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IC 운영위원회 내 ‘외국인 학생 대표 의석’ 두고 학생총회 열려

▶▶ 지난 6일 열린 UIC 학생총회에서 사라 로우살로바(Sara Rousalova)(UD·17)씨가 발언하고 있다.

지난 2006년 설립된 언더우드국제대학(UIC)은 58개국에서 온 2천 명의 학생들로 구성돼 우리대학교 단과대 중 2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UIC 학생들은 4년 동안 영어로 진행되는 인문학 기반 교과과정을 통해 국제화된 교육을 받게 된다. 하지만 UIC 외국인 학생들이 단과대 내부에서 소외받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UIC가 충분히 국제화됐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도 UIC의 일원이다!
 

우리대학교 UIC에 입학한 외국인 학생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적지 않은 상태다. 먼저, UIC 외국인 학생들은 학교생활을 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다. 사라 로우살로바(Sara Rousalova)(UD·17)씨는 “경비실을 비롯한 학교 기관들이 외국인 학생들을 맞이할 준비가 돼 있지 않아 항상 다른 학생들과 동행해야만 했다”며 “대외적인 홍보와 다르게 외국인으로서 UIC에서 생활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전했다. UIC 외국인 학생들의 소외는 학생사회 활동에서 두드러졌다. 익명을 요청한 A씨는 “지난 2016년 연고전 당시 교류반과의 인원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외국인 학생들이 참여 대상에서 우선적으로 배제되기도 했다”며 “실제로 UIC 외국인 학생이 학생사회 활동에 참여하기는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이와 같이 UIC 외국인 학생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소통창구는 없는 상태다. 카릴 밀자 빈 아즈완(Khairil Mirza Bin Azwan)(Econ·16.5)씨는 “분명 국제대학인데도 외국인 학생들은 소외되고 있다”며 “우리도 UIC의 일원”이라고 강조했다.
 

기대와 함께 마련된 UDA, 유명무실한 현재
 

외국인 학생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한 목소리가 지속되자 11대 UIC 학생회는 ‘UIC 운영위원회 내 외국인 학생 대표 의석 설립’을 추진했다. ▲UIC 학생회장단 ▲UIC 동아리연합회장 ▲각 학과 대표 ▲각 계열 새내기 대표로 구성된 UIC 운영위원회에 외국인 학생 대표 의석을 설립하자는 것이었다. 긴 논의 끝에 해당 안건은 부결됐고, UIC 운영위원회는 언더우드 다양성협회(Underwood Diversity Association, UDA)를 설립해 1년 동안 그 경과를 지켜보는 데 합의했다. 당시 학생회장이었던 김영빈(IS·12)씨는 “한국 학생들과 외국인 학생들로 구성된 UDA는 외국인 학생들을 대표하고, 그들이 겪는 문제를 완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설립 당시의 기대와 달리 현재 UDA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UIC 학생회장 김민석(PSIR·13)씨는 “방학이 되면 외국인 학생들이 고국으로 돌아가 회의가 진행되지 못했다”며 “8월 말부터 의장직이 공석으로 변하면서 더욱 본래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빈 아즈완씨 또한 “UDA는 UIC 운영위원회에 조언기관으로 참여할 뿐 의결권을 갖고 있지 않다”며 “외국인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외국인 학생 대표 의석,
소통창구인가 과잉대표인가

 

UDA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점이 지적되면서, 학생들 사이에서는 다시 ‘UIC 운영위원회에 외국인 학생 대표 의석을 설립하자’는 의견이 대두됐다.  해당 안건은 당시 UDA 의장이었던 여건희(Econ·16휴학)씨의 발의에 따라 지난 7월 23일 3차 임시 UIC 운영위원회에서 논의됐으며, 이후 학생총회 안건으로 채택됐다. 이에 지난 6일 국제캠에서 열린 UIC 학생총회에서는 외국인 학생 대표 의석 설립 여부를 둘러싼 논의가 이뤄졌다. 

먼저 외국인 학생 대표 의석 설립에 긍정적인 학생들은 ▲외국인 학생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소통창구가 필요하다는 점 ▲UDA가 그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학생총회 안건 발의자였던 빈 아즈완씨는 “UIC 운영위원회가 모든 것을 해결하지는 못한다”며 외국인 학생 대표 의석 설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김영빈씨는 “현재 대표자 자리에 있는 학생들은 외국인 학생들의 관점을 모두 이해할 수 없다”며 “외국인 학생들을 대변하기 위한 여러 시도 중 하나였던 UDA가 실패한 이 시점에서 대안의 모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국인 학생 대표 의석이 과잉대표라는 의견도 있다. 변아리(STP·15)씨는 “외국인 학생들도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있다”며 “따로 대표를 뽑기보다 현재의 학생회가 외국인들의 어려움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희동(SDC·16)씨 또한 “UIC 학생회가 외국인 학생들까지 대표하고 있는 것”이라며 “외국인 학생 대표 의석을 신설하는 것은 과잉대표의 위험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변씨는 “기존의 UDA를 강화하는 방안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여러 의견이 오간 자유토론 이후 이어진 표결에서 해당 안건은 총 235표 중 찬성 114표, 반대 57표, 기권 64표로 ‘참석자의 과반수 찬성’을 만족하지 못해 부결됐다.

표결이 끝나고 UIC 외국인 학생들의 반응은 양분화 됐다. 일부 학생들은 해당 안건이 학생총회에서 논의된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의견을 보였다. 니콜 앤 히아(Nicole Anne Hia)(IS·16.5)씨는 “원하는 바가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더 나은 환경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기대를 할 수 있게 됐다”며 “이 문제에 관해 여느 때보다 활발히 대화하고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된 것으로 만족한다”고 전했다. 반면, 루시 미리아 베네바이즈(Lucie Myria Benevise)(IID·15)씨는 “우리는 단순히 대표만을 원하는 게 아니라 UIC 구성원이라는 소속감을 느끼기를 바란다”며 “현재는 외국인 학생들이 UIC에 소속돼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학생총회 이후 UIC 외국인 학생에 대한 문제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국제적인 대학으로 거듭나기까지 UIC의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글 안효근 기자
 bodofessor@yonsei.ac.kr
사진 김민재 기자
 nemomemo@yonsei.ac.kr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