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이 전쟁이다. 번번이 취업에 실패한 30대 남성이 삶을 포기했다. 실직 가장은 월세를 밀려 투신했다. 콜센터 현장실습에 시달리던 19살 고등학생도 목숨을 끊었다. ‘없는’ 일자리와 ‘나쁜’ 일자리가 삶을 앗아가고 있다. 대통령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이 설치됐다. 일자리 문제에 대한 정부의 위기의식과 해결의지를 보여준다. 일자리 상황판은 하나의 공식으로 요약할 수 있다.

<격차해소 + 성장 = 일자리>

문제는 불평등과 저성장이고, 정답은 일자리라는 문재인 정부의 인식이 보인다.

불평등이라는 말은 흔히 1%vs99%의 구도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한국사회의 불평등은 10%vs90%의 모습을 띠기도 한다. 상위 10%의 소득점유율은 지난 2000년 36.4%에서 현재 48%까지 치솟았다. 공무원과 대기업 사원으로 대표되는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 사이에 소득불평등이 존재한다. 이러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속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정규직 노동자들의 상황 또한 녹록치 않다. 정규직 노동자들은 5명이 7명 분의 임금을 받으면서 9명 몫의 일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비정규직의 저임금·고용불안과 정규직의 과잉노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 급여체계와 근로시간을 조정하여 임금과 일자리를 나누는 것이 한 방법일 수 있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는 비정규직·정규직간 격차해소를 위해 직무급제로의 급여체계 개편과 근로감독의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지지기반인 조직 노동자들을 설득하지 못한다면 개혁 드라이브는 수포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 최근 기아차 노조는 사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조합원 자격을 박탈했는데, 정규직-비정규직 간 노노(勞勞)갈등을 드러낸 이 사건은 비정규직 문제를 위한 사회적 대타협이 쉽지만은 않음을 보여준다.

저성장으로 인한 고용경색 또한 심각한 문제다. 경제성장률은 몇 년째 2%대에 고착됐다. 또한 산업구조의 고도화는 고용 없는 성장을 야기했다. 민간영역의 고용 창출이 막혀있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가 꺼내든 처방이 바로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다. 정부가 선제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해 소득주도 성장을 이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는 재원마련의 어려움과 공공부문 비대화 등을 이유로 반대를 겪고 있다.

결국 공공부문 일자리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고용확대가 아니라 사회적 부가가치의 창출을 목표로 해야한다. 즉 이 정책으로 새롭게 창출된 일자리는 단순히 공무원 한 명을 채용하는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경우, 새롭게 생기는 일자리의 상당수가 보육, 의료분야에 집중된다. 보육, 의료 분야의 공공서비스 확대는 여성들의 경제 활동 참여율을 높이고, 가계비용 부담을 덜어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는 결국 단기적 정책이다. 장기적으로는 민간에서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기업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기업의 중소기업에 대한 약탈적 경제행위를 근절시키고, 미래 먹거리 산업에 투자해야 한다.

납품 단가 후려치기, 기술 탈취와 같은 대기업의 횡포는 중소기업의 혁신 의지를 말살시키고 고용창출을 저해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재벌개혁 전도사였던 김상조 교수를 공정거래위원장에 내정했다. 김 교수가 불공정 거래행위를 근절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또한 미래 먹거리 산업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해야한다. 글로벌 경기가 호조세인 최근의 상황은 우리에게 큰 기회다. 중화학, 전자, IT산업처럼 글로벌 호황기에 이뤄졌던 미래 먹거리 산업에 대한 투자는 지금도 고용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다. 호경기일수록 미래 세대를 위한 신산업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실업문제로 시달리는 한 이탈리아 마을에서 기도를 올렸다.

 

당신에게는 일이 있었습니다/ 목수로 일하는 당신은 행복했습니다/ 주님, 저희에게는 일이 없습니다/ 우상들은 저희의 존엄을 훔치려 합니다” 

 

복지는 존엄함의 문제다. 노동은 그 존엄함을 위한 첫째 조건이다. 일자리가 곧 복지다.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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