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 더 나아갈 수 있는 시작
어떠한 사안에 찬반논쟁이 벌어졌다는 것은 현 상태에 문제가 있음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가족부 폐지론이 제기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여성가족부가 내부에 많은 문제들을 안고 있음을 방증한다. 여성가족부는 2001년 여성부로 신설된 후 여러 개편의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2010년에 여성가족부로 재개편된 중앙행정부서다. 여성가족부의 존재 정의를 보면 ‘여성정책의 기획·종합, 여성의 권익 증진, 가족 정책, 건강가정 사업을 위한 아동 업무 및 청소년의 육성·복지 및 보호 등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는 중앙행정기관’이다. 즉 여러 분야 전체로 흩어져 있는 여성, 아동, 가족 정책을 총괄하는 부서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여가부가 흩어져 있는 정책들의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최근 대선 토론회에서 여성가족부 존치와 폐지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다. 이 때, 유승민 후보의 폐지 입장을 보자면 현재의 여성가족부는 힘이 없고 충분히 다른 부서에서도 할 수 있는 일들을 맡고 있는, 정체성이 불명확한 부서라는 것이었다. 이 발언대에 글을 쓰면서 많은 의견들을 찾게 됐는데, 폐지 찬성의 입장에서의 논리는 여성가족부의 정책들이 지속적 관심이 필요한 아동문제, 가족문제, 성 차별 완화에 기여한 바가 미약하다는 것이다.
모든 정책이 모든 국민을 만족시킬 수는 없으나 모든 정책에는 본질적 의도가 있어야 하고 그 의도는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그렇지만 그 본질이 흔들린다고 해서 정책부서를 폐지하는 것은 너무 성급한 결정이다. 지금은 장미대선이 마무리된 시기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고 각 정책부서 내에서 개혁이 예고돼 있기도 하다.
여성가족부의 순기능은 집중적 정책 시행이다. 태초의 여성가족부는 부서 별로 나눠진 분야에 따라서 상대적으로 약해질 수 있는 부분들을 보완하는 부서로 처음 시작됐을 것이다. 사회적으로 소외된 계층에게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제공하는 부서 말이다.
어떤 사람들은 ‘여성을 막연히 약한 존재로 봐서는 안된다’, ‘여가부의 존속이 남성에 대한 역차별을 야기한다’는 논리를 들어 여가부의 폐지를 주장한다. 여성가족부라 하면 성평등을 위한 정책부서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가부의 역할은 단지 남성에 대한 여성의 권리를 신장시키는 데에만 있지 않다.
지난학기, 한 강의를 통해 ‘혐오 사회’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남성혐오와 여성혐오가 만연한 사회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나는 비겁한 답일지 모르지만 일종의 성별 전쟁이라는 상황 속에서 칼날의 방향성이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남성과 여성, 모두 서로에게 칼날을 향하게 할 것이 아니라 모두 국민이라는 입장에서 부조리한 사회 구조에 대해 칼날을 향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많은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고 하나, 회사나 학교 내에서 여성 차별과 희롱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는 고착화되어 있는 사회구조, 사회적 인식의 문제이기 때문에 남성과 여성 모두 차별과 편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같은 곳을 보고 칼날을 내밀어야 한다. 부조리한 사회 구조에 대한 국민 모두의 칼날을 준비하는 곳으로써 여성가족부가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부서의 본질을 찾아가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여성가족부의 무조건적인 폐지보다는 내부에서의 개혁이 먼저 필요하다. 기존의 부서 자체는 유지하고, 부서 목적에 맞게 각 분야로 흩어져 있는 여성, 아동, 가족 정책들을 모아서 정책집행을 수행할 수 있는 실질적인 부서로서 나아가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성가족부는 부서의 존재 자체로 ‘공평한 사회’를 이룩하는 과정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모든 국민을 만족시킬 수는 없어도 여성가족부의 본질을 지키는 개혁으로 부서의 정책들을 국민 모두가 이해할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