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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위에 새로운 공간을 만든다, 독수리다방
  • 조승원 기자, 신용범 기자
  • 승인 2017.06.03 22:38
  • 호수 34
  • 댓글 0

드디어 소개한다.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부터 신촌을 지키던 독수리다방. 70-80년대 신촌 문화를 이끈 독수리다방은 지난 2004년 아쉬운 폐업 후 2013년 다시 문을 열었다. 신촌의 추억과 향수가 깃든 독수리다방의 손영득 대표를 만났다.

 

Q: 간단한 자기소개와 카페 소개 부탁한다.

A: 5년째 독수리다방을 운영하고 있는 손영득이라고 한다. 할머니께서 지난 1971년에 독수리다방을 개업해 꾸준히 운영하셨지만 결국 지난 2004년에 폐업하게 됐다. 카페를 살리고 싶은 마음에 재개업을 고민하다 지난 2013년 1월에 독수리다방 운영을 맡았다. 가끔 왜 굳이 ‘독수리다방’이라는 촌스러운 이름을 고집하는지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다. 예전엔 신촌에 독수리 빌딩, 독수리 약국, 독수리 당구장 등 연세대를 상징하는 ‘독수리’가 이름으로 많이 쓰였다. 예전엔 독수리라는 이름이 그만큼 흔했다. 물론 지금은 조금 촌스럽게 느껴질 수 있지만 정감 있게 다가오는 것 같아 독수리다방이라는 이름을 고수했다.

 

Q. 독수리다방은 프랜차이즈 카페들의 신촌 입성으로 결국 지난 2005년에 그 문을 닫았다. 어떤 결심으로 지난 2013년에 재개업을 하게 됐나?

A: 독수리다방이라는 브랜드 아닌 브랜드가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 요즘은 사업을 하려고 할 때 스토리텔링이 중요한 시대가 됐다. 근데 그 스토리라는 것이 결국 역사가 축적돼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만들기가 어렵다. 독수리다방이라는 오랜 역사를 가진 카페가 사라지는 것이 아쉬워 재개업을 마음먹었다.

 

Q: 독수리다방은 지난 1971년에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옛 모습 소개를 부탁한다.

A: 독수리다방이 처음 개업했을 때의 모습은 보지 못했지만 80년대의 모습은 기억한다. 80년대의 독수리다방은 회색 벽돌 건물의 1,2층에 있었는데, 담배 연기가 자욱하고 조금은 우중충한 모습이었다. 뒤뜰로 나가면 커다란 찜통이 있었는데 그곳에 모닝빵을 쪄서 커피 한잔에 하나씩 제공했던 기억이 있다. 다방 벽면에는 학생들이 서로 노란색 메모지를 남기기도 했다. 지금이야 핸드폰이 있어서 약속을 잡는 게 쉽지만, 당시엔 약속 한 번 잡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다방마다 메모판이 있어 사람들이 약속 장소, 약속 시간을 정하곤 했다. 특히 지리적으로 연세대와 가깝다 보니 ‘○○학번 어디서 모여라’와 같은 메모지가 수두룩했다.

 

Q: 독수리다방은 과거에 신촌 문화를 이끈 주역이다. 현 독수리다방도 그러한 포부가 있나?

A: 신촌 문화는 독수리다방이 만들어갈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다. 그걸 만들어가는 일은 당연히 지역 사람들의 몫이고, 특히 청년들이 그 주체를 이룰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례로 서대문구에서 보행자 도로를 확대하는 등 연세로를 새로 정비했지만, 그런 하드웨어가 정비된다고 해서 신촌이 단번에 활성화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신촌의 청년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냐가 훨씬 중요하다. 독수리다방도 마찬가지다. 내가 독수리다방이라는 하드웨어를 제공할 순 있겠지만 결국 그것을 이용하는 주체들이 문화를 만드는 주역이 된다고 생각한다.

 

Q: 독수리다방의 추천 메뉴는?

A: 개인적으로 다 맛있다고 생각한다. 굳이 한 가지 메뉴를 뽑자면 셰이크를 추천한다. 다른 가게들과는 차별화하고자 아이스크림 비율을 높였다. 식상하긴 하지만 ‘다방커피’도 추천한다. 시중에 파는 믹스커피를 사용하지 않고, 에스프레소에 우유 거품과 연유를 올려서 만든다.

 

Q: 독수리다방엔 도서관 분위기의 ‘독방’과, 휴식 공간인 ‘수방’, 그리고 모임 공간인 ‘리방’이 있다. 이렇게 공간을 나눈 이유가 있나?

A: 사람들이 독수리다방을 찾는 목적은 다 다르다고 생각했다. 이들 개개인의 수요를 만족시키고 싶어 공간을 나누게 됐다. 그러나 위의 세 공간은 ‘소통’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학생이 공부를 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자신과의 소통이고, 사람들이 대화를 하는 것도, 여러 사람들이 모임을 갖는 것도 소통이 될 수 있다. 다방이 단순히 차를 마시는 일차원적인 공간이 아니라 ‘소통’의 의미를 갖는 고차원적인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각 공간에 의미를 부여했다.

 

Q. 독수리다방에는 몇 시간씩 앉아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는 손님들이 많은데, 이와 같은 면학 분위기를 유지하다보면 매출에 영향이 있진 않나?

A: 당연히 매출에 영향이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사람들이 오래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낮은 회전율을 감당하기 위해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재방문 손님들이 많은 편이다. 그만큼 독수리다방이 그 분들의 필요를 잘 충족시키고 있다고 생각한다. 공부를 주로 하는 분위기가 매출에 영향을 끼칠 순 있지만 오히려 단골 고객층 확보에도 도움을 줘서 괜찮다.

 

Q: 독수리다방에게 신촌이란?

A: 아무래도 독수리다방이 연세대 앞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올 수 있던 것 같다. 지역적 특색이 강해서 독수리다방을 다른 지역에서 운영할 순 없을 거다. 하지만 동시에 다른 곳에서 독수리다방과 같은 공간을 만들고 싶은 마음도 있다. 그래서 신촌은 고향이면서 출발점이다.

 

독수리다방을 찾는 이들은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 도서관이 답답한 대학생, 옛 신촌이 그리운 80학번, 따뜻한 차 한 잔이 마시고 싶은 직장인...독수리다방은 각기 다른 이들에게 똑같은 따뜻함을 제공한다. 추억이 깃든 독수리다방에서 마시는 다방커피 한 잔. 꽤 낭만적이다.

 

글 조승원 기자
jennyjotw@yonsei.ac.kr

사진 신용범 기자
dragontiger@yonsei.ac.kr

 

조승원 기자, 신용범 기자  jennyjotw@yonsei.ac.kr, dragontiger@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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