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을 관통하는 연세로는 명실공히 서대문구 문화예술과 음악의 중심지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일상이 된 공연·축제 소음으로 인한 지역민의 불편이 있다.

▶▶지난 7월 29일부터 30일까지 연세로 일대에서 ‘신촌물총축제 2017’ 행사가 진행된 모습

일상의 불청객, 공연·축제 소음

 

연세로에서는 차 없는 거리 정책이 시행되는 주말뿐 아니라 차량이 지나다니는 주중에도 도로변의 광장을 중심으로 다양한 행사가 활발하게 벌어진다. 일반적인 소규모 버스킹의 경우에는 일주일 내내 일정이 잡히고, 규모가 있는 외부 행사나 축제도 적어도 1~2주마다 열린다는 것이 서대문구청 지역활성화과 양종은 주무관의 설명이다. 이로 인해 연세로 부근에 거주하는 이들은 상시적인 공연 소음에 노출되고 있다.
실질적인 소음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기 위해, 기자는 윤동주 추모 콘서트가 열린 지난 2일 연세로를 찾았다. 환경부가 고시한 「소음진동환경오염공정시험기준」에 따라 공연 소음을 측정한 결과, 평균 72, 최대 83dB의 소음이 감지됐다. 이는 생활소음 규제기준표와 비교했을 때 최대 23dB 높은 수치였다.
창천동에 거주하고 있는 우리대학교 대학원생 A씨는 “공부에 전혀 집중할 수 없어 항상 멀리 떨어진 도서관까지 가서 공부해야 한다”며, “지난 7월 30일 열린 물총축제 때는 지나치게 큰 소음에 집에서 키우던 반려견까지 놀라 짖어댈 정도였다”고 말했다. 역시 창천동에 거주하고 있는 김상우(독문·09)씨는 “주말마다 축제 소음 때문에 항상 잠에서 깨곤 한다”며 “명물거리 뒤편에서 살고 있는데도 행사로 인한 소음이 그대로 전달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공연 소음 문제로 불편을 겪는 것은 이들뿐만이 아니었다. 신촌의 한 어학원 관계자 B씨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큰 공연뿐 아니라 개인, 동아리 단위로 하는 거리공연 소음도 문제”라며 “학생들과 강사들 모두 불만이 상당하다”고 전했다. 인근 고시텔 관계자 C씨는 “영업도 영업이지만 (고시텔에)사는 사람들의 피해가 크다”며 “돈이 없는 학생들이 많이 살다 보니 시끄러워도 주거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음을 소음이라 부르지 못하고

 

그렇다면 현행법상 이러한 야외 공연 소음 문제를 특정해 규제할 만한 도구는 없는 것일까? 위 질문에 대한 현재로서의 답은 ‘사실상 없다’이다. 통상적으로 모든 종류의 소음은 「소음·진동관리법」에 제시된 기준에 따라 규제・관리된다. 그러나 현행 「소음·진동관리법」에는 이동소음*이나 일반 사업장 내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규제하는 조항은 있지만 야외에서 축제, 공연 등으로 발생하는 소음을 별도로 규제 대상으로 삼고 있지는 않다. 환경부 생활환경과 신용태 주무관은 “축제나 버스킹 등은 현재 「소음·진동관리법」의 관리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별도의 명문화된 관리기준이 없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아래 지자체) 입장에서도 공연 소음 문제에 대해 모호한 해법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 양 주무관은 “축제나 문화 행사를 기획하는 단계에서 지역사회에 양해를 구하려고 한다”며 “행사 주최 측에 사전에 전달하는 별도의 소음 허용치 기준이나 가이드라인은 없다”고 밝혔다.
공연이 시작된 후에도 소음 피해자가 취할 수 있는 조치는 거의 없다. 그나마 가장 보편적인 선택지는 지자체에 민원을 제기하는 것인데, 이마저도 후속 조치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다. A씨는 “민원을 넣은 후에도 사실상 변화가 없었다”면서 “이사를 가는 수밖에는 방법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대문구청 관계자는 “민원이 들어오면 공연 진행 측과 협의를 통해 일시적으로라도 소음을 경감하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고, 실제로 후속 조치에 만족하는 시민들도 있다”면서 “사실상 모두를 100% 만족시키려면 어떤 행사도 진행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신촌, 누군가에겐 삶의 터전


 
물론 공연과 문화행사로 소음이 발생하는 것이 연세로 일대에 국한된 문제만은 아니다. 그러나 신촌 주민들은 연세로 일대가 단순한 도심 번화가이기 이전에 대학가이며 주거지역이라는 사실을 들어 더욱 관리가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B씨는 “행사나 공연과 강의시간대가 겹치면 소음 때문에 정상적인 강의가 이뤄질 수 없어 학생들의 불만이 크다”고 말했다. 또 C씨는 “대학이 지척이라 고시 공부하는 학생들이나 지방에 올라온 학생들이 많이 살지 않냐”며 “다른 일반적인 도심 지역이나 행사가 많이 열리는 공원 등지와는 사정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환경정책기본법」에 따라 수립된 환경기준**에 따르면 주거지역이나 학교 등의 공공시설이 위치한 지역은 상업지역이나 공업지역 등지보다 소음 기준선이 낮게 설정돼있다. 기자가 서대문구청에 확인한 결과 연세로가 위치하고 있는 창천동의 상당부분이 상업지역이 아닌 일반주거지역으로 분류된 상태다.
그러나 구체적인 규제 방법을 두고는 아직 목소리가 엇갈리고 있다. 서대문구청 문화체육과 권택준 주무관은 “공연과 같은 행사의 소음을 별도의 기준으로 규제하기에는 측정 방법이나 기준의 적절성을 놓고 논란이 많이 일 것”이라며 “다양한 행사를 하나의 기준으로 규제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축제 기획사나 공연자들도 주민들의 사정을 십분 이해하는 만큼 대화와 양보를 통해 소음 문제를 처리할 수 있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그러나 C씨는 “현재 소음 상황은 지속적이고 지나친 소음 때문에 주거 자체가 위협받는 수준”이라며 법률 제·개정을 포함한 당국의 조치를 촉구했다.

 

추후 어떤 방식으로 연세로 공연 소음 문제의 실마리가 풀릴지는 아직까지 미지수다. 그러나 당장 일상생활이 침해되고 있다는 점에서 입법·행정 차원의 조속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이동소음: 상업적 선전목적을 위해 자동차 등에 붙인 확성기 등의 사용으로 발생하는 소음.
**환경기준: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국가가 달성하고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한 환경상의 조건 또는 질적 수준.

 

 

 

 


글 송경모 기자
songciety@yonsei.ac.kr

사진 하은진 기자
so_havely@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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