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지는 추모 분위기 속, ‘이한열 열사 6·9기념제’ 학교 공식행사 지정 요구 서명운동 진행돼

▶▶ 지난 1일 우리대학교 신촌캠 학생회관에 '한열이를 살려내라'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6월 민주항쟁 30주년을 맞이해 학교 안팎에서 이한열(경영·86) 열사를 추모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의 일환으로 9일(금)에는 이한열 열사 추모제가 예정돼 있는 한편, 지난 5월 22일부터는 우리대학교 동문들을 중심으로 ‘이한열 열사 6·9 기념제’(아래 6·9 기념제)를 학교 공식행사로 지정해줄 것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이 진행 중이다.

 

1987년 6월 9일, 그 후 30년

 

지난 1987년 6월 9일, 이한열 열사는 전두환 독재 정권에 맞서 ‘6·10대회 출정을 위한 연세인 결의대회’에 참여했다가 전경이 쏜 최루탄을 머리에 직격으로 맞아 혼수상태에 빠진 후 약 1달 만에 숨졌다. 이한열 열사가 혼수상태에 빠지면서 6월 민주항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으며, 이는 대통령 직선제 등의 내용이 담긴 ‘6·29 선언’의 도화선이 됐다.

이에 우리대학교 학생들과 이한열기념사업회는 매년 6월, 이한열 열사를 기리는 추모행사를 진행해왔다. 매년 이어져 온 이한열 열사 추모행사는 30주기인 올해에도 7일(수)부터 9일(금)까지 3일간 열린다. 이번 추모행사에서는 ▲특별기획전 ▲이한열 추모제 ▲이한열 문화제가 진행된다. ‘2017년 이한열 추모제’ 기획단장을 맡고 있는 김현수(경영·15)씨는 “30주기 이한열 열사 추모행사에서는 종전처럼 분향소를 설치하고, 9일(금) 낮 2시 20분부터 ‘이한열 열사 영정 행진’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한열 열사 영정 행진’은 이한열 열사의 영정을 들고 상대 본관부터 정문까지 행진한 후 이한열 동산에까지 이르는 것을 말한다.

 

‘6·9 기념제’ 공식 행사 지정 요구에

모이는 연세인의 목소리

 

이러한 움직임과 함께 지난 5월 22일부터 연세민주동문회와 이한열기념사업회를 중심으로 한 우리대학교 동문들은 ‘6·9 기념제’를 학교 공식행사로 지정할 것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서명운동에는 지난 3일 새벽 0시를 기준으로 총 2천419명이 참여했으며, 현재도 동문들의 서명이 이어지고 있는 상태다. 1차 서명인에는 연세민주동문회와 이한열기념사업회를 비롯해 1987년 당시 우리대학교 20대 총학생회장이었던 국회의원 우상호 동문(국문·81), 작가 공지영 동문(영문·81), 배우 안내상 동문(신학·84) 등이 포함돼 있다.

1차 서명인들은 ‘6·9 기념제’ 지정 요구 서명운동에서 ‘30년 동안 6월 항쟁을 기억하는 몇몇 연세인들이 이한열 열사를 기념하기 위해 매년 ‘6·9 문화행사’를 조촐하게 진행해 왔다’며 ‘6월 항쟁 30주년을 맞이해 이한열 열사의 희생과 그와 함께 싸운 우리 연세인들의 자랑스러운 ‘6·9 투쟁’을 널리 알릴 수 있도록 ‘6·9 기념제’를 학교 공식행사로 거행해주기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서명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연세민주동문회 회장 우영옥 동문(사회·80)은 “이한열 열사의 희생이 6월 민주항쟁의 촉발제가 됐다”며 “우리나라 민주화에 기여한 동문을 추모하는 학교 행사를 치르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나아가 학생들 차원에서도 서명운동 동참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월 26일 열린 제15차 중앙운영위원회에서는 해당 서명운동이 공유 안건으로 상정돼 학부생 차원에서도 힘을 실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논의가 이뤄지기도 했다. 또한, 사과대 학생회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학생들의 서명운동 참여를 독려하고 있는 상태다. 사과대 학생회장 이세라(언홍영·14)씨는 “연세민주동문회 요청으로 서명운동 게시글을 페이스북 페이지에 게재했다”며 “우리대학교 학생들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이한열 열사에 대한 추모 기념식을 공식행사로 지정하는 데 동문들이 먼저 모여 서명을 진행한 것에 대해 감사하다”고 말했다. 현재 연세민주동문회와 이한열기념사업회는 학교본부에 면담을 요청했으며, 동문들과 학부생들의 서명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그러나 공식기념일 지정에

학교본부 반응은 소극적
 

그러나 학교본부는 ‘6·9 기념제’를 학교 공식 기념일로 지정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기획실 기획팀 김창석 팀장은 “우리대학교의 공식 기념일로 지정된 것은 창립기념일 뿐”이라며 “언더우드와 윤동주 시인을 기리는 기념사업도 모두 각각 교목실과 문과대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김 팀장은 “때문에 이한열 열사 기념사업도 학교 공식행사로 지정되기는 어렵다”며 “종전처럼 이한열기념사업회에서 진행하되 학교에서 지원을 하는 방향이 맞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박시영(철학·15)씨는 “우리나라 민주화 운동의 역사를 대표하는 이한열 열사는 우리대학교 학생들에게 큰 의미가 있다”며 “이를 추모하기 위한 6·9 기념제를 학교 공식행사로 지정하기 어렵다는 학교본부의 반응이 크게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반면, 고려대에서는 4·19 혁명의 도화선이 됐던 ‘4·18 고려대 학생 의거’를 기념하는 행사를 학교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다. 고려대는 ▲4·18 기념식 및 헌화식 ▲4·18 기념 마라톤 ▲4·18 기념 구국대장정 등의 행사를 통해 선배들을 기리고 민주화 정신을 되새기고 있다. 특히 학교 차원에서 진행되는 ‘4·18 기념식 및 헌화식’에는 총장과 역대 총학생회장을 비롯해 ‘4·18 고려대 학생 시위’에 참여했던 동문들도 참석하고 있다. 고려대 장강희(경제·15)씨는 “학교 차원에서 ‘4·18 기념식’을 진행하다보니 많은 학생들이 참여하게 된다”며 “해당 행사에 참여하면서 학교에 대한 애정이 많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우영옥 동문은 “고려대 4·18 기념제와 같이 우리대학교도 학교 전체 차원에서 이한열 추모행사를 진행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6월의 시작과 함께 학생회관에 ‘한열이를 살려내라!’는 문구의 현수막이 걸리면서 이한열 열사에 대한 추모의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6·9 기념제’의 학교 공식 기념일 지정 여부에 대한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이한열 열사에 대한 학생들과 동문들의 추모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글 서한샘 기자 
the_saem@yonsei.ac.kr

전예현 기자 
john_yeah@yonsei.ac.kr

사진 신용범 기자 
dragontiger@yonsei.ac.kr

 

*주: 본 기사의 제목은 1987년 6월 29일 발행된 우리신문 제1075호의 기사 ‘한열이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는가’의 제목을 본딴 것입니다.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