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여론칼럼
[발언대] ‘블라인드 채용’ 의무화 가려진 만큼 모두에게 평등할까?
  • 장두원(인예국문/교육·13)
  • 승인 2017.09.02 20:55
  • 호수 1796
  • 댓글 0
장두원
(인예국문/교육·13)

블라인드(blind) 채용은 채용과정(입사지원서, 자기소개서, 면접 등)에서 편견이 개입돼 불합리한 차별을 야기할 수 있는 ▲출신 지역 ▲가족관계 ▲학력 ▲신체조건 등 항목을 지우고 실력(직무능력)을 평가해 인재를 채용하는 방식을 뜻한다. 블라인드 채용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블라인드 채용이 학벌 중심사회를 능력 중심사회로 이행시킬 획기적인 방안”이라며 반기는 입장이다. 반대하는 입장을 살펴보면 “채용에 있어서 학력과 스펙(Spec), 학교 성적만큼 객관적인 평가 기준은 없다”고 말한다.

블라인드 채용은 기업에는 큰 부담이 되는 제도다. 학벌·학력, 기본적인 스펙을 보지 않고 어떤 방식으로 유능한 사람을 뽑을지 심도 있는 고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평가 기준을 합리적이고,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마련하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직무수행능력 ▲인성 ▲태도 등을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채용 기준을 대체할 수 있는 합리적 근거를 먼저 마련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 불필요한 갈등을 야기하는 원인 중 하나인 학력·학벌주의를 극복하고 편견 없이 인재를 뽑아야 한다는 블라인드 채용의 취지에는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하지만 블라인드 채용은 출신 학교나 학점 등 지원자가 지내온 학창시절 활동과 내용, 구직자가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한 과정을 반영하지 않는다.  이런 평가 자료를 모두 가린다면 정말 단편적인 기준으로 인재가 선발 될 수 있다. 아직 체계가 완벽하게 갖춰지지 못한 블라인드 채용 선발로 직무 적합성이 떨어지는 지원자를 선발하게 될 가능성도 높고, 향후 조직의 성과를 높이지 못하는 부적응자를 낳을 우려도 매우 크다. 

아무리 근본 취지가 바람직한 정책이더라도 현실적 시스템과 국민적 공감대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를 무리하게 추진한다면 심각한 사회적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 최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지난달 31일 내놓은 보고서 ‘공공기관 채용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소고’를 통해 “블라인드 채용이 비수도권과 지역 인재 채용 가능성을 높여줄 것이라는 단순한 기대만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며 입장을 밝혔다. 조세연구원은 “공공기관들이 블라인드 채용을 제대로 시행할 역량을 가지고 있는지 먼저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순환보직으로 인사업무를 담당하는 공공기관의 채용으로는 블라인드 채용의 본질적인 취지를 살리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아직 도입단계이기 때문에 신중한 절차를 거쳐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혼란과 부작용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가려진 만큼 모두에게 평등한 정책인지는 아직은 물음표이다.

장두원(인예국문/교육·13)  chunchu@yonsei.ac.kr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