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속 여성 신학자’ 정미현 교수를 만나다

▶▶ 우리대학교 정미현 교수(연합신학대학원•조직신학)

 

오랜 시간 신학은 남성의 영역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한계를 뛰어넘고, 제3세계를 위해 소리 내는 세계적인 여성 신학자로 당당히 자리 잡은 사람이 있다.
아시아 여성 최초로 바르트 상*과 마가 뷔리상**을 수상한 정미현 교수(연합신학대학원·조직신학)를 만났다.
 

Q. 지난 4월, ‘세계개혁교회성례공동체연맹’(아래 WCRC)에 의해 세계 10대 개혁 신학자로 선정됐다. 세계적인 종교 개혁자들과 함께 선정된 소감 부탁드린다.


A. ‘WCRC’는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장로교라고 알려진 것의 연합체다. 올해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해 ‘WCRC’가 장로교 전통 안에서 신학의 내용과 종교개혁의 정신을 세계에 알리는데 기여한 사람들을 세계 10대 개혁 신학자로 선정했다. 장 칼뱅, 칼 바르트 등 저명한 종교 개혁자들과 함께 선정됐는데, 앞으로 더 열심히 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신학을 알리는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자 한다. 


Q. 제3세계를 대변하는 신학자로도 유명하다. ‘제3세계 신학자 협의회’의 활동에 대한 설명 부탁드린다.


A. ‘제3세계 신학자 협의회’ 부회장으로 일하며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등 지구의 남반구를 방문하며 신학을 전파하는 역할을 했고, 그들과 교류하며 그들의 어려움에 깊이 공감했다.


Q. 유럽, 제3세계 등 전 세계 곳곳을 오가는 신학자로 활동하며 경험한 것들 중 기억에 남는 것들이 있는가?


A. 지구 남반구 분쟁지역을 방문한 경험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들이 갖고 있는 어려움들을 효과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그들에게 공감하고 도우려 많이 노력했다. 오랫동안 분쟁지역이었던 남수단에서는 오랜 난민 캠프 생활로 농사를 짓는 방법마저 잊어버린 피난민들과 함께했다. 어려운 생활임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신학을 공부해 자신들의 삶을 유지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봤다. 이러한 현장을 직접 보고 경험한 것들이 유럽에서 공부하면서 배운 것 이상으로 큰 도전이고 배움이었다.


Q. 우리 대학교 최초의 여성 교목이다. 여성으로서 신학을 공부하고 신학자로 활동함에 있어서 특별히 겪은 어려움이 있는가?


A. 오래 전부터 신학은 철저히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다. 때문에 유럽에서 신학을 공부하는 아시아인 여성으로 느꼈던 어려움이 많았다. 목회자가 되기 위해 안수를 받을 때도 학위를 받은 여성이 높은 목사로 활동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기 때문에 매우 힘들었다. 그러나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한 이후 독일 대통령 앞에서 강연하는 등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여러 기회를 얻었는데, 고생 끝에 얻은 것이었기 때문에 더욱 뜻깊다. 


Q. 최근까지도 여성 혐오, 성차별, 왜곡된 젠더 의식 등으로 고통 받고 있는 여성들이 많이 존재한다. 이러한 사회에서 여성 신학이 어떠한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지, 신학이 어떻게 작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A. 여성 신학자의 길을 걸으며 여성으로서의 어려움을 많이 겪었고, 이에 대해 깊이 공감한다. 우리 사회에서의 젠더 의식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여성 신학에서 여성은 단순히 여성의 지위 향상을 이야기하고 있지 않다. 남성과의 힘의 균형 문제, 사용 문제 등 보다 근본적인 문제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함을 이야기한다. 덧붙여, 여성 신학은 변호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유럽의 교육기관 책임자로 재임하며 코스타리카 대규모 농장 지역 노동자들과 함께한 적이 있다. 농약, 살충제 등으로 인해 신체적으로 고통 받는 노동자들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관련 재판이 회부될 수 있도록 도왔다. 특히, 차별로 인해 남성에 비해 관련 상해를 인정받기 어려웠던 여성들의 입장을 대변했었다. 이처럼 신학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면서도, 그들을 대상화하지 않고 대변할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신념이 있다.
 

Q. 신학자로서만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신학 교육자의 길을 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A. 한국에서도 여성 목회자가 보다 활성화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면 좋겠다는 바람이었다. 여성들의 사회 진출에 대한 의식을 강화하고, 젠더 감수성을 신학으로 확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에 기여하고 싶어 교육자의 길을 택했다.


Q. 마지막으로, 신학자이자, 신학과 교수로서 연세인들에게 전하는 한마디 부탁드린다.


A. 구별은 하지만 차별은 하지 않는 사회를 꿈꾼다. 학생 사회 안에서도 여전히 차별이 만연한 것 같아 안타깝다. 학생들 스스로 자신이 차별을 행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봤으면 한다.
또한 우리대학교는 글로벌 리더가 될 수 있는 우수한 여건들을 갖추고 있다. 학생들이 학교 내의 옆 사람과의 경쟁에 연연하지 말고, 지구 반대편의 사람들을 생각하며 살아가는 시각의 전환에 대한 필요성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바르트 상: 20세기 최고 신학자로 평가받는 카를 바르트(1886~1968)를 기념해 ‘독일 개신교 총회’가 1986년 제정한 상
 **마가 뷔리상: 세계교회협의회(WCC) 총회장을 지낸 독일 태생의 스위스 여성 신학자 마가 뷔리(Marga Bührig·1915~2002)를 기념해 1999년 제정된 상으로, 여성 신학 부문 최고 권위 상이다.


글 이지은 기자
i_bodo_u@yonsei.ac.kr
사진 김민재 기자
nemomemo@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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