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열비*’로 소득의 10% 이상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일반적으로 에너지 빈곤층으로 규정한다. 이들은 지난 7월부터 8월까지 이어진 폭염에도 전기료가 부족해 열악한 생활환경에 노출됐다. 그러나 정부 부처에서는 에너지 빈곤층에 대한 정보조차 체계적으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어, 에너지 빈곤층을 위한 에너지 복지 사업이 온전히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이다.

 

무더운 에너지 빈곤층의 여름

 

에너지시민연대의 「2017년 여름 에너지 빈곤층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응답한 에너지 빈곤층 300가구 중 200가구 이상은 에어컨이 없으며 약 15가구 이상은 냉장고 및 선풍기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판자촌 지역 강남구 수정마을에 거주하는 에너지 빈곤층 A씨는 “냉장고는 없고 선풍기 한 대만으로 더운 여름을 근근이 버텼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2017년 에너지 빈곤층의 평균연령은 76세로 노인세대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에너지시민연대 관계자 B씨는 “에너지 빈곤층의 평균연령은 매년 올라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 정부 부처, 지방자치단체(아래 지자체) 등에서는 에너지 빈곤층을 대상으로 다양한 에너지 복지 사업을 시행하는 중이다. 산업통상부는 ‘에너지 바우처** 지급’, ‘저소득층 에너지 효율개선 사업’을, 보건복지부는 ‘여름철 경로당 냉방비 지원’을 실시하고 있으며, 이외 다양한 부처에서 복지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나아가 지자체 차원에서도 쿨루프*** 설치와 선풍기와 같은 냉방물품 지급 등을 시행하고 있다. 서울시 기획환경본부 관계자 이수운씨는 “현재 서울시는 에너지 빈곤층 실태조사를 기반으로 에너지 빈곤층 집의 창호를 교체해주는 등 다양한 에너지 복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특히 여름철에는 에너지 빈곤층이 이용할 수 있는 무더위 쉼터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허점 많은 에너지 복지 사업

 

그러나 현재 정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에너지 복지 사업은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다. 특히 ▲에너지 빈곤층에 대한 명확한 정의도 없이 에너지 복지 사업이 여러 부처에 산재하고 있다는 점 ▲전기료를 지원하는 형식의 에너지 바우처로 대표되는 ‘공급형 에너지 복지 사업’이 주를 이룬다는 점 ▲에너지 복지 사업에 대한 홍보가 부족한 점은 개선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는 정부 복지 차원에서 에너지 빈곤층이라는 기준이 명확히 없고, 복지 시행 주체들까지 산재돼 있는 탓에 복지가 비효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 국내에서 사용되는 소득의 10% 이상을 광열비로 사용한다는 의미의 에너지 빈곤층이라는 단어는 사회적으로만 쓰일 뿐, 정부 부처 및 지자체에서 이 기준을 사용해 에너지 복지 사업의 수혜 대상을 정하고 있지는 않다. 에너지 빈곤층 중 다수가 소득이 적은만큼 에너지도 아껴 사용하면서 소득의 10% 이상을 광열비로 사용하지 않는 등의 문제가 발생해 명확한 기준 설정이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현재 정부 부처 및 지자체에서는 에너지 빈곤층이라는 명확한 기준 없이 기초생활수급자 위주로 복지 지원 대상을 선정하고 있다. 그렇지만 실제 에너지 빈곤층에는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닌 사람들도 상당 수 포함돼 있어, 각종 정부 부처 및 지자체에서는 개별적으로 에너지 빈곤층 발굴까지 진행 중이다. 그러나 산업통상부, 보건복지부, 지자체 등 시행 주체가 산재돼 있어 복지 지원 대상선정은 물론, 복지 사업의 내용까지도 불필요하게 겹치고 있다. B씨는 “현재 부처 간 복지 수혜 대상 선정에 대한 협의가 부족한 상태에서 개별적으로 복지를 시행하고 있는 탓에 지원을 못 받는 사람들은 계속 못 받는 반면, 중복수혜자도 다수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정부 부처의 에너지 복지 사업은 공급형 사업에 집중돼 있다. 그러나 이는 미봉책일 뿐 에너지 빈곤 퇴치를 위한 근본적인 방법이 아니라는 지적도 받고 있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김남영 상임연구원은 “공급형 사업은 단기적인 현물성 지원으로 그 효과가 일시적이기 때문에 에너지 빈곤을 근본적으로 퇴치할 수 없다”고 전했다. 또한 대표적인 에너지 복지 사업으로 부상 중인 에너지 바우처는 겨울철에만 지원되기 때문에 여름철에는 효과가 없는 것도 문제점으로 제기된다. 김 상임연구원은 “에너지 바우처가 겨울철만 대상으로 하고 있어 여름철에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에너지 복지 사업이 에너지 빈곤층에게 제대로 홍보되고 있지 않아, 에너지 빈곤층이 복지 사업의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는 의견도 있다. B씨는 “복지제도 자체가 대부분 시행 주체 중심의 신청주의로 이뤄져있다”며 “이러다보니 에너지 빈곤층은 에너지 복지 사업이 있는 줄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더 나은 에너지 복지 사업을 위해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에너지복지법 제정을 통한 에너지 복지 사업 통합 관리 ▲근본적인 에너지 빈곤 퇴치를 위한 ‘효율형 사업’ 확대 ▲에너지 복지 사업 홍보 확대가 필요하다.
현재 에너지 복지 사업이 다양한 부처에서 개별적으로 진행되는 만큼, 에너지복지법과 같은 에너지 복지 사업을 통합 관리하는 법안이 있어야 하는 상황이다. 김 상임연구원은 “에너지복지법을 제정하면 에너지 복지 지원 대상을 정확히 정하고 복지의 내용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며 “그러나 아직까지도 에너지복지법은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고 말했다.
더 효과적인 에너지 복지를 위해서는 공급형 사업뿐 아니라, 에너지 효율을 개선해 지속적 효과를 거둘 수 있는 ‘효율형 사업’도 확대될 필요도 있다. 일시적으로 효과를 보고 마는 공급형 사업과 달리, 효율형 사업은 에너지 효율을 개선함으로써 지속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외부 열 차단 효과가 높은 창문으로 교체하는 것이 대표적인 효율형 사업이다. 현재 국토교통부에서 주택개량사업을 실시하고 있으나, 이 사업의 경우 비용과 시간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수혜 범위가 좁다. ‘효율형 사업’은 고비용인 만큼 장기적인 사업계획 속에서 진행돼야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에너지 복지 사업이 많은 부처에서 산발적으로 진행돼 장기적인 사업계획을 세우기 어렵다는 점도 효율형 사업 확대를 막고 있다.
한편, 정부 부처와 지자체 차원에서 홍보 확대를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특히 에너지 빈곤층 발굴이 어려운 만큼, 정부 부처에서 홍보를 강화해 에너지 빈곤층이 보다 적극적으로 복지 사업을 신청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B씨는 “많은 부처에서 다양한 사업을 시행하고 있지만 에너지 빈곤층 실태 조사 결과 무더위 쉼터 이용률도 저조할 뿐만 아니라 복지 사업에 대한 정보 전달도 부족한 상황이어서 아쉽다”며 “복지의 효과를 위해선 복지에 대한 홍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통 받고 있는 에너지 빈곤층들을 위한 정책을 보다 효과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공급자 위주의 일방적인 정책보다 수요자의 필요를 고려한 적절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광열비 : 전기·수도·가스를 사용하는데 드는 비용.
**에너지 바우처 제도 : 저소득층의 겨울철 난방비를 위해 에너지를 구입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일종의 쿠폰을 지급하는 제도.
***쿨루프 : 지붕을 특수 흰색 페인트로 칠해 열을 반사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

 

 

글 이영준 기자 
zero6@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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