반에서 1등으로 입학했기에 그 동아리에 들어갈 권리가 주어져야 했다. 놀랍게도 담임 선생님은 다른 학생에게 그 동아리에 들어가게 해줬다. 왜일까? 아마도 우연이겠지만 그 학생 집안이 꽤 좋았고 어머님이 학부모단 대표와 같은 직책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대외활동들을 기재하는 것을 금하고 있는 학생부 전형의 경우 학교에서의 활동들이 대입을 결정하는 척도가 된다. 그런데 교사와의 갈등이 있어 그런 중요한 활동들에 참가하지 못하거나 부모님의 권력에 의해서 그런 스펙들이 좌지우지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과연 수시 제도는 공정한 정책인 걸까?

필자는 고등학교에서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과만을 바라보고 열심히 스펙을 쌓고, 수시전형으로서 해당 대학교에 지원했다. 하지만 결과는 탈락이었고 결국 반수를 해야했다. 나와 주변 친구들의 성적을 비교해봤을 때, 패인은 자기소개서였다. 이후 난 단지 자소서 때문에 원하던 대학교에 못 갔다는 생각에 너무 억울했고, 자소서 컨설팅을 받아 보기로 결정했다. 당시 나는 컨설팅을 받으면서 정치외교학과는 재수생을 잘 안 받아주니 낮춰 써서 교육학과를 지원하는 것이 어떠냐는 조언을 받았다. 필자는 고등학교 때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었던 서울대학교 윤리교육학과에 지원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1차에 합격했다. 자소서 컨설팅을 받고 합격을 하니 창피하고 후회스러우면서도 화가 났다.

수시의 목적은 학생이 고등학교에서 자신의 진로를 개발하고 가고 싶은 학과에 맞춰 노력을 하게 만드는 데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입시에 성공하기 위해 학생들은 꿈에 맞는 학과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자신에게 유리한 학과를 찾아 그 학과에 자신의 꿈을 맞추고 있다. 결국 자신이 정작 가고 싶은 곳은 아무리 노력해도 못 가고 자신의 꿈과 열정과는 상관없이 자신의 활동들을 잘 포장한 사람이, 돈의 도움을 받은 사람이 유리한 것이 실상이다. 과연 수시는 목적을 달성하고 있는 정책일까? 

분량 제한, 그리고 개인적인 사정으로 아직 못 쓴 사례들도 있고 정시보다는 수시가 낫다는 사람들에게 반박할 사항들이 너무나 많다. 그렇지만 글을 마무리해야 하니 몇 마디만 덧붙이겠다. 지역균형인재, 특기자와 같은 수시 전형은 어느 정도 뽑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뽑는 기준도 명확하지 않고 다수의 불합리한 요소들이 존재하는, 특권층에게 유리한 수시, 그중에서도 특히 학생부 종합을 늘리고 있는 실태가 과연 옳은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부모님이 교수라서 혹은 돈이 많아서 각종 컨설팅과 학원들로 수시 준비에서 훨씬 앞서는 학생들, 부정 입학을 하는 학생들, 중간고사 기말고사 방학 기간이 다가올 때마다 학원의 ‘특강’들을 다니게 하며 교육비 부담을 지는 학부모들…모두 대치동에서 내가 목격한 현실이다. 정시를 줄이고 수시를 늘리는 정책…과연 옳은 정책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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