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진 확충, 국제학술교류 활성화 등 재도약을 위한 다양한 방법 모색 중

우리대학교 상경대는 2017년 QS대학평가순위(아래 QS대학평가)에서 경쟁대학에 뒤처지는 평가를 받았다. 경제학 분야에서는 서울대, 고려대에 이어 국내 3위를, 통계학 분야에서는 서울대, 고려대, 성균관대에 이어 국내 4위를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정부 연구 지원 사업인 BK21플러스 사업단 선정에서도 탈락하면서 연구 역량이 약화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는 상경대가 창립된 이후 100년간 국내 최대 규모의 교수진을 확보하며 국내 1, 2위를 다투던 과거와는 동떨어진 모습이다. 과거의 명성이 무색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현재 우리대학교 상경대는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까. 
 

국내 최고를 지켜왔던 상경대,
그 자리를 내어준 이유는?

 

현재 우리대학교 상경대는 ▲연구 역량 약화 ▲교수진 확보의 어려움 ▲학부 교육 환경 악화 등의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상경대가 경쟁대학에 비해 저조한 평가를 받는 주된 원인으로 우리대학교 상경대학장 홍훈 교수(상경대·경제학설사)는 연구 역량 저하를 꼽았다. 홍훈 교수는 “현재 상경대의 가장 큰 문제점은 연구 역량이 저하된 것”이라며 “QS대학평가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연구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BK21플러스 사업의 탈락 원인 역시 연구 역량 약화와 관련이 있다. 우리대학교는 타 대학에 비해 학부생의 해외 대학원 진학률이 높은 편이다. 김태환 교수(상경대·계량경제학)는 “학부생의 해외 유학이 많은 것은 학생과 학교 모두에 좋은 일이나 자교 대학원 진학률이 낮아 교수가 뛰어난 박사과정생과 공동 연구를 진행할 수 없는 부수적인 문제도 생길 수 있다”고 전했다.

상경대의 연구 역량 저하는 신임교수 채용이 어렵다는 점이 그 원인으로 지적된다. 홍훈 교수는 “상경대에는 젊은 교수가 일시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며 “연구 활동이 활발한 젊은 교수를 많이 채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연구 역량을 침체시키는 원인”이라고 말했다. 신임 교수 채용이 어렵다는 것뿐만 아니라 전임교원의 규모 자체가 줄고 있다는 점 또한 문제로 지적받고 있다. 상경대 대학원 주임교수인 최윤정 교수(상경대·산업조직론)는 “우리대학교 상경대는 과거에 국내 최대 규모의 교수진을 가지고 있었다”며 “그러나 타 대학이 학교본부로부터 지원을 받으면서 교수진을 확보하는 동안 우리대학교 상경대는 교수진 규모를 늘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경제학부 성태윤 교수(상경대‧금융경제학) 역시 “전임교원의 은퇴는 계속됐지만 신임교수 충원은 잘 되고 있지 않아 교수진 규모가 줄고 있다”고 말했다. 

교수진 규모가 줄어들면서 상경대는 양질의 교육 환경을 마련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제학부와 응용통계학과는 우리대학교에서 전임교원 1인당 학생 수가 가장 높은 과에 속한다. 이 때문에 대형 강의의 수가 늘어나 일방적인 강의가 주로 이뤄지고 수업 내에서 학생과 교수의 교류는 적어지는 현상이 빚어졌다. 특히 경제학부나 응용통계학과는 이중전공, 부전공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많아 전공수업에 수요가 몰려 수업만족도가 떨어지는 문제점이 두드러진다. 응용통계학과 박태영 교수(상경대‧베이지안통계)는 “통계학 전공수업 수강을 희망하는 학생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었지만 교수진의 수는 과거에 비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며 “교수들도 중소형 강의를 통해 학생 개개인에 대한 관리를 하고 싶어 하지만, 많은 학생이 몰리는 상황에서 중소형 강의를 개설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들을 타개하고자 우리대학교 상경대는 연구 역량 강화와 양질의 교육 환경 제공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연구 역량 강화를 통해 재도약을 꿈꾸다
 

우리대학교 상경대가 세계적인 수준의 대학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연구 역량의 강화가 필수적이다. 연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상경대는 ▲우수한 교수진 확보 ▲국제적인 차원의 학술 교류 ▲공동연구 장려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상경대는 우수한 교수진을 꾸리고자 신임 교수 충원과 더불어 기존 교수의 연구를 장려하는 방책을 계획하고 있다. 상경대는 젊은 신임 교수의 임용을 통해 연구 활동에서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홍훈 교수는 “이를 위해서는 학교본부에서 연구 분위기 조성과 더불어 예산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기존 교수의 연구 활동을 촉진하기 위한 여러 장려책도 마련되고 있다. 최 교수는 “상경대는 학교본부의 기준보다 강도 높은 내규를 마련해 왔다”며 “연구 실적이 높거나 연구가 활발한 교수에게 승진·승봉 등의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방식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상경대는 다양한 국제 학술 교류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경제학부는 지난 2006년부터 2016년까지 SK텔레콤으로부터 기금을 받아 매년 세계적인 석학들을 초빙해 학술 교류를 하는 ‘SK 석좌교수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시행해 왔다. 홍훈 교수는 “역대 SK 석좌교수에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를 포함한 저명한 교수들이 섭외돼 왔다”며 “SK 석좌교수와의 교류와 공동 연구는 세계적 석학의 연구 방식을 배우는 기회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현재는 우리대학교 경제학부 조락교 동문(경제·55)의 기부금으로 마련된 ‘조락교 경제학상’을 통해 국제 학술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홍훈 교수는 “조락교 경제학상은 상금이 1억 원으로 국내 최고 규모이며 국내외의 유망한 교수들과 함께 협력 연구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또한, 조락교 경제학상 교수와 SK 석좌교수는 대학원이나 학부생을 위한 강의를 개설하게 돼 있어 학생들은 저명한 석학의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경제학부 조하현 교수(상경대·거시경제학)는 “해외 유학을 희망하는 학생들 역시 초빙된 교수로부터 다양한 자료와 추천서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우수한 연구를 위해 상경대는 2인 이상 연구진이 진행하는 공동 연구를 장려하고 있다. 최근 국내외 경제학 분야에서는 공동 연구를 통한 논문 집필이 증가하는 추세다. 일찍이 공동 연구가 활성화된 서울대 경제학과는 공동 연구를 통한 긍정적 효과를 강조했다. 서울대 홍석철 교수(사과대·서양경제사)는 “공동 연구는 서로 다른 전공의 교수와 학생들 간의 교류를 활성화함으로써 학문적 발전을 가져온다”며 “공동 연구를 장려하기 위해선 세미나 등을 통해 연구자들이 활발히 교류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우리대학교 역시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해 융합적 분야를 아우르는 성과를 얻고자 한다”고 말했다. 
 

▶▶ 인터뷰에 임하고 있는 상경대학장 홍훈 교수(상경대·경제학설사)

 

양질의 교육을 통해 변화를 꾀하다
 

우리대학교 상경대는 학부생들을 위한 좋은 교육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진로 트랙 마련 ▲강의 건물 리모델링 계획 등의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대학교 경제학부에는 ▲국가고시 트랙 ▲아카데믹(유학) 트랙 ▲로스쿨 및 언론 트랙 ▲공기업 트랙이 개설돼 학생들의 진로 설계를 돕고 있다. 각 트랙 담당 교수는 트랙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상담을 비롯해 실질적인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특히 국가고시 트랙은 많은 경제학과 학생들이 행정고시에 응시하는 만큼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어 경제학부에서만 매년 10명 내외의 재경직 합격자를 배출하고 있다. 이는 우리대학교의 다른 단과대 사이에서도 높은 합격률이며 타 대학과의 비교에서도 밀리지 않는 수치다. 최 교수는 “트랙을 통해 업계의 최신 정보가 제공돼 각 트랙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누적된 정보를 바탕으로 일찍부터 취업 활동을 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상경대는 낙후된 대우관 본관을 개선하기 위해 리모델링을 추진할 계획이다. 대우관 본관이 리모델링된다면 다양한 크기의 강의실이 신설돼 강의의 방식도 역동적으로 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현재 상경대에서는 교수와 동문의 기부를 통해 리모델링 자금을 일부 확보한 상태다. 최 교수는 “최근 각광받고 있는 실험경제학과 행동경제학에서는 공동 연구가 이뤄지기 때문에 이를 위한 공간이 필요하다”며 “리모델링이 된다면 공동 연구 시설이 들어올 수 있을 뿐 아니라 학생들이 서로 소통하는 공간도 만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상경대는 노력 중,
그러나 아직 갈 길은 멀어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상경대.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지나치게 학교에 의존적이라는 점 ▲마련한 프로그램에 대한 반응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는 점 ▲승진·승봉과 관련한 내규가 오히려 악영향을 끼친다는 점이 그 이유다.

우선, 상경대는 앞서 언급한 ▲연구 역량 약화 ▲교수진 확보의 어려움 ▲학부 교육 환경 악화 등의 문제에 있어서 학교의 지원이 부족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홍훈 교수는 “단과대의 발전을 위해 단과대, 교수, 학교본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다르다”며 “단과대의 발전을 위해서는 학교본부의 지원도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연구 역량 강화와 관련해 홍훈 교수는 “학교에서 지원하는 연구비 자체의 액수가 작다”며 “경제학과 통계학이 학문으로서 점점 중요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많은 지원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교의 지원에 앞서 단과대 차원의 해결책을 마련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홍석철 교수는 “서울대와 연세대의 차이점은 BK21플러스 사업에 있다”며 이를 통한 연구비 확보의 중요성을 드러냈다. 이어 홍석철 교수는 “BK21플러스 사업 수주액으로 장학금도 지급하기 때문에 대학원생 확보에도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신임교수 채용에 있어서도 최 교수는 “충원 가능한 신임교수의 수는 학교본부에서 배분되기 때문에 상경대가 단독으로 신임교수의 수를 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교본부의 예산 배정과는 별개로 신임교수 채용과정이 폐쇄적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익명을 요청한 A 교수는 “우리대학교 경제학부는 폐쇄적이고 배타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며 “연구 역량이 뛰어난 후보가 본교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선발되지 못한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대학교 상경대학의 본교 출신 교수 비율은 경제학부 75%, 응용통계학과 60%로 타 대학과 비교했을 때 높은 수치다. 이는 고려대의 본교 출신 교수 비율인 경제학과 40%, 통계학과 50%와 크게 차이를 보인다. 이에 최 교수는 “우리대학교의 교원 선발 기준은 투명하고 명확하다”며 “논문실적 점수에 따라 동일한 기준 점수를 적용하는 내규가 있다”고 반박했다. 박 교수는 또한 “응용통계학과는 폐쇄적이지 않다”며 “최근 15년간 임용된 7명의 교수 중 6명이 타 대학 출신”이라고 밝혔다. 

상경대가 마련하는 프로그램들이 구성원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지 못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먼저, 상경대가 자부하는 국제 학술 교류 프로그램과 관련해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 조 교수는 “조락교 경제학상의 수상자가 학부 강의는 하지 않을뿐더러 실제 우리나라에 체류하는 기간도 짧다”며 그 효용을 지적했다. 익명을 요청한 대학원생 B씨도 “조락교 경제학상 수상자가 여는 강의는 실질적으로 한 달 정도만 진행된다”며 “수박겉핥기 식으로 진행되는 느낌이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상경대가 마련한 진로 트랙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도 있다. A 교수는 “대학은 고시나 대기업 입사를 위해 존재하는 곳이 아니다”라며 “훌륭한 인재들이 고시에 몰리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교수의 승진·승봉과 관련한 상경대의 기준 높은 내규가 오히려 연구 역량 강화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비판이 있다. 김 교수는 “젊은 교수에게는 주어진 기간에 논문업적점수를 달성해 승진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다”며 “때문에 위험성이 높은 최상위급 학술지에 소수의 논문을 게재하는 대신 안정적인 중·하위급 학술지에 다수의 논문을 게재하는 경향이 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어 김 교수는 “영향력이 떨어지는 학술지에 게재하는 수백 편의 논문보다 최상위 학술지에 게재하는 한 편의 논문이 연구 역량 강화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학문의 발전에는 모름지기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홍훈 교수는 “상경대가 발전하기 위해선 간학문적인 시각을 갖고 기다릴 필요가 있다”며 “빠르게 변하는 학계의 추세에 맞춰 우리대학교 상경대 역시 연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상경대는 교내외로부터의 재정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상경대가 겪고 있는 위기, 그 위기를 기회로 삼는 변화가 필요할 것이다.


<심층기획팀>

글 신동훈 기자 

bodohuni@yonsei.ac.kr
김유림 기자 
bodo_nyang@yonsei.ac.kr
안효근 기자
bodofessor@yonsei.ac.kr
사진 하은진 기자 
so_havely@yonsei.ac.kr
전예현, 이지은, 모재성, 장호진, 박진아

그림 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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