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보호단체 ‘카라’의 임순례 대표를 만나다

 반려동물 인구 천만 시대라고 한다. 하지만 그만큼 주인에게 버림받은 상처를 안고 길거리로 내몰리는 동물도 많다. 골목마다 음식물쓰레기 봉투를 뒤지고 있는 길고양이를 종종 발견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길을 지나가던 사람들에게 해코지를 당한 유기동물에 대한 뉴스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법은 아직 확립되지 않은 실정이다. 좁고 시끄러운 도시 생태계에서 유기동물을 보호하며 진정한 '동물과 인간의 공존'을 꿈꾸는 시민단체 'KARA'(이하 카라)의 임순례 대표를 만나 봤다.

영화감독이자 동물보호단체 카라의 대표인 임순례씨

나의 어린 시절, 그리고 다시 동물에게로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감독으로 잘 알려진 임 대표는 영화감독을 하게 된 이유를 묻는 기자의 물음에 “진로에 대한 고민 끝에 좋아하는 일을 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한양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임 대표는 영화를 체계적으로 공부하기 위해 동 대학원 연극영화과에 진학했다. 이후 파리 유학을 통해 다양한 영화들을 접하며 체계적인 공부를 한 결과, 임 대표는 현재 성공한 영화감독으로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다.

 임 대표가 처음부터 동물보호단체의 대표가 되기를 꿈꾼 것은 아니었다. 임 대표는 어린 시절 애정을 갖고 있던 개들이 개장수에게 팔려가는 것을 봤다고 한다. 그는 “어른들을 상대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상황이 트라우마로 남았다”며 “이후 동물을 위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살아왔다”고 말했다.

 카라의 전신인 동물보호단체 ‘아름품’에서 대표직 제안을 처음 받았을 때, 임 대표는 영화감독 일이 바쁘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그러나 임 대표는 다람살라에서 열린 달라이 라마의 법회를 방문했다가 ‘깨달은 것을 실천하지 않으면 그것은 진정한 깨달음이 아니다’라는 내용에 감명을 받았다. 이에 따라 결국 임 대표는 지난 2009년 5월에 카라의 대표직을 수락했다.

 동물에 대한 애정은 임 대표가 채식을 하게 된 계기가 됐다. 임 대표는 “반려동물에 대한 애정으로 시작해, 결국 반려동물이 아닌 동물에까지 관심의 범위가 넓어졌다”며 “동물들을 아끼는 마음에서 점차 육식을 삼가게 됐다”고 전했다. 동물보호단체 대표로서 앞으로의 목표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임 대표는 “가장 먼저 반려동물을 ‘먹는’ 문화 속에서는 동물복지 수준이 향상 될 수 없다”며 “반려동물을 먹는 것을 법적으로 제재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동물복지 개선의 첫걸음”이라고 전했다.

 

카라, 동물들을 위한 ‘아름품’

 

 임 대표가 대표직을 맡고 있는 카라는 지난 2002년 ‘아름품’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돼 동물의 권리보호를 위해 힘쓰고 있는 동물보호 시민단체다. ‘아름품’은 ‘아름다운 마음 따뜻한 품’의 준말로, 동물들을 품고자 하는 단체의 바람을 드러낸다. ‘케어’나 ‘동물자유연대’ 등 국내의 다양한 동물보호 단체 중, 카라는 특히 동물권과 관련된 제도나 인식 개선을 목표로 하는 단체이다.

 임 대표는 “사회적 인식 개선은 동물 학대를 예방할 수 있기에 구조 활동만큼이나 중요하다”며 “법제도와 시민의식은 동물보호의 쌍두마차로 떼어 놓을 수 없는 가치”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동물의 권리를 명시하는 법이 확립돼 있지 않고, 오히려 동물을 상해를 입힐 경우 재물손괴죄에 따라 처벌하고 있다. 이에 임 대표는 “아직까지 법이 동물을 생명체보다는 물건으로 취급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을 점진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카라는 시민들에게 동물권에 대한 다양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임 대표는 “아직 사회에 대한 생각을 확립해 가는 단계인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동물 권리에 대한 교육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카라는 자체 교육과정을 수료한 강사들을 전국 각지의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파견해 동물의 권리에 대한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교육 이외에도, 카라는 ‘동물과 인간의 공존’이라는 단체의 목표를 위해 길고양이 TNR 역시 진행하고 있다. 수술은 발정기에 고양이들과 도시 주민들이 겪을 불편을 줄이기 위해 이뤄지는 것이다. TNR은 인위적으로 길고양이의 개체 수를 조절하기 위해 진행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찬반이 갈리는 문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임 대표는 “복잡한 도시 생태계에서 인간이 고양이와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며 오히려 “좁은 도시에서는 조절된 개체수의 고양이들이 살아가는 것이 고양이들에게도 더 낫다”고 말했다.

 ‘동물과 인간의 공존’이라는 카라의 모토는 사무실 곳곳에 녹아 있었다. 유기 동물 하면 떠올리는 흔한 모습과는 달리, 카라의 사무실은 인간이 생활하는 장소일 뿐 아니라 개와 고양이들이 함께 지내는 곳이다. 사람들이 일하고 있는 사무실의 벽면과 기둥 높은 곳까지 고양이를 위한 시설물이 설치돼 있고, 어디에서나 사람들이 일하는 모습을 책상 위에서 유심히 지켜보는 고양이들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임 대표는 카라의 대표직을 역임하며 특히 기억에 남는 일로 ‘진순이’와 ‘수수’가 입양되던 일을 꼽는다. 진순이는 원래 개 농장에서 사육되던 암컷 진돗개인데, 보호소에서 지내면서 ‘수수’와 친구가 됐다. 그러던 중 미국에 거주하는 한 카라 회원이 수수를 입양하며 겨우 서로에게 익숙해진 두 개를 떼어 놓을 수 없다고 생각해 진순이도 함께 입양했다. 개 농장에서 지내던 두 마리 진돗개가 지금은 미국에서 함께 행복한 생활을 하게 된 것이다. 이렇듯 카라에서는 구조한 유기동물을 직접 새로운 주인에게 입양시키는 사업에도 힘쓰고 있다.

 카라의 보호소에 들어오는 동물들 중에는 사람으로부터 버림받아 아픔과 상처를 가진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임 대표는 “동물은 자신을 사랑해 주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상처를 잊고 다시 밝은 모습으로 사람에게 무조건적인 애정을 보여준다”고 한다. 유기동물이 어딘가 질병을 가지고 있거나 정신적으로 불안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임 대표는 “카라처럼 믿을 만한 동물 단체를 통해 입양한다면 오히려 더 건강한 반려 동물을 입양할 수 있으며 안전성 면에서도 훨씬 좋다”고 말했다.

 

동물을 프레임에 담는다는 것

 

 동물보호단체의 대표인 동시에 영화감독인 임 대표는 동물영화를 만드는 데 관심을 갖고 있다. 임 대표가 말하는 동물영화는 인간이 아니라 동물을 주연으로 하는 영화인데, 이런 동물영화가 동물보호 메시지를 전하는 데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임 대표는 “영상은 현대인들에게 메시지든 감정이든 무언가를 전달하기에 가장 효율적인 매체라고 생각한다”며 “그 중 동물영화가 가지는 강점은 영상 속 동물이 주는 시각적 호감”이라고 말했다. 임 대표는 동물이 주는 시각적 호감을 설명하며 ‘3B 법칙’을 언급했다. ‘3B 법칙’이란 ‘아기(Baby)', '미인(Beauty)', '동물(Beast)'을 등장시키면 광고 효과가 커진다는 뜻의 광고업계의 용어로서, 동물에 대한 인간의 호감을 잘 설명해주는 예시 중 하나다. 동물에 대한 인간의 호감을 활용할 수 있는 영화로 동물보호에 대한 의식을 일깨울 수 있다는 것이 임 대표의 생각이다.

 하지만 동물영화를 만드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일단 동물영화의 수요 자체가 많은 편이 아니다. 실제로 아직까지 우리나라에는 지난 2006년 개봉한 『마음이』를 제외하고는 흥행했다고 말할 수 있는 동물영화가 없다. 임 대표는 “반려동물 인구가 많아졌지만 동물영화가 대중적이지는 않다”며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일수록 가슴 아픈 장면이 나올까봐 동물영화를 보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임 대표는 동물영화를 상업영화로 만드는 건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한다.

 동물을 촬영하는 것 역시 어려운 작업이다. 임 대표는 동물을 찍기 위해선 인내심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임 대표는 “작은 프레임 안에서 동물이 인간의 의도대로 움직이게 하기는 쉽지 않다”고 동물 촬영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임 대표는 “현재 찍고 있는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도 여러 동물이 등장한다”며 “아무래도 배우의 연기보다 동물의 연기가 좋을 때 오케이를 외치게 되니, 배우는 자신이 동물에 밀렸다고 농담을 던지기도 한다”며 웃었다.

 임 대표는 동물영화를 계속 만들 생각을 가지고 있다. 임 대표는 “앞으로 만들고 싶은 동물영화는 개 식용금지에 기여하는 영화”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임 대표에게 많은 용기를 요하는 일이기도 하다.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화를 찍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개를 학대하는 장면들을 봐야 하기 때문이다. 임 대표는 “그런 잔인한 것을 보는 것이 상당히 힘들다”며 “내게 용기가 생기길 계속해서 바라고 있는데, 힘이 모아지면 그 영화를 꼭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이렇듯 동물영화에 지속적인 애정을 가지고 있는 임 대표에게는, 동물 촬영 규정을 만드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우리나라에서 예능프로그램 『삼시세끼』와 같이 동물을 활용하는 매체가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 동물에 대한 촬영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은 실정이다. 이에 대해 임 대표는 “동물보호단체와 영화계 둘 모두의 입장을 알고 있는 사람으로서 동물 촬영 규정을 만들어보고자 한다”며 “카라 내부적으로 규정을 만들어 개별 영화마다 카라의 인증을 받을 수 있게 하는 방향을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본격적으로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 카라에서 운영하는 1층의 유기견 입양카페 에서 임 대표가 유기견과 교감하며 함박웃음을 짓던 장면이 잊히지 않는다. 동물들과 함께하는 삶 속에서 행복을 느낀다는 임 대표. 앞으로도 임 대표가 가진 모든 꿈과 목표가 많은 사람들에게 공유되고, 나아가 동물과 사람이 진정으로 행복하게 더불어 사는 사회가 실현되기를 바란다.

 

*TNR: Trap, Neuter, Return의 약자로 길고양이를 포획해 중성화수술을 하고, 다시 방사하는 것

김가영, 김유림 수습기자
chu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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