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프로스트』의 이종범 작가를 만나다.

 

경쟁의 연속인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가 될 때가 많으며, 때로는 상처를 덮어두고 넘어가기를 강요받기도 한다. 사회적 강요를 받는 청년들은 모든 문제를 자신의 탓으로 돌리는 것에 익숙해졌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그 어느 때보다 상처 입고 방황하는 청년을 위로하고자 하는 작가가 있다. 바로 웹툰 『닥터 프로스트』 를 연재 중인 이종범 동문(심리‧01)이다. 때로는 작품에서, 때로는 방송에서 청년들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전해온 이 작가를 만나봤다.

 

이종범, 만화를 향한 그의 열정
 

학창시절에 이 작가의 꿈은 만화가였다. 그는 “원래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 그림을 그리는 직업을 가지면 좋겠다고 늘 생각했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세상에 조금이나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싶어서, 다수를 상대로 말할 수 있는 직업을 갖길 원했다”며 “이러한 꿈을 생각하다보니 그림을 통해 세상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만화가가 되고자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작가가 처음부터 이런 목표를 가지고 만화가를 꿈꿨던 것은 아니다. 이 작가는 “처음에는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고, 돈을 벌기 위해 만화를 그린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목표는 금방 달성되었고, 이후 이 작가는 만화가 활동을 지속하는 것에 대해 회의감을 느꼈다. 그래서 그는 “만화가로서 더 오래 활동하기 위해 새로운 목표를 고민하다 보니 나의 2세에게 더 나은 삶을 물려주고 싶어졌다”며 "지금은 만화를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매일 펜을 든다"고 전했다.

만화에 대한 이 작가의 애정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 작가는 만화에서 등장인물의 심리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본인의 전공인 심리학을 심도 있게 을 공부하는 것 뿐 아니라 다양한 방면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는 “만화를 그리기 위해서는 다양한 체험을 직접 해보는 것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음악 소재의 만화를 그리고 싶어서 학교 재즈 밴드에서 활동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는 “그때 당시에 밴드와 함께 신촌 길거리에서 하던 버스킹은 아직도 그의 대학 시절을 통틀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기억”이라고 덧붙였다.

 

『닥터 프로스트』, 그가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

 

“나는 당신에게 공감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문제는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이 웹툰은 위와 같은 주인공의 대사로 시작한다. 이 작가의 유명 웹툰 『닥터 프로스트』는 천재적인 재능을 가져 젊은 나이에 교수가 된 프로스트가 대학 내의 학생 상담소에 부임하게 돼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다룬 웹툰이다. 닥터 프로스트는 뛰어난 심리학적 이론지식을 가졌고, 정확한 처방을 내리지만,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인물이다. 프로스트 교수는 그곳에서 '공감'을 통해 상담해야 한다고 믿고 있는 조교 '윤성아'와 함께 학생 상담소에서 다양한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상담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그도 모르는 사이, 조금씩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을 느끼게 되고, 그의 생각 역시 바뀌어 간다. 이 작가는 이 웹툰을 통해 “주인공이 자신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보통 이런 정신과 보호 병동에는 경력직들이 많이 오시는데, 신규이신 분은 정말 오랜만이라서 공부해야 할 게 많을 거에요"

이 대사는 닥터프로스트 시즌 3에 등장하는 인물의 대사이다. 시즌3의 배경은 정신병동으로, 이 작가는 웹툰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기 위해서 정신병원의 폐쇄 병동을 직접 취재했다. 그는 정신병동이 부정적인 모습으로만 알려져 있기 때문에 이러한 사회적 인식이 생겼다고 생각했고 이런 인식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취재 과정을 회상하며 "실제 폐쇄 병동은 시스템의 미비, 예산의 부족, 제도적인 사각지대의 문제의 교집합 지점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며 "도리어 우리가 흔히 편견을 가지는 것처럼, 폐쇄 병동에서 어떤 악인에 의해서 극적인 일이 일어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고 자신의 취재 경험을 말했다.

한편, 이 작가는 시즌 3에서 정신병동을 다루기 전 시즌 1과 시즌 2에서는 여러 마음의 병을 가진 인간 군상들을 다뤘다. 실제로 이 웹툰의 등장인물들은 공황장애, 사회공포증, 의존증, 경계선 성격장애, 불면증과 우울증 등을 가지는데, 이는 생각보다 쉽게 우리에게 찾아올 수 있는 마음의 병들이다. 이는 마음의 병이 있는 사람들이 병을 치료받는데 주저하지 않기를 바라는 이 작가의 마음이 투영된 것이다.

“마음의 문제는 해결할 수 없지만, 공감은 할 수 있다”

무감정의 사나이 ‘프로스트’는 시즌 마지막에 이르면 조금씩 감정을 되찾아 가게 되고, 결국 공감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프로스트의 첫 대사가 시즌 마지막에서 위와 같이 바뀌는 것을 통해 확실히 드러난다. 프로스트는 덮어두었던 과거의 ‘트라우마’와 마주하여, ‘스스로를 위로’하는 과정을 통해 변화의 과정을 겪는다. 프로스트는 자신의 어릴 적 모습을 하고 있는 트라우마와 마주하며, “무서우면 도망가도 돼. 회피하고 숨고 도망가. 나약해도 괜찮아. 강할 필요 없어. 그런 게 인간이니까”라는 위로의 메시지를 건넨다. 이를 통해 이 작가는 “아무도 개인이 겪는 고통의 무게를 평가할 수 없으니, 상처를 가진 사람들이 스스로 고통을 위로하게 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닥터 Lee’가 청춘에게 주는 처방전
 

이 작가는 일상에 지친 사람들의 가슴을 파고드는 말을 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런 그에게 마지막으로 스트레스와 불편한 동거를 이어나가고 있는 청춘들에게 힘이 될 만한 따듯한 말 한마디를 부탁했다.

대학 입학만이 목표였던 학생들은 적성에 맞지 않는 전공, 주변으로부터의 취업 압박 등에 부딪히며 삶의 방향성을 상실한다. 이로 인해 많은 대학생이 소위 말하는 ‘대2병’을 겪고 있다. 이 작가는 이런 현실을 ‘첫 연애’에 빗대며 “처음 연애를 하면 상대방이 조금만 토라져도 모두 자신의 잘못이라고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이는 대부분 혼자만의 착각인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대학생들은 자신들이 혼란을 겪고 있는 이유가 스스로에게 있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다수이니 자신만을 탓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또한, 이 작가는 청춘들에게 목표를 가지라는 메시지도 전달했다. 그는 “어떤 일을 하는 목표가 그 일을 지속 할 수 있는 기간을 결정한다”며 “학생들이 이를 깨닫고 대학에 와서 새로운 목표를 정한다면 조금이나마 나을 것”이라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 작가의 만화는 주변 사람에 대한 관심과 흥미, 그리고 이어지는 고통스러운 공부가 있고 난 뒤에야 비로소 탄생한다. 실제로 이 웹툰을 읽다 보면, 주변 사람들에 대한 관심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이 작가가 준비 중인 『닥터 프로스트』 시즌 4도 자연스레 기대되는 것이기도 하다. 그의 작품과 강연들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었던 것 역시 이런 배려가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글 김민재 수습기자
박진아 수습기자
이지은 수습기자

chunchu@yonsei.ac.kr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