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 교수 (우리대학교 대기과학과)

 지난해 봄, 항공기와 인공위성, 각종 첨단 대기오염측정장비가 동원된 한미공동 대기질조사에서 우리나라 봄철의 대기질은 좋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도시 서울 외에도 발전소와 공장들이 모여 있는 당진, 익산, 여수, 포항 지역의 대기오염상태는 심각했다. 굳이 대기질조사의 결과를 들춰내지 않더라도, 해마다 이즈음이면 미세먼지로 인해 세상이 시끄러워진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나 봄철은 기류가 정체되며 미세먼지 확산이 줄어들고 대기중 그 농도는 높아져, 기나긴 겨울을 지나고 야외활동을 하려는 우리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한다. 실외 미세먼지량이 100 ㎍/m3 이상이 되면, 사람들은 큰 불편함을 느끼며 경각심을 갖는다. 그러나 우리는 그에 비해 실내 미세먼지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음식조리 시 미세먼지 농도가 900 ㎍/m3 에 이르는데도 말이다. 아무리 외부의 미세먼지 농도가 높다고해도 음식조리시 창문을 열고 환기해야하는 이유이다. PM2.5(1세제곱미터 단위부피 공기중 직경이 2.5 마이크론 이하인 먼지 총무게)는 탄소, 질소산화물이나 황산화물 기원의 인위적인 오염된 입자인데 반해, PM10(직경 10마이크론 이하 먼지) 은 사막의 모레먼지, 해염입자 등 자연기원의 광물성 입자이므로, PM2.5 에 더 많은 경계심을 가져야한다.
고혈압을 건강위협인자 1위로 선정한 최근의 한 연구에서 실내와 실외 미세먼지는 각각 건강위협인자 5위와 9위를 차지했다. 미세먼지로 인해 서울에서만 매년 1만1천여 명이, 전지구적으로는 700만 명이 조기사망한다. 과거에는 우리들의 호흡계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던 미세먼지가 그 입자의 크기가 작을수록 혈관내부까지 축적되며 심혈관계에까지도 나쁜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세먼지가 석면, 벤젠과 함께 2013년 세계보건기구(WHO) 지정 1급 발암물질이 된 이래, 국내 5대 일간지의 미세먼지 관련 보도건수는 약 10배 늘어났다. 더 많은 사람들이 신문과 방송을 통해 미세먼지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되었으며, 더 자주 하늘을 쳐다보게 되었다. 다른 오염기체들은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워도 미세먼지는 빛을 잘 산란시키기에, 누구나 하늘만 보아도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서울 상공의 가시거리는 나빠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우리는 예전보다 맑은 하늘을 보기 어려워졌다고 얘기한다. 환경부 공식 측정자료에 따르면, 연평균 PM10 기준으로 지난 1990년대 중반 연평균 70㎍/m3을 넘나들던 미세먼지량은 최근들며 연평균 50 ㎍/m3 이하로 떨어지며 약 30% 가까이 줄어왔다. 2000년대 초반과 비교해도 20% 이상 줄어든 수치다. PM2.5 의 경우도 PM10과 비교하여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그 변화경향은 유사하다. 순간측정값의 변화가 아닌 연평균의 감소추세는 환경부의 고체연료 소각금지, 서울시의 천연가스버스 교체사업 등 정책과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에 의한 것으로, 적지 않은 의미를 갖는다.
그렇다고 우리의 대기질이 만족할만한 수준이라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대기환경기준은 연평균 PM10 50㎍/m3, PM2.5 25㎍/m3 로, 일본의 기준보다 1.6배, WHO 권고수준보다 2.5배 높게 책정되어,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보다 더 강력한 정부정책과 규제, 그리고 많은 시민들의 적극적 참여와 감시가 필요할 것이다.
미세먼지 문제는 에너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2014년 기준으로도 우리나라의 1차 에너지원중 석탄이 차지하는 비율은 30%나 되며, 신재생에너지는 고작 3.9%에 그친다. 전기자동차가 미세먼지 문제를 당장 해결해줄 것 같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에너지공급 구조에서 전기자동차로 전환하게되면, 대기환경에 이득은 거의 없고 오염원을 대도시에서 발전소가 있는 지역으로 옮겨낼 뿐이다. 수많은 서울시민들을 위해 발전소 지역주민들은 높은 미세먼지오염에 노출되어도 되는걸까? 전기자동차가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먼저 청정에너지로 충전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우리나라 총 전력의 3분의 1이 서울·경기 지역에서 소비된다. 또한 자동차를 비롯한 도로오염원과 냉난방시설이 미세먼지 배출에 주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즉, 미세먼지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자원과 에너지 절약, 대중교통 이용 등 생활방식의 획기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환경에 대한 과학적 분석을 통해 국제협력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한다. 우리나라 미세먼지 발생지역의 경우, 연평균으로는 70% 정도가 국내에서 발생되며 30% 정도가 중국 등 국외에서 유입된다. 그러나, 고농도 사례의 경우 그 영향은 70~80%에까지도 이르며, 이러한 외부 영향이 줄어든다면 국내 대기환경기준 초과사례 건수 또한 줄어들 것이다. 중국의 대기환경기준은 우리나라보다 50% 정도 관대하다. 한중일은 1999년 이래, 3국 환경장관회담을 시작으로 동아시아 지역의 대기환경문제해결에 대한 노력을 기울이며, 프로젝트 수행과 자료 공유 등 발전적 모습을 보여왔으나, 아직 문제해결을 위한 가시적 성과는 크지 않다. 과학적 분석을 바탕으로 3국이 함께 정책적 그리고 외교적 노력을 기울인다면, 머지 않아 맑은 하늘을 더 자주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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