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과대 위기 극복 위해선 이를 타개할 구체적 방안 필요해

 


우리나라 최초의 이학박사 우남 이원철을 배출한 우리대학교 이과대는 100년의 전통을 이어가며 우리나라 과학 교육과 연구를 선도해왔다. 그러나 현재 우리대학교 이과대는 이전에 비해 경쟁력이 약해졌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이과대는 현재 ▲우수 대학원생 및 연구인력 확보의 어려움 ▲국내외 위상 약화 ▲재정적 어려움 등을 겪고 있으며,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교육 및 연구에 중점을 두고 혁신을 꿈꾸고 있다. 우리신문사는 교육 및 연구 분야에서 이과대의 현 상황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이과대의 노력을 살펴봤다.  

우리대학교 이과대, 무엇이 문제인가


순수학문을 다루는 이과대보다 의과대 진학을 선호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우수 학부생 확보 어려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대학교의 2017학년도 수시모집 지원결과에 따르면 ▲학생부종합전형(학교활동우수자) ▲학생부교과전형 ▲일반전형 ▲특기자전형(과학공학인재계열)의 평균 경쟁률에서 이과대가 약 15.9:1이었던 반면, 의과대는 35.2:1을 기록했다. 
또한, 이과대는 연구 경쟁력 강화를 위한 우수 대학원생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대학교 이과대학장 정규성 교수(이과대·나노화학)는 “우리대학교 학부생들을 대학원 연구 인력으로 확보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대학원생 유치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는 비단 우리대학교만의 문제는 아니다. 고려대학교 이과대 연구부학장 원은일 교수(이과대·입자물리학)는 “현장에 있는 교수로서 자교 학부생의 본교 대학원 진학률이 감소하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우리대학교 이과대는 국내외에서 위상이 약화되고 있다. 이는 경쟁대학에 비해 낮은 QS(Quacquarelli Symonds) 대학평가순위(아래 QS대학평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우리대학교 이과대는 올해를 기준으로 QS대학평가에서 세계 102위, 국내 6위를 기록했다. ▲서울대(23위) ▲카이스트(KAIST)(32위) ▲고려대(65위) ▲성균관대(66위) ▲포항공과대학교(아래 포항공대)(92위)의 뒤를 이은 결과다. 이는 QS대학평가 세계 순위에서 2015년 140위, 2016년 106위에 비해 상승한 수치지만, 3년 내내 과학기술대학뿐 아니라 일부 경쟁 종합대학보다도 뒤쳐진 것이다. 김근수 교수(이과대·고체물리학 실험)는 “경쟁대학에 순위가 밀리는 이유를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우리대학교 이과대는 연구경쟁력 부분이 가장 부족하다”며 “경쟁대학과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적극적인 해결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유니스트(UNIST), 디지스트(DGIST), 지스트(GIST)와 같은 연구 중심 과학기술대학교들이 신설되면서 우리대학교를 추격하고 있다. 
사립대의 재정적 어려움도 우리대학교 이과대가 겪고 있는 주요 문제점으로 꼽힌다. 정 교수는 “연구비용도 많이 들뿐더러 연구에 필요한 장비도 고가화되고 있다”며 “국가의 지원을 받는 국립대에 비해 사립대는 재정적인 지원이 적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러한 재정적 어려움은 연구 환경에도 영향을 끼쳤다. 과거 포항공대에 재직했던 김 교수는 “연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교수 입장에서는 우리대학교가 타 대학에 비해 연구 환경이 좋지 못하다고 판단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며 “연구 공간 또한 중요한 요소인데 우리대학교는 포항공대에 비해 공간이 부족한 편”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2015년 기준 전임교원 1인당 교외 연구비 지원 현황에 따르면, 우리대학교는 국립대인 서울대와 전임교원 1인당 교외 연구비가 약 7천만 원의 차이를 보였다. 이에 정 교수는 “기초과학을 하는 교수들은 산학협력보다는 개인의 수준 높은 연구를 지향하기 때문에 국가 연구비 외에 외부에서 연구비를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같은 사립대인 고려대는 활발한 산학협력 연구를 통해 연구비를 늘려가고 있는 상태다. 고려대 원 교수는 “고려대는 교외에서 적극적인 산학협력연구를 통해 새로운 연구주제를 발굴하고 있다”며 “이는 대형 연구비 수주를 위한 발판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원 교수는 “교내 연구비 공모를 통해 적극적인 예산 지원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더욱이 교육부의 대표적인 연구비 지원 사업인 BK21 사업단 수에서도 우리대학교 이과대는 경쟁대학의 이과대에 밀리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대학교 이과대가 운영하고 있는 BK21 사업단은 ▲물리 및 응용물리 사업단 ▲지구대기천문사업단으로 2개에 그친 반면 ▲고려대 4개 ▲서울대 4개 ▲성균관대 4개 ▲카이스트 5개로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또한, 정부산하 기초과학 연구사업단 IBS(Institute for Basic Science)에 ▲카이스트 8개 ▲서울대 5개 ▲포항공대 4개 ▲유니스트 3개의 연구기관이 선정됐지만 우리대학교는 한 개에 그쳤다.
이에 우리대학교 이과대는 직면한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현재 교육과 연구 분야 등의 측면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혁신의 출발은 교육으로부터


먼저, 이과대는 우수 대학원생 확보를 위해 ▲학부생 연구 활성화 ▲학술 심포지엄 확대 등을 계획 중이며, 학부 교육 개선을 위해 ▲새로운 교육과정 연구 ▲주임교수제 강화 등을 모색하고 있다.
우선, 이과대는 학부생들의 연구 참여를 적극적으로 장려함으로써 학생들의 자교 대학원 진학률을 높여 대학원 연구 활성화를 이루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한 실현 방안으로 이과대는 홍보게시판을 활성화해 각 연구실의 연구 내용을 학부생에게 알기 쉽게 홍보할 예정이다. 정 교수는 “자연과학 분야는 학부생 때부터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홍보를 통해 평소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의 연구실을 찾아가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이과대는 학부생, 대학원생, 교수진 전체가 참여하는 심포지엄을 더욱 활성화할 예정이다. 심포지엄은 각 연구실의 연구 주제를 발표함으로써 학부생에게 대학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권 교수는 “모든 학과가 심포지엄을 개최하게끔 하고 이를 지원할 예정”이라며 “심포지엄에서 대학원생들이 연구 아이디어를 발표한다면 학부생들도 대학원에서 어떤 연구를 진행하는지 알게 돼 연구에 흥미를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과대는 틀에 박혀있던 학부 교육을 개선하기 위한 시스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는 사회적으로 4차 산업혁명이 강조되는 만큼 기존의 단순 지식전달 위주 수업에서 벗어나 학부생의 창의성과 다양성을 위한 새로운 교육 방안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 이과대는 학부 교육에 관심 있는 교수들을 모아 학부 교육 발전 위원회를 만들고 새로운 교육과정 연구를 꾀하고 있다. 정 교수는 “각 과 학과장과의 회의를 진행해 각 과 특성에 맞는 교육과정을 생각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교육 방식 변화의 일환으로 온라인 강의나 역진행 수업(Flipped Class)을 최대한 활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과대는 학생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주임교수제를 강화할 예정이다. 우리대학교 이과대 기획부학장 권상훈 교수(이과대·구조지질학)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학부 교육 만족도 평가에서 ‘교수와의 면담 기회가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이에 학생들과 교수와의 면담 횟수를 늘리고 주임교수제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학과별 특성화·학제 간 융합연구로 경쟁력 강화


하락한 위상의 회복을 위해 이과대는 연구 분야에서 ▲연구의 학과별 특성화 ▲간학문적 융합 연구 지원을 통해 연구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우선, 이과대는 여러 분야에 연구 역량을 분산시키던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특정 분야에 연구를 집중함으로써 학과별 특성화를 이룰 예정이다. 정 교수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학과별 특성화를 통해 다른 학교와의 차별화를 이뤄 연구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해당 분야 신임교수 임용 확대 등의 지원도 늘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학과 특성화는 우리나라의 일부 과학기술원 등에서 이미 진행되고 있는 사업이다. 유니스트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이상영 교수는 “유니스트 개교 초기부터 연구 분야의 선택과 집중을 시행했다”며 “에너지 및 화학 연구를 이차전지, 태양전지 및 촉매와 같은 분야로 특성화해 이미 세계적으로 상당한 연구 경쟁력을 갖췄다고 자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과대는 교수 간 학술교류와 간학문 협동·융합 연구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통해 과학기술대학과는 달리 타 단과대와의 연계를 통한 창의적 연구 과제를 도출할 수 있는 종합대학의 장점을 극대화 할 예정이다. 이과대는 이과대 산하 자연과학연구원 차원에서 ▲학문적 영향력이 높은 독창적인 연구 ▲SRC* 등의 융합연구 ▲타 단과대와의 협동 연구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여러 분야의 교수들이 공통의 연구 주제를 가지고 소규모 그룹을 만들어 연구를 진행하면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정 교수는 “자연과학 분야 이외 단과대와의 융합연구도 적극 지원할 것”이라며 “현재 이과대와 법과대가 공동으로 AI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있기도 하다”고 밝혔다.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카이스트 물리학과 안재욱 교수는 “최근 많은 대학에서 연구비수주나 융합연구 장려분야에서 단기적 성과 위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우려된다”며 “종합대학의 이공계 단과대학 또한 연구중심, 교육 중심 등으로 차별화된 역할을 정해 장기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이과대는 우리대학교가 유치한 나노의학 연구단인 Y-IBS와의 융합연구도 강화할 계획이다. 정 교수는 “Y-IBS가 독립연구기관이지만 많은 이과대 교수들이 참여한다”며 “Y-IBS와 협동연구를 강화하고 공동으로 국제학술대회 등도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전은 있지만 구체적 방안은 없어


그러나 이과대의 이러한 노력이 곧바로 이과대의 문제를 타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해결책에 대한 구체적 실현 방안이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점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에 대한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지 않다는 점이 그 이유다.
우선, 이과대는 앞서 언급한 ▲재정적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연구비 확보 ▲학부생 연구 활성화 등에 있어서 실현 방안이 구체적이지 못한 실정이다. 우리대학교 이과대는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재원확보 방안이 구체화 되지 않아 시설 개선, 연구력 강화 등을 실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학부생 연구 활성화의 경우 학생들의 연구 참여 독려를 위한 홍보 강화 외에 이과대 차원에서 마련해놓은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빈약한 상태다. 이과대 학생회장 한민균(화학·15)씨는 “연구에 대한 학생들의 접근성을 높여 참여를 독려하겠다는 것에 공감하지만 홍보 이전에 사무실에서 공식적인 모집을 하는 등 구체적인 제도 마련이 선행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현재 이과대에서 진행하고 있는 여러 교육 프로그램들이 실질적인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반응이 제기되고 있다. 일례로 토론과 온라인 수업 강화에 대해 천승재(지템·12)씨는 “토론수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 않은 것 같다”며 “여전히 일방향적 지식전달 위주의 수업이 주를 이룬다”고 말했다. 또한 천씨는 “역진행 수업이 무엇인지 모르는 학부생이 다수”라며 “수강편람에만 제시되고 실제로 역진행 수업이 이뤄지지 않은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이과대에서 매 학기 진행되는 심포지엄에 대해 김승현(지템·16)씨는 “심포지엄에서 다루는 연구의 내용 자체가 너무 어려워 학부생들이 이해하기 힘들어 하는 경우가 많다”며 “따라서 학부생의 참여도가 높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김 씨는 “대학원 진학률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학부생의 시선에 맞추어 흥미를 유발하는 다른 방법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100년 역사의 이과대가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서는 보다 명확하고 구체적인 방안이 절실해 보인다. 김 교수는 “각종 과학기술대학이 생기면서 우리대학교 이과대가 기로에 서 있는 입장”이라며 “이 위치에 그대로 머물러 있지 말고 이공계를 제대로 육성하겠다는 비전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이과대가 발전하려면 연구력과 국제적 가시성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SRC : 1990년대부터 대학의 연구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세계적 수준을 선도할 수 있게끔 과학자를 육성하기 위한 사업.

 

▶▶ 우리대학교 이과대학장 정규성 교수(이과대·나노화학).


<심층기획팀>

글 김홍준 기자 

 khong25@yonsei.ac.kr

오서영 기자

 my_daughter@yonsei.ac.kr

신동훈 기자
 
bodohuni@yonsei.ac.kr

사진 천시훈 기자 

 mr1000sh@yonsei.ac.kr

노원일, 서한샘, 김은솔,
박기인,  장호진, 전예현 기자


그림 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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