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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경비원들기계화에 일자리 잃는 저숙련 노동자
  • 홍란 기자, 이수빈 기자, 하은진 기자
  • 승인 2017.05.27 19:30
  • 호수 17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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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대학교 경비원이 백양로에서 순찰을 돌고 있는 모습이다.

‘기계가 사람 대신 일하는 세상’이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 2016년 열린 다보스포럼*에서 2020년까지 500만 개의 일자리가 기계화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경비원은 머지않아 기억 속에만 남을 직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많은 경비원들이 기계화로 인해 일자리를 잃고 있다.

 

기계로 대체되는 경비원

 

경비원 없는 아파트를 상상해본 적이 있는가. 최근 아파트 내 경비원이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아파트 관리비용 절감이 경비인원을 줄이는 주된 원인이다. 실제로 지난 2016년, 구로구의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이 ‘경비초소를 통폐합하고, 경비원을 일부 감축하면 관리비용 중 연 9천120만 원을 절감할 수 있다’라는 안내문을 붙이며 경비인원 감축을 추진한 사례도 있다.
무인경비시스템은 경비인원 감축 현상을 가속화하고 있다. 여러 사람이 교대 근무를 하는 경비원과 달리 건물 당 한 대로 운영 가능한 무인경비시스템은 상대적으로 운영비용이 저렴한 편이다. 이에 많은 아파트가 무인경비시스템을 도입하며 기존 경비인원을 감축하고 있다. 10년째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는 A씨는 “최근 경비원이 기계로 대체되는 분위기라 일자리를 잃을까 불안하다”며 “이제 기계와도 일자리를 놓고 경쟁해야 하는 현실이 씁쓸하다”고 말했다.
무인경비시스템이 경비원을 대체하는 것에 대한 주민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일부 주민들은 ‘무인경비시스템이 비용 절감 측면뿐만 아니라 안전성 면에서도 경비원보다 낫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아직 회의적인 주민들도 많다.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경비업무가 있다’, ‘오랜 시간 아파트를 지킨 경비원들을 하루아침에 내몰 수 없다’는 것이 경비인원 감축을 반대하는 주된 이유다. 일례로 얼마 전 송파구의 한 아파트에서 주민들의 반발로 대규모 경비인원 감축이 무산되기도 했다.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 대형강의동 문에 붙어있는 통합경비시스템 설치 안내문이다.

 

대학가에도 불어오는 기계화 바람

 

대학교 내 경비원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 소재 10여 개 대학에 문의한 결과, 대부분의 학교가 “무인경비시스템을 일부 건물에 도입했으며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무인경비시스템 도입 및 정착과 함께 경비인원 감축을 시도하는 학교도 늘고 있다. 서울여대는 지난 2014년부터 주요건물에 무인경비시스템을 설치해 운영 중이다. 서울여대는 무인경비시스템 도입 추진 당시 경비초소를 13곳에서 8곳으로 통폐합하고, 경비원들에게 ‘해고될 수 있다’는 해고 예정 통지서를 일방적으로 전해 경비원들이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서울여대 관계자는 “경비인원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경비원과 무인경비시스템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서울대는 지난 4월부터 일부 건물에 무인경비시스템 시범운영을 시작해 기존 경비원을 다른 건물의 경비나 시설 업무로 재배치했다. 실제로 자연과학대 건물 앞 경비실은 의자만 덩그러니 놓인 채 비어있었다. 서울대 관계자에 따르면 교내 무인경비업체를 선정할 때 ‘캠퍼스 전체 확장 가능성’에 대한 조건이 논의됐다. 따라서 교내 전면 무인경비시스템 대체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숙명여대도 무인경비시스템 도입과 함께 경비인원 감축을 시도했지만 학생들의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다.
우리대학교 역시 무인경비시스템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대학교 신촌캠은 ▲경영대 ▲학관 별관 등에 kt텔레캅**을 설치해 운영 중이다. 지난 2015년 신축된 경영대 건물은 아예 건물 앞에 경비실을 설치하지 않고 무인경비시스템만을 설치했다. 신촌캠 총무처 관계자는 “구체적인 계획은 아니지만, 당분간 기존 경비원은 그대로 유지하되 무인경비시스템을 추가 설치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더불어 우리대학교 원주캠은 오는 2018년, 모든 교내 건물에 무인경비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원주캠 총무처 하흥호 차장은 “기존 경비원들의 정년은 보장하되 추가적인 경비원 고용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대학교 경영대 1층에 설치된 무인경비시스템의 모습이다.

대부분의 학생은 무인경비시스템 도입에 대해서는 호의적이나 무인경비시스템으로의 완전 대체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숙명여대 사회과학대학 4학년 김모씨는 “최첨단 무인경비시스템이라고 하더라도 경비업무의 특성상 경비원의 유무에 따라 심리적으로 느끼는 안정감이 다르다”고 말했다.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3학년 이모씨 역시 “무인경비시스템 도입 후 학생증이 없으면 타 건물을 이용하기가 번거로워졌다”며 “경비원이 아예 사라지면 이처럼 새로운 불편함이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대학교 박아현(글로벌행정·14)씨는 “결국 기존 경비원의 정년이 끝나면 교내 경비원이 사라지는 것 아니냐”며 “순찰 등 기계가 할 수 없는 경비원만의 업무는 어떻게 대체할지 의문이 든다”고 답했다.

 

고용불안 속 위태로운 경비원

 

이러한 기계의 노동대체 현상이 경비원들에게 더 가혹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노동시장에서 경비원들의 입지가 충분히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에 따르면 경비원은 지난 2015년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 전까지 최저임금의 70~90% 수준의 임금을 받아왔다. 경비업무가 감시·관리직으로 분류돼 노동 강도가 낮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으로 지난 2015년부터 경비원도 최저임금 적용 대상에 포함됐지만 시행령 개정 취지와는 달리 ‘일자리의 기계 대체 확산’이라는 시대적 변화에 맞물려 고용불안이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실제로 2015년 경비원의 최저임금 적용 대상 확정 후 경비원 대량해고 사태가 일어났다.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으로 경비인원을 감축한 서울의 한 아파트 관계자는 “최저임금 적용으로 갑자기 경비원의 임금이 인상돼 주민들의 관리비 부담이 커져 어쩔 수 없이 경비인원을 감축했다”며 “감축된 경비인원은 무인경비시스템으로 대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일자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경비원들이 선택할 수 있는 고용형태는 단기근무가 대부분이다. 현재 대부분의 아파트가 용역업체를 통해 경비원을 고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월 단위의 단기계약을 요구하는 용역업체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아파트 경비 용역관련업체에 단기근무 고용 확대에 대해 묻자 “운영비용 증가에 무인경비시스템 바람까지 불면서 장기계약을 체결하기 어려워졌다”고 답했다. 경비원 A씨는 “갈수록 경비원 자리가 사라져 단기계약에도 감지덕지하며 경비업무에 지원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서울대 자연과학대 앞 경비 초소가 텅 비어있다.

 

저숙련 노동자를 위한 변화는 없다

 

경비원들이 사라지는 현상은 단순히 한 직군 종사자의 위기로 보기 어렵다. 계산원, 톨게이트 수납원 등 경비원과 같은 저숙련 노동자의 기계 대체 속도가 고숙련 노동자에 비해 빠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도로공사는 2020년까지 톨게이트 수납원을 완전히 기계로 대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시중 패스트푸드점 등 다양한 분야에 무인판매기가 도입되고 있다. 이에 ▲저숙련 노동자의 노동가치 저하로 인한 임금격차 심화 ▲노인실업 문제 심화와 같은 문제가 제기됐다.
중앙대 사회학과 이병훈 교수에 따르면 저숙련 노동 분야가 기계로 대체되면 저숙련 노동자들의 일자리는 줄어들게 된다. 따라서 노동시장에서 저숙련 노동자의 노동가치가 떨어짐에 따라 임금이 감소하고, 결과적으로 고숙련 노동자와의 임금격차가 심화된다. 이 교수는 “기계도입은 단순히 일자리 감소뿐 아니라 저숙련 노동자와 고숙련 노동자와의 임금격차 심화로 사회 내 소득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기계화로 대체되고 있는 노동자가 대부분 장·노년층 노동자라는 것도 문제다. 한국노동연구원 장인성 연구위원에 따르면 경비원, 계산원 등 대부분의 저숙련 노동은 장·노년층 근로자가 은퇴 후 재취업하는 분야다. 장 연구위원은 “저숙련 노동의 기계 대체화는 일자리 문제 중에서도 특히 노인실업 문제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많은 일자리가 기계로 대체되는 현상에 대해 “기술발전이 노동시장에서 비극이 될지 희극이 될지는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며 “일자리를 빼앗는 기술이 아닌 기존 노동자에게 도움이 되는 기술 등 저숙련 노동자와도 상생할 수 있도록 기술발전의 방향이 설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 연구위원 역시 “노동 인력의 기계 대체로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용유지와 상생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며 “당장 생계를 잃을 수 있는 노동자의 일자리를 보장해 줄 수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비원과 같은 저숙련 노동자는 열약한 고용환경과 더불어 기계화로 인한 고용불안이라는 새로운 문제에 직면했다. 노동시장의 사각지대에 내몰려 있는 저숙련 노동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 볼 시점이다.

*다보스 포럼: 세계 각국의 정·관·재계의 수뇌들이 모여 각종 정보를 교환하고, 세계경제 발전방안 등에 대해 논의하는 세계경제포럼. 공식적인 의제는 없으며, 참가자의 관심 분야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 교환이 이루어진다.

**kt텔레캅(텔레캅서비스): 무인경비시스템 중 하나로 외부인 출입 감시, 비상시 현장 출동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글 홍란 기자
nancho@yonsei.ac.kr
사진 이수빈  기자
nunnunanna@yonsei.ac.kr
하은진 기자
so_havely@yonsei.ac.kr 
 

홍란 기자, 이수빈 기자, 하은진 기자  nancho@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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