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게이트 수납원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기자가 만난 전・현직 수납원들은 입을 모아 톨게이트 외주화를 처우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한국도로공사(아래 도로공사)로 운영되던 톨게이트 영업소가 최초로 외주화된 것은 지난 1995년이었다. 당시 17개 영업소의 수납원들이 직접고용 체제를 벗어나 용역회사를 중간에 끼고 계약을 맺게 된 것이다. 곧이어 IMF 금융위기가 발발했고, 한국 노동계는 합리적 경영이라는 명목으로 유례없는 외주화와 비정규직화에 직면했다. 이후 매년 다수의 영업소가 외주화됐고, 결국 경영 효율화와 고용 유연화를 표방한 이명박 정부 집권기인 2009년에 이르러 모든 영업소를 외주계약 형태로 운영하게 됐다.

 

도로공사 발 낙하산

 

그런데 계약 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도로공사는 공개입찰 대신  수의계약 방식을 택했다. 사측에서 명예퇴직 대상인 사내 고위직에게 영업소 운영직을 제안한 것이다. 민주노총 인천지부 김종수 사무국장은 “명예퇴직자들은 용역 회사의 기틀을 마련하는데 드는 약간의 비용만 내면 됐다”며 “그 대가로 5, 6년간의 계약을 경쟁 없이 따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3년, 신기남 前 국회의원이 배포한 국정감사 보도자료에 의하면, 전국 톨게이트 334개소 중 291개소를 도로공사 퇴직자가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수의계약 톨게이트의 비율과 함께 각종 비리와 부정이 일어나는 빈도 또한 늘었다. 사측에 지급된 용역비를 빼돌리거나 근태 현황 자료를 조작해 실제보다 더 많이 용역비가 소모된다고 보고하는 등 다양한 수법을 사용해 용역업체 사장들은 이익을 취했다. 김 사무국장은 “정부에서 지급하는 지원금을 노리고 기존의 수납원을 장애인이나 새터민으로 대체하는 경우도 빈번했다”며 “지원금은 해당 근로자들의 복지 향상에 사용되지 않고 고스란히 사장 주머니로 들어갔다”고 말했다. A씨는 “부스 내 비품 교체 명목으로 공사 측에서 700만 원을 지급했는데 실제로는 120만 원만 쓰인 경우도 있었다”며 “사장들이 ‘(노후자금을) 챙길 수 있는 만큼 챙기겠다’는 얘기를 공공연하게 했고, 실제로도 영업소의 자판기 수익까지 긁어가는 식이었다”고 말했다. 
결국 원청의 방기 하에 하청 사장들이 부당한 이익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수납원들의 근무여건이 악화되는 것은 필연적이었다. 가장 단적인 사례가 임금 문제다. 사측을 상대로 임금 차액을 요구하는 소송 중인 A씨는 “직접고용에서 외주운영 형태로 바뀌며 사람에 따라 적게는 450만 원, 많게는 800만 원까지 연봉이 줄었다”고 말했다.

 

원청과 하청 사이

 

수의계약 체제 하에서 쌓인 톨게이트 근로자들의 불만은 2000년대 후반 노조 설립을 통해 조직화됐다. 이후 도로공사를 상대로 직접고용을 요구한 톨게이트 근로자들의 집단소송, 자동화로 인한 감원에 반발한 파업 등의 이야기가 언론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이에 더해 정치권 일각에서도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문제 해결 의지를 보인 결과, 국정감사 등을 통해 해당 문제가 공론화됨으로써 외주화 초기의 수의계약 방식은 점차 공개적 전자입찰 방식으로 변화해왔다. 그에 따라 비교적 규모 있는 용역업체들이 톨게이트 운영에 뛰어들었고, 개별 영업소 운영자가 부당이득을 챙기던 종전의 관행 역시 상당 부분 개선됐다. 
그러나 직접고용 체제 하에 비해 열악해진 수납원들의 처우에는 큰 변화가 없다. B씨는 “우선은 임금 문제가 가장 크고, 그 밖에 처우나 근로자 복지에 있어서도 직영 때와는 확실히 차이가 난다”며 “야간 근무 때 지급하던 간식이라든지 명절에 제공하던 선물들, 회식 같은 소소한 복지가 특히 차이 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원청과 하청 업체 사이에 낀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정 문제도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외주운영 방식과 더불어 하이패스 도입으로 인해 수납원의 고용보장은 매우 불안정한 상태다. 계약 기간 도중에 해고당하는 사례는 드물지만 그 대신 많은 노동자들이 재계약에 실패한다. 교통량 등을 사유로 원청에서 발주하는 용역 규모 자체를 줄이는 것이다. 근로자 감원이 문제시될 때마다 하청 업체는 원청의 발주 자체가 감소해 어쩔 수 없었다는 해명을 내놓는다. 한편 도로공사 관계자는 “발주만 도로공사의 소관일 뿐 구체적인 고용과 용역 관리는 하청의 영역”이라고 주장한다. 명확한 결론 없이 원청과 하청 사이에서 책임소재가 표류하는 동안 피해를 보는 것은 수납원들뿐이다. 

지난 12일, 인천공항에서 열린 일자리 행사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1만 명의 인천공항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취임 후 공식적인 첫 외부 일정으로 해당 행사를 잡았다는 것은 ‘좋은 일자리’를 만들려는 새 정부의 의지를 보여준다. 또한 이는 정부 주도하에 공공부문부터 단계적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이뤄내겠다는 일종의 선언이기도 하다. 인천공항 외주 비정규직들이 맞이할 변화는 언제쯤 톨게이트에 닿을 것인가. 아직 산적한 문제 가운데, 수납원들은 변화를 손꼽아 기다린다.


글 송경모 기자
songciety@yonsei.ac.kr
전하연 기자
seiyeonii@yonsei.ac.kr
사진 신용범 기자
dragontiger@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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