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와 처벌이 능사는 아니다

주재현 (경제·11)

 곳곳에 현수막이 설치되고 천막이 들어서는 등 바야흐로 축제의 계절이다. 주점에서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이는 것은 초여름 캠퍼스에서만 누릴 수 있는 낭만이다. 그런데 내년부터는 그런 낭만이 옛사람의 전유물이 될지도 모르겠다. 지난 3월 자유한국당 윤종필 의원이 국민건강증진법 재개정안을 발의하면서 ‘공공장소 음주행위 처벌’이 다시 화두에 올랐기 때문이다.
현행 국민건강증진법에는 공공장소 음주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다. 따라서 지자체에서 금주구역을 선포하더라도, 이를 처벌할 근거가 없는 상황이다. 공공장소 음주 금지론자들은 국민 건강을 해하고 각종 범죄의 원인이 되는 음주행위를 규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언뜻 보면 금지론자들의 주장은 합당해 보인다. 그러나 십여 년 전에 처음 제안된 ‘공공장소 음주행위 처벌’은 그동안 수차례 발의됐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도 통과되지 못하고 난항을 겪었다. 공공장소 음주행위를 처벌한다는 발상 자체가 기본적으로 심각한 결함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공공장소 음주행위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하는 것은 과도한 기본권 제한이라는 지적이 있다. 소수의 주취 행위자 때문에 대다수 시민들이 공원에서 치맥도 즐기지 못하는 것은 과잉규제라는 것이다.
처벌의 실효성도 의문의 대상이다. 일단 공공장소라는 범위부터 애매하다. 공원이나 공공시설만 포함할지, 도로 위를 포함한 광범위한 실내가 다 포함돼야 하는지는 공공장소 음주 금지론자 사이에서도 논란이며 게다가 그 광범위한 공간을 일일이 다 단속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공공장소 음주를 금지하면 주취자의 범죄행위가 근절될 것이라는 주장에도 동의하기 어렵다. 범죄를 저지르는 주취자가 공공장소에서만 음주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위의 공공장소를 캠퍼스로 국한해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무조건 음주를 불법화하는 것은 마치 구시대식 법치를 연상케 한다. 특히 이중처벌 논란에 더불어 캠퍼스의 경우 공권력이 수시로 단속하기 힘들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그 실효성이 더욱 의심된다. 정작 과도한 음주 문화는 대부분 실내 술집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음주 금지’로 대학가의 과도한 음주 문화를 개선하겠다는 주장도 동의하기 어렵다.
그리고 공공장소 음주가 전면 금지되면 대학가 축제는 본래의 활기를 잃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 대학가 축제의 상당부분이 술 마시며 즐기는 문화와 깊게 관련돼있기 때문이다. 국민건강진흥법이 개정된다고 가정하면 캠퍼스 내 음주행위 자체가 불법이 돼버리기 때문에 총장 재량으로 한시 허가하는 융통성도 발휘할 수 없다.
물론 술 없이 즐기는 문화를 권장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갑자기 음주를 금지해 버리면, 대학의 축제 문화는 발전할 기회도 얻지 못한 채 고사해 버릴 수도 있다.

특정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으로 전면 금지를 택하는 것은 하책이다. 과도한 음주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우선 사회적 공감을 사는 것이 우선이다. 대학가의 과도한 음주문화도 대학생 스스로 바꾸려는 노력이 우선돼야 할 문제인 것이다. 주취상태 범죄의 경우에도 음주 후 범죄 행위를 정상 참작해주는 우리 법 관행을 고치는 것에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잡아야 할 것이다. 음주 행위를 불법으로 할 것이 아니라 음주 후 범죄 행위를 더욱 엄격히 처벌하는 것이 법리적으로나 상식적으로나 더 낫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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