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인사제도 개편을 둘러싼 논란

▶▶ 5급 공무원 학원이 몰려 있는 신림동 고시촌의 모습.

지난 1월, 더불어민주당의 싱크탱크*격인 더미래연구소가 주최한 ‘공무원 인사제도 개혁 방안’ 토론회의 내용은 연일 화제가 됐다. 행정고시로 불리던 5급 공무원 공개채용(아래 5급 공채) 시험을 없애고, 그 자리를 7급 공무원 중에서 특별채용하겠다는 골자의 ‘공무원 인사제도 개편안(아래 인사제도 개편안)’이 발표됐기 때문이다. 이에 인사제도 개편안 내용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행시폐지가 유연한 공무원 체계 가져올까

 

인사제도 개편안의 취지는 ‘고위 공직자로의 진입 장벽을 낮춰 공무원의 경직된 진급체계를 유연하게 바꾸겠다는 것’이다.
안전행정부가 발표한 『2013년 공무원총조사』에 따르면 1~2급 공무원 603명 중 466명은 5급 공채 출신으로, 1~2급 공무원 전체의 약 77.28%에 달한다. 반면 7급 공무원이 1~2급 공무원으로 진급하는 경우는 약 8.61%에 불과하다. 현실적으로 7급 공무원이 고위 공직에 진입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에 더미래연구소 최지민 선임연구원은 인사제도 개편안 발제문에서 ‘5급 공채 인원을 7급 공채로 통폐합해 선발하면 기존에는 5급 공채 채용인원인 300명가량에만 개방됐던 고위직 진입 통로가 7급 공채 인원에게까지 확대되는 것’이라며 제도 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해당 개편안은 기존 5급 민간 경력자 특별채용(아래 5급 민간특채)의 한계도 보완할 것으로 보인다. 안전행정부는 지난 2011년 도입된 민간경력자 채용제도를 통해 현재까지 매년 부처 단위의 개별 모집으로 선발하고 있다. 이는 각 분야에 특화된 전문 인력을 고용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제도 도입취지와 달리 전문 인력 배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5급 민간특채 선발 과정에서 5급 공채 시험의 일부인 PSAT 점수를 반영하고, 이마저도 선발 인원이 매년 1명에서 4명에 그쳐 전체 채용인원 대비 차지하는 비율이 현저히 낮기 때문이다.

 

인사제도 개편안에 대한 우려의 시선

 

한편 개편안에 대해 ‘우리나라의 상황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도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저신뢰사회라는 우리나라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채 확대를 통해 전문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결과를 가져오려면 채용과정의 공정성 보장과 채용과정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전제돼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고위공무원의 특채와 관련된 채용 비리가 많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낮은 실정이다. 시험 점수와 같이 수치화‧객관화가 가능한 채용기준에서 성과 평가 등의 주관적인 채용기준으로 변화하는 개편안에 비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일례로 장관의 자녀가 업무 수행능력이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외교부 사무관에 특채 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대학생 황모(26)씨는 “진입 장벽을 낮추려는 취지는 좋지만 우리나라는 ‘낙하산 채용’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기 쉬운 사회라고 생각한다”며 “도리어 공직자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더불어 ‘계층이동 사다리를 걷어차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5급 공채를 준비했던 김모(28)씨는 “사법고시도 폐지된 상황에서 5급 공채는 온전히 개인의 노력에 따라 ‘개천에서 용 날 수 있는’ 마지막 사다리라고 생각한다”며 “5급 공채를 폐지하면 오히려 사회계층 간 이동을 막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혼란스러움은 수험생 몫?!

 

인사혁신처는 아직 공무원 인사제도 개편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더미래연구소가 발표한 내용은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며 “아직 공무원 인사제도 개편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많은 5급 공채 수험생들이 인사제도 개편 실현 가능성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공무원 인사제도 개편안’을 발제한 의원들의 소속 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문재인 대통령 당선 후 집권여당이 됐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혼란스러움을 느끼는 사람은 5급 공채를 준비하고 있는 수험생이다. 신림동 고시촌에 위치한 유명 고시학원 관계자는 “개편안 발표 이후 학원가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5급 공채가 진짜 폐지되는 것은 아닌지 학생들과 학원 관계자 모두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2년째 5급 공채를 준비하고 있는 송모(27)씨는 “보통 몇 년을 투자하는 시험인 만큼 갑작스러운 인사제도 개편 계획발표에 당황했다”며 “불안하지만 일단 계속 공부를 하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이번 인사제도 개편 논란은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 정권이 교체되면 해당 정권이 추구하는 정책의 방향이 바뀌는 일은 빈번히 발생해왔다. 하지만 시험‧채용과 관련된 제도 개편은 수험생과 취업준비생이 관련된 만큼 신중한 결정이 요구된다.

 

*싱크탱크: 다양한 학문 분야 전문가를 조직적으로 결집해 조사·분석 및 연구 개발을 시행하고, 그 성과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집단. 주로 정부의 정책이나 기업의 경영전략을 연구한다.

 

 

글 홍란 기자
nancho@yonsei.ac.kr
사진 이수빈 기자
nunnunanna@yonsei.ac.kr
그림 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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