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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은 과연 화재 안전지대일까?지켜지지 않는 다중이용업소 화재안전기준
  • 조승원 기자, 최형우 기자, 천시훈 기자
  • 승인 2017.06.03 22:43
  • 호수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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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5일, 신촌의 찜질방 ‘신촌레스트’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다행히도 불이 일찍 진화돼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큰 화재로 번질 수도 있었던 아찔한 사고였다. 찜질방은 법적으로 ‘다중이용업소’로 분류된다. 다중이용업소는 ▲노래연습장 ▲단란주점 ▲음식점 등 불특정 다수인이 이용하는 영업 중 재난 발생 시 피해 우려가 높은 업소로, 신촌에는 이와 같은 다중이용업소가 많이 위치해 있다. 다중이용업소에서는 한 번의 화재로 대형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The Y』에서 신촌 다중이용업소의 화재안전 실태를 점검해봤다.

 

신촌 화재, 복병은 음식점?

 

서대문소방서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서대문구 대현동, 대신동, 신촌동, 창천동 등 신촌 일대에서 지난 3년간 발생한 화재건수는 총 135건이다. 특히 그 중에서도 음식점, 쓰레기, 주거시설로 인한 화재가 60%에 달했다.

음식점에서 발생한 화재는 전체 화재 발생 중 약 23%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서대문소방서 김정현 화재조사관은 “신촌은 음식점 밀집지역으로, 식당에서의 부주의로 인한 화재 비중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며 “음식점 화재의 경우, 여타 화재에 비해 재산피해가 심각한 편”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3년간 신촌에서 발생한 음식점 화재로 인한 재산피해는 4천756만여 원에 이르렀다.

음식점은 불과 기름을 다루는 특성상 화재가 꾸준히 발생하는 편이다. 지난 1월 삼성화재 방재연구소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비주거용 건물의 화재 발생건수가 감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음식점 화재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김 조사관은 “최근에도 신촌의 한 고깃집에서 연통에 낀 기름 때문에 화재가 발생한 적이 있다”며 “음식점에서 화재 예방을 위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특히 연기를 배출하는 통로인 덕트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 2015년 조사에 따르면 주방 환기설비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경우는 주방에서 일어난 화재 사고 7백40건 중 20%로 가장 많았으며, 조리기구 주변 가연물에 의한 화재, 조리중 자리이탈 등이 뒤를 이었다.

또한, 주방 화재의 30% 이상은 식용유, 즉 기름으로 인한 화재이기 때문에 분말소화기, 스프링클러 등의 일반적인 소화설비로 이를 진화하기 어렵다. 기름으로 발생한 화재는 잠깐 불길을 잡더라도 다시 불길이 일어날 수 있고, 물을 뿌릴 경우 오히려 화재가 더 확대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화재안전기준 안 지키는 업소들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아래 특별법)에 따르면 지하에 위치한 20평 이상, 또는 2층 이상에 위치한 30평 이상의 음식점(휴게음식점·제과점·일반음식점 포함)은 다중이용업소에 해당한다. 또한 단란주점, 유흥주점, 소극장, 노래연습장, 고시원 등은 층별·면적 구분 없이 모두 다중이용업소에 해당한다.

이처럼 유동인구가 많아 화재에 취약한 다중이용업소의 경우 화재안전기준이 매우 까다롭다. 다중이용업소는 ▲소화기 등 안전시설의 유지관리 ▲피난·방화시설의 유지관리 ▲안전시설 등에 대한 정기점검 등의 의무가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업주에게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신촌의 많은 다중이용업소들이 화재 안전 기준을 따르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별법에 따르면 각 다중이용업소는 영업장의 주된 출입구, 탁자 등에 손님이 쉽게 볼 수 있도록 피난안내도를 비치하여야 한다. 그러나 신촌에 위치한 일부 다중이용업소의 경우 ‘비상 대피로 및 소화기 배치도’가 불명확했다. 실제로 다중이용업소에 해당하는 A 카페에서는 배치도상 그려진 소화기의 위치에 소화기가 없었고, 소화기가 있는 경우에도 눈에 잘 띄지 않는 구석에 위치해 실제 화재 상황에서 사용하기 어려운 사례가 많았다. 또한, 건물 지하에 위치한 B 노래연습장에서는 배치도상 그려진 소화기의 위치와 실제 위치가 달랐다.

노래연습장의 경우 칸막이로 방이 구획돼 있고 통로가 좁아 화재가 발생했을 때 더욱 심각한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중앙소방본부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5년간 발생한 다중이용업소 화재 중 노래연습장에서 발생한 화재는 음식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특히 신촌에 많이 위치해 있는 동전노래방의 경우 화재에 더욱 취약하다. 동전노래방은 법적으로 노래연습장이나 게임제공업 중 하나로 등록되는데, 게임제공업으로 등록할 경우 방재설비를 갖춰야 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무인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 사고 발생 시 즉각적으로 대처하기도 어렵다. 연세대 김태연(문화인류·16)씨는 “평소 동전노래방을 자주 이용하는데, 통로가 좁고 어둡다 보니 화재 발생 시 위험하다고 느꼈다”고 전했다.

특별법에 규정돼 있는 비상구 역시 화재 발생 시 피난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이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비상구가 출입구의 반대 방향에 위치해야 한다는 비상구의 위치 기준은 잘 지켜지고 있는 편이었으나, 실제로 비상구를 화재 상황에서 사용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였다. 지하에 위치한 C 식당의 경우 비상구가 제대로 눈에 띄지 않았으며, 비상구 주위를 창고처럼 활용해 비상구 앞에 각종 짐들을 적재해 두는 경우도 있었다.

 

비싼 월세도 서러운데 안전하지도 않다고?

 

한편 신촌은 인근의 연세대, 이화여대, 서강대 등 대학이 밀집해있는 지역으로, 타 지역보다 원룸, 고시원과 같은 주거시설이 많다. 신촌 골목마다 보이는 ○○리빙텔, ○○고시텔 등은 비싼 월세를 피하려는 학생들의 수요에 따라 등장한 것이다. 하지만 상업지역과 주거지역이 구분 없이 섞여있는 신촌 골목의 경우, 화재가 발생할 시 학생들이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특히 해당 시설들은 아래층에 고깃집, 카페, 등 다중이용시설이 있어 화재가 쉽게 번질 위험이 있다. 신촌의 A 고시원에서 생활했던 연세대 재학생 한송희씨는 “고시원 일층에 고깃집도 있고 주변건물들도 밀집돼 있어 화재가 발생하면 빠르게 번질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고시원 특성상 대피하는데 어려움도 있어 걱정이 됐다”고 전했다.

고시원도 자체도 특별법이 적용되는 다중이용업소이기 때문에 화재안전기준이 까다롭다. 특별법에 따르면 고시원은 소화설비, 경보설비, 피난설비* 등의 소방시설을 갖춰야 하지만, 신촌 지역 대부분의 고시원들은 해당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고시원들이 부실한 설비를 갖추고 있더라도, 대학생들 사이에서 고시원의 수요가 높기 때문에 학생들은 화재 위험에 늘 노출될 수밖에 없다. 신촌의 B 고시원에 사는 A씨는 “고시텔의 특성상 층마다 방들이 촘촘히 붙어있지만 기본적인 화재 대피 요령도 전달받지 못했다”며 “피난유도등이나 소화기와 같은 기초적인 소화 시설도 없어 늘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에 서대문소방서 김 화재조사관은 “경보 시설을 통해 화재를 빨리 감지하고, 소화기나 간이 스프링클러를 이용해 화재 초기에 대처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고시원과 같은 다중이용업소의 경우 소방시설이 완비돼 있지 않으면 화재 대응에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특히 고시원들의 경우, 별다른 비상구가 마련돼 있지 않아 화재가 발생했을 때 대피도 쉽지 않다. A씨는 “맨 위층에 사는데 비상구는커녕 출입구가 하나 밖에 없어서 화재 시 옥상에서 뛰어내려야 한다고 친구들과 농담한 적도 있다”고 밝혔다. 다중이용업소는 법령에 따라 반드시 적절한 위치에 비상구를 갖춰야 하지만 안전기준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것이다.

일반 원룸의 실정도 비슷하다. 지난 2월, 정부는 소화기, 단독경보형감지기 등의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를 의무화했다. 이에 따라 지난 2월부터 아파트를 제외한 일반주택에서는 세대별·층별로 기초 소방시설을 갖춰야 한다. 신촌과 같이 원룸 형식의 주거시설에서는 집주인이 그 의무를 지게 된다. 그러나 해당 법률을 인지하고 있는 학생들은 많지 않다. 연세대 박호정(PSIR·15)씨는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 의무가 있는 줄 몰랐다”며 “화재를 예방하려면 입주민 스스로 거주지 소유주의 소방시설 설치 의무에 대해 인지하고 당당히 요구할 수 있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김 조사관은 “화재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소방안전시설을 잘 갖추고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불이 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앞으로의 안전까지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을 막기 위해서는 미리 화재에 대비해야 한다. 화재로부터 안전한 신촌을 만들기 위해서, 우리 사회의 ‘안전 불감증’을 돌아봐야 할 때다.

 

*소화설비는 소화기·스프링클러, 경비설비는 비상벨·자동화재탐지기, 피난설비는 피난기구·피난유도선·비상조명등 등을 뜻한다.

 

글 조승원 기자
jennyjotw@yonsei.ac.kr

최형우 기자
soroswan@yonsei.ac.kr

사진 천시훈 기자
mr1000sh@yonsei.ac.kr

조승원 기자, 최형우 기자, 천시훈 기자  jennyjotw@yonsei.ac.kr, soroswan@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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