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 시, 즉각적 피해 고려해야

김은혜 (국문·15)

자율형 사립 고등학교와 외국어 고등학교, 이는 흔히 각각 ‘자사고’, ‘외고’라는 줄임말로 불린다. 문재인 정부는 학교 서열화와 학력에 따른 차별의 철폐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는데, 이를 위한 실천과제로 자사고·외고 폐지를 제시했다. 당시 공약을 제시할 때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문재인 정부의 교육 제도 개편은 많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뜨거운 감자다. 일각에서는 자사고·외고의 폐지가 장기적으로 교육 기회의 평등을 추구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자사고·외고 폐지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들을 안고 있다는 점에서 시기상조다.

첫째, 학생들은 자사고·외고만의 수준 높은 교육환경에서 공부할 기회를 박탈당한다. 자사고·외고는 학생들에게 일반고와는 차별화된 수준 높은 교육환경과 교육내용을 제공하고 그에 따른 노하우를 쌓아왔다. 이들은 일반고의 교육이 만족시키지 못하는 상위권 학생들을 수용하고, 그들의 교육적 요구를 충족시켜왔다. 이것은 자사고·외고가 수행하는 핵심적인 기능이다. 자사고·외고를 폐지한다면 당장 일반고에서 위와 같은 상위권 학생들을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둘째, 대입 사교육, 조기유학이 급증하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일반고는 자사고·외고에 비해 다양하고 수준 높은 교육을 제공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일반고의 교육환경과 교육내용에 만족하지 못하는 학생들은 더 높은 수준의 학습을 위해 사교육으로 발길을 돌릴 것이다. 심지어는 조기유학 붐이 일어날 수도 있다. 공교육의 발전을 위한 문재인 정부의 처사가 오히려 공교육이 외면당하고 퇴보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 자사고·외고 재학생과 지원 예정자들을 고려하지 않은, 불합리한 처사다. 자율형 공립고가 폐지되고 일반고로 전환되었을 때도 일반고에 다니기를 원하지 않는 재학생들은 어쩔 수 없이 자사고, 영재고, 외고 등 다른 특목고로 전학을 가야 했다. 실제로 자율형 공립고 재학생이었던 지인은 “우리 반 애들이 다 전학을 가서 2명밖에 안 남았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자사고가 폐지된다면, 일부러 자사고를 선택하여 온 재학생들은 반강제적으로 뿔뿔이 흩어져야 할 것이다. 대학교 입시를 앞둔 중요한 시기에, 그들은 다른 학교라는 낯선 환경에 던져져야 한다. 또한, 자사고 입시를 준비하던 지원 예정자들도 갑자기 자신들의 목표를 잃고 방황의 시기를 거쳐야 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외면하거나 문제점들에 대한 대안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채, 자사고·외고 폐지를 강행하는 것은 무리한 행동이다. 또한, 한국 교육계와 관련해 발생한 문제들이 과연 자사고·외고 폐지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인지, 아니면 그보다 근원적인 원인이 있는 것은 아닌지 깊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교육제도를 바꾸는 것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교육은 사람의 사상과 인격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어떤 방식으로 교육제도를 더 발전시킬지에 대한 논의의 장이 우선적으로 형성돼야 한다. 물론 자사고와 외고가 가지는 부작용도 존재하지만 특목고는 학생들에게 일반고와는 다른 교육환경을 제공하고 또 다른 차원의 교육 방향을 제시한다는 점에서는 거시적으로 유익하다. 따라서 특목고의 장단점을 따지며 편을 가르기 보다는 객관적인 입장에서 특목고가 우리 사회에 득인지 실인지, 또 만약 특목고를 개선해야한다면 어떤 대안을 가지고 변화해야 하는 지를 하나하나 따져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나야 하듯이 사람을 변화시키는 교육 제도는 보다 세심한 논의가 필요한 분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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