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C 3.0의 교육 철학, 자율성·동행·통합 강조해

 

아시아 최초로 도입된 원주캠의 Residential College(아래 RC) 교육 제도가 10주년을 맞았다. RC는 지난 2007년부터 시행됐으며, 원주캠에서 좋은 성과를 보이자 2011년부터 국제캠에서도 운영되고 있다. RC란 영국의 옥스퍼드대 및 케임브리지대에서 기원한 것으로, 캠퍼스 내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학습과 생활이 동시에 이뤄지는 생활 밀착형 대학 형태를 말한다. <관련기사 1551호 3면 ‘원주캠, 해외명문대 RC를 만나다’> 우리신문사는 원주캠의 RC 도입 10주년을 맞아,  RC 운영 현황을 돌아보고 앞으로 RC가 나아갈 방향을 짚어봤다.

 

RC란 무엇인가

 

RC는 학부생들에게 대학교 내 작은 공동체 환경을 마련해줘 연구중심대학의 방대한 자원을 활용함과 동시에, 작은 대학의 장점인 학생과 교수, 그리고 학생 상호 간의 유대관계를 맺어주는 역할을 한다. 현재 원주캠에서 RC는 ▲성공적인 대학 생활 적응 ▲자기 정체성 확립 및 자긍심 향상 ▲섬김의 리더십과 공동체적 소양교육을 통한 자기 주도 창의성 함양을 목표로 시행되고 있다. 주요 활동으로는 ▲Residential Colloquia(아래 콜로키아) 및 리더십 개발·실습 ▲마스터 교수 멘토링 ▲Residential Advisor(아래 RA) 멘토링 및 분반 활동 ▲문화체육활동 등이 있다. 콜로키아는 현장형·참여형 프로젝트 수업으로 교수와의 면담 등을 통해 1학년 학생들의 전공 관련 진로를 지도하는 교육과정이다. 리더십 개발과 실습은 각각 1학년 1학기와 2학기에 개설되는 수업으로, 하우스 마스터교수의 지도를 받아 다양한 공동체 활동을 진행한다. RA 멘토링 및 분반 활동은 학업성적이 우수하고 모범적인 재학생 1명이 약 18명의 신입생을 배정받아 진행된다. RA는 생활관에서 신입생들에게 공동체 생활지도를 함과 동시에 분반 학생들의 상황을 파악하는 역할을 한다.

RC 시행 이후, 원주캠은 ▲1학년 학생 학업성취도 증가 ▲체육활동을 통한 체력과 팀워크 증진 ▲문화활동을 통한 문화적 감수성 증가 등의 성과를 얻고 있다. 학부교육원에서 발행한 ‘RC 3.0 교육 비전’에 따르면 RC 도입 전인 1997년부터 2007년까지와 RC 도입 후 2016년까지의 RC 도입 전후 10년간 1학년 학생 학업 성취도를 비교한 결과, 1학기 평균학점은 2.85에서 3.19로, 2학기는 2.91에서 3.20으로 각각 높아졌다. 문화체육활동을 통해 얻은 학생들의 체력 및 팀워크 증진과 문화적 감수성 증대도 일반 수업에서는 얻기 힘든 RC의 성과다. 김혜림(과기물리·16)씨는 “평소 수강하고 싶던 필라테스와 댄스 수업을 들으며 스트레스 해소뿐만 아니라 자아실현을 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원주캠의 대학 경쟁력 상승에도 RC의 덕이 컸다. 학부교육원 RC교육센터 문병채 부장은 “대학 생활의 첫발을 내딛는 신입생에게 학교가 책임감을 갖고 전원 기숙사에 입사할 수 있도록 해주고, 교수와 선배가 밀착해 생활과 학습지도를 해준다는 것이 대학입시에서 큰 호응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RC교육, 어디까지 왔나


RC교육은 이렇듯 많은 부분에서 뚜렷한 성과를 보이고 있으나, ▲일방적인 교육 방침 ▲불명확한 RC프로그램 이수 기준 ▲콜로키아에 대한 엇갈린 방향성이라는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우리대학교 1학년 RC학생들은 현재 ▲문화체육활동 ▲사회기여활동 ▲콜로키아 ▲특강 참석 ▲하우스 행사와 같은 RC프로그램을 이수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학교와 교수 측의 일방적 주도로 만들어져 학생들의 의견과 자기주도성이 반영되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지적됐다. RC프로그램을 이수했던 박다인(작업치료·16)씨는 “대부분의 RC프로그램이 강제적이거나 일방적인 교육활동들로 이뤄져 큰 의미를 담지 못하는 것 같다”며 “강제적으로 시행됐던 기존 프로그램들과 다르게 학생들의 자율성을 보장해주는 것이 RC프로그램의 취지에 적합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문 부장은 “RC프로그램이 교과목으로 운영되면서 강제성이 부여되기 때문에 이를 바꾸지 않는 한 어려운 점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RC자치활동을 활성화할 뿐만 아니라 RA개입을 최소화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기존 취지에 맞는 프로그램으로 개선할 예정”이라면서 앞으로의 RC프로그램에 대한 개선 의지를 전했다.

한편 RC프로그램 이수 기준이 명확하게 정해져 있지 않아 많은 학생이 혼란을 겪고 있다. 이승우(역사문화·16)씨는 “RC체육 과목의 출결 기준이 정해져 있지 않아 출석체크를 담당하는 조교나 강사도 학생들의 출결 문의에 제대로 답변해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한 김재탁(사회과학부·17)씨는 “각 학사마다 봉사 인정 기준이 달라 어느 학사는 엄격하게 평가하는 반면, 다른 학사는 관대하게 평가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불만을 표했다. 그러나 문 부장은 “명확한 프로그램 기준이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 공감할 수 없다”며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는 RA나 강사가 기준 자체를 명확히 알지 않아 발생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또한 RC프로그램의 주요 활동이라고 할 수 있는 콜로키아의 취지에 대해 학생과 교수, 센터 측의 이해가 모두 달라 학생들의 수업 만족도가 크게 달라지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관련기사 1778호 5면 ‘RC콜로키아, 수업 취지 이해를 위한 교수와 학생의 노력 요구돼’> 전공을 심화하고 탐구하는 기존의 전공수업과 같은 과정인지, 전공교수와의 친화력을 쌓기 위한 과정인지에 대한 학내 구성원의 이해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이에 문 부장은 “콜로키아의 1차적인 수업취지는 전임교수와 학부생들 간의 유대감을 키우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이어 학부교육원 RC교육센터장 신택수 교수(정경대·데이터마이닝)는 “콜로키아 조교를 통해 수업에 대한 취지를 학생들에게 지속적으로 전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교수님들과 협의하는 자리를 마련해 이러한 취지를 홍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혁신을 위한 ‘RC 3.0 교육’
주요 과제는?

원주캠은 2017년부터 기존의 RC교육 프로그램을 더욱 발전시킨 ‘RC 3.0 교육’을 계획하고 현재 일부 시행하고 있다. 지난 4월 30일, 원주캠은 교육부 대학역량강화지원(아래 ACE+) 사업에 선정돼 향후 4년간 총 80억 원의 지원을 받게 됐다. <관련기사 1792호 5면 ‘원주캠 ACE+ 사업 선정돼’> 이로 인해 ‘RC 시스템 혁신을 통한 학부교육 역량 강화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상태이다. 지난 2007년부터 2011년까지 도입·정책 단계인 ‘RC 1.0 교육’이 시행됐고,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성장·발전 단계인 ‘RC 2.0 교육’이 시행됐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RC 3.0 교육’은 RC교육의 혁신·도약 단계이며 ▲자율형 RC프로그램 확대 ▲평생 사제동행을 위한 멘토링 구현 ▲RC 기반 SLI(Study-Life Integration, 아래 SLI) 교육 플랫폼 구축 및 확산을 주요 추진전략으로 삼는다.

학교본부는 학생들의 자율형 RC프로그램 확대를 위해 ‘자기주도 재능기부 활동(창의활동)’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자기주도 재능기부 활동은 문화체육활동과 사회기여활동을 통합한 것으로 학생들이 보유한 재능을 기반으로 기여 대상 및 방법을 자율적으로 기획하고 수행하는 활동을 말한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지역사회의 문제를 기발한 아이디어로 해결해보거나 자신의 예술적 재능을 살려 공연을 하는 등 다양한 자기주도 재능기부 활동을 할 수 있다. 자기주도 재능기부 활동을 하고 있는 이원준(디자인학부·17)씨는 “이번에 자기주도 재능기부 활동을 선택해 평소 관심 있었던 그림을 그리는 활동을 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나만의 개성과 예술성을 키울 수 있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학교에서 RC프로그램을 교과 과정으로 만들어 학생들의 참여를 의무화하니 강제성이 크다는 불만이 항상 제기돼왔다”며 “이에 강제성을 완화하고 학생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해 RC프로그램이 진행되도록 올해부터 자기주도 재능기부 활동을 시범적으로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 교수는 “RC학생들의 자기주도 재능기부 활동을 도와줄 수 있는 RA들의 교육을 강화했고, 지속적으로 PT 발표회 및 전시회를열어 재능기부 활동을 홍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한 문 부장은 “앞으로 학교가 만 들어놓은 강제적인 RC프로그램이 아닌 학생들 중심의 자율형 RC프로그램을 점차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앞으로의 비전을 밝혔다.

하지만 자기주도 재능기부 활동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미비해 학생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기주도 재능기부 활동 담당 RA인 이모씨는 “선례도 없을뿐더러 아직 적응이 안 된 1학년 RC학생은 스스로 활동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낀다”며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없이 무작정 시작한 센터에 대해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에 문 부장은 “자기주도 재능기부 활동이 최초로 시행되면서 학생에게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에 곤란한 부분이 있다”며 “이번 학기의 결과를 참고해 운영 방안을 구체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RC 3.0 교육은 교수와 학생 간의 친밀한 관계를 강조하고 사제동행을 위한 멘토링 구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학교본부는 역량관리를 기반으로 하는 멘토링 체제를 구축해 지도교수와 학생 간 대면 밀착 교육을 강화할 계획이다. 신 교수는 “현재 시행되고 있는 멘토링 제도는 교수님들이 학생들을 완벽히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새로운 멘토링 체제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문 부장은 “교수님들이 학생들의 기본 데이터 역량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선 학생들을 평가할 수 있는 세부역량 지표를 구체화하고 역량관리를 기반으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조만간 일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서 개발한 역량 측정 검사를 진행해 학생들을 정확히 분석할 수 있는 멘토링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RC교육 프로그램은 콜로키아 교과과정과 같은 ‘학습’과 하우스·분반 활동과 같은 ‘생활’로 나눠 운영됐다. 그러나 RC 3.0 교육부터 생활과 학습을 서로 나눠진 것으로 생각하지 않고 강하게 연결된 통합적인 관계로 인식하는 RC 기반 통합교육모형인 SLI 교육 플랫폼으로 변화했다. 학교본부는 SLI를 통해 ▲생활과 학습의 통합 프로그램 구축 ▲RC프로그램을 전체 교육과정으로 확산해 ‘지역을 섬기며, 세계를 변화시키는 학습 생활 공동체 교육’이라는 RC 3.0 교육 비전을 실현하고자 한다. 문 부장은 “기존에 학습과 생활이 나눠 운영됐던 것과는 달리 교과과정에서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RC 공동체 생활에서 도움을 얻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등 학습과 생활이 통합된 프로그램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신 교수는 “앞으로 ACE+ 사업이 진행되면 학습과 생활이 연결될 수 있는 RC교육을 위한 공간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기존의 RC교육은 기숙사에 거주하는 1·2학년들이 받는 교육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에 학교본부는 SLI 교육 플랫폼을 통해 RC프로그램을 기존 대다수의 일반 전공교육과정까지 확산하고, 모든 재학생들이 RC교육을 받게 할 계획이다. 신 교수는 “RC프로그램은 교양교육을 넘어 전공교육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며 “RC 기반 SLI 교육 플랫폼이 형성되면 교수님들과 학생들 모두 적극적으로 참여해 SLI 교육 플랫폼을 정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RC교육센터는 지난 2007년부터 올해까지 국내 RC교육을 선도해왔다. 이에 그치지 않고 RC교육센터는 새로운 교육의 패러다임을 제시하기 위해 RC 3.0으로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신 교수는 “RC 3.0으로 변화를 제시했지만, 아직 여러 부분에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며 “특히 이번 RC교육 과정에서 학생들의 자율성이 커지는 만큼 학생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프로그램에 임해야만 RC교육이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새롭게 도약하는 원주캠 RC프로그램이 성공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학교본부의 노력과 교수, 전 학생의 협력이 필요해 보인다.

글 김은솔 기자
na_eun_@yonsei.ac.kr
양성익 기자
syi04039@yonsei.ac.kr
모재성 기자
mo_sorry@yonsei.ac.kr
장호진 기자
hobodo@yonsei.ac.kr
그림 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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