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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평, 여기 사람이 있다톨게이트 수납원 잔혹사
  • 송경모 기자 전하연 기자 신용범 기자
  • 승인 2017.05.15 03:38
  • 호수 1792
  • 댓글 0

21:30
13년 차 톨게이트 수납원 김은진(가명)씨는 밤 9시 30분 경 톨게이트 영업소에 도착한다. 초등학생인 두 아이에게 저녁밥을 챙겨주고 출근한 김씨는 영업소에 마련된 교육장으로 향한다.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가기 전, 전달사항이나 지침 등을 공지 받는 것이다. 모든 사항을 전달받은 김씨는 근무복 차림으로 하행선 1번 요금소 부스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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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이 다 된 시각, 차량 통행량은 현저히 줄어든 상태다. 부스 앞에 멈춰선 차량의 창이 열리고, 요금을 쥔 손이 나온다. 팔이 닿지 않자 김씨는 상반신을 내밀어 돈을 받는다. 수금을 끝내고 다음 차량의 차례가 되자, 운전자는 왜 이렇게 오래 걸렸냐며 욕설을 한다. 계속되는 욕설에도 불구하고 김씨는 변명도 하지 못한 채 사과한다. 행여나 운전자가 고객센터를 통해 민원을 넣을 경우, 경위서를 작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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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시간을 앞두고, 김씨는 허기와 피로를 쫓으려 애쓴다. 과거 한국도로공사 직영 때는 야간근무 시 간식이 제공됐는데, 톨게이트 외주화가 이뤄진 뒤로는 소소한 사원복지를 찾아볼 수 없게 됐다. 곧 30분의 휴식시간이 주어지지만 제대로 쉬기엔 역부족이다. 왕복 거리 400m가량을 이동한 뒤 사무실에서 서류작업을 하는 데만도 15분이 걸리기 때문이다. 결국 김씨는 화장실에 들렀다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부스로 복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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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한 지 8여 시간이 지나고, 점점 도로에 차들이 많아진다. 김씨가 자꾸 왼쪽 어깨를 매만진다. 한 평도 안 되는 부스에서 반복해서 한쪽 몸만 쓰다 보니 팔다리가 쑤시는 것이다. 기침도 계속하지만 마스크는 쓰지 않는다. 마스크 쓰는 것을 안 좋게 보는 운전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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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근무를 모두 마치고 집으로 향하지만 아직 김씨는 마음 편히 쉴 수 없다. 곧 두 아이가 일어나 등교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아침밥을 먹이고 등교시킨 뒤 밀린 집안일을 모두 마치고 나면, 비로소 김씨의 하루는 끝이 난다.

전국의 톨게이트 수납원들은 4조 3교대 체제로 근무한다. 06시부터 14시까지 근무하는 초번 근무, 14시부터 22시까지 근무하는 중번 근무, 그리고 22시에서 다음날 06시까지 근무하는 말번 근무를 네 개의 조가 번갈아 가며 수행한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각 수납원은 하루에 8시간씩 5번, 주 40시간을 요금소에서 근무한다. 여기에 요금소에 들어가기 전, 영업소 내의 교육장에서 받는 사전공지와 전 타임 근무자와의 교대에도 추가적으로 시간이 소요된다. 결국 평균적으로 매일 9시간 가까이 톨게이트에서 보내는 셈이다.

 

아픔에 관하여

 

톨게이트 수납원들은 근무과정에서 ▲근골격계질환 ▲호흡기질환과 같은 신체적 문제와 ▲폐소공포증 ▲고객의 언어폭력으로 인한 스트레스 등 정신적 문제에 직면한다.
좁은 요금소에서 장시간 반복노동을 하며 제대로 쉬지못하는 수납원들은 신체적 피로에 시달린다.  
특히 한 방향으로 계속해서 몸을 틀어 일하기 때문에 현장에선 잦은 허리 통증을 호소한다. 현재 톨게이트 근무 16년차인 수납원 B씨는 “사람마다 차이는 있지만 거의 다 어깨와 허리 쪽의 통증은 달고 산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에 우리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윤진하 교수는 “45도 이상 몸이 뒤틀리는 작업을 하루에 반나절 이상씩 수행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이러한 작업 환경에서는 지속적인 허리 뒤틀림으로 인해 허리 디스크, 목 디스크 등의 근골격계 질환이 발생하기 쉽다”고 답했다. 
뿐만 아니라 고속도로 한복판이라는 위치적 특성상 차량 매연과 각종 공해물질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다는 고충도 있다. 현직 수납원 C씨는 “자동차 매연 등에 노출되다 보니 항시 기관지 쪽에 통증이 있다”며 “부스 내에 환기 시설이 있다고는 하는데, 거의 실효성이 없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 2014년 국립환경과학원에서 실시한 고속도로 톨게이트 요금부스 대기 질 측정 결과에 따르면, 톨게이트 요금부스 내의 오염물질 농도는 기준치를 약 세 배가량 초과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열악한 대기상황임에도 수납원들은 마스크조차 제대로 쓰지 못하는 실정이다. B씨는 “마스크 착용 시 고객의 민원이 적잖이 들어와 현실적으로 쓰기 힘들다”고 말했다. 
기자가 만나본 수납원들은 정신적인 고통 또한 호소하고 있었다. 먼저, 좁은 공간에서 일하는 과정에서 정신적인 불안증이 생겨나는 경우가 있었다. A씨는 “수납원 일을 그만둔 지 1년이 넘었지만 아직까지도 폐쇄된 공간에 있으면 뛰쳐나가고 싶은 충동이 들곤 한다”며 “평상시에도 문을 닫고 있으면 답답해서 힘들다”고 토로했다. 
또한 톨게이트 수납원들은 지속적으로 고객을 응대하는 과정에서 정신적 스트레스도 겪고 있었다. A씨는 “BL*에 오른 운전자에게 미납 금액을 알려주면 화부터 내며 폭언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며 “수납원들은 사실상 도로공사의 총알받이”라고 말했다. 일부러 손이 닿지 않는 위치로 돈을 주는 경우, 왜 웃지 않느냐며 대뜸 화를 내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윤 교수는 “수납원들은 고객을 대면하고 감정노동을 하는 과정에서 심리적 불안정 상태가 일상화된다”며 “극단적인 경우에는 우울증으로까지 발전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쉽지 않은 ‘쉼’

 

일반적으로 톨게이트 수납원은 출근부터 퇴근까지 2시간씩 총 3차례의 근무와 30분씩 총 4차례의 휴식 시간을 가진다. 이는 근로시간이 8시간 이상일 경우에 사용자로 하여금 의무적으로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을 부여하도록 규정한 「근로기준법」 제 54조 1항에 의거한 것이다.
그러나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4차례의 휴식시간에 대해 톨게이트 수납원들은 실질적으로 휴식을 취할 수 없다고 토로한다. 우선 개별 요금소에서 영업소까지 오가는 데에 드는 시간만 해도 약 7~8분이다. 휴식시간의 1/4 이상이 걸려 영업소 건물에 도착한 뒤에도 실질적인 업무는 끝나지 않는다. 근무 시간 동안 수금한 통행료를 영업소의 사무실에 전달하고 BL장부 정리 등 기타 서류작업까지 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개별 수납원이 휴식 및 개인정비에 쓸 수 있는 시간은 15분가량에 불과하다. 여기에 주간 근무자들은 식사까지 해결해야 한다. 수도권의 한 톨게이트 수납원으로 근무했던 A씨는 “서로 말도 안하고 밥만 퍼먹은 뒤 뛰어서 요금소로 돌아가곤 했다”며 “졸음을 쫓으려 커피를 마실 때도 미지근하게 탄 커피를 한입에 털어 넣을 수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또한 A씨는 “다른 톨게이트에는 근무 중 화장실에 갈 시간이 없어 지하통로 계단에서 용무를 해결한 사람도 있었다”고 밝혔다.

 

미쓰 수납원

 

대부분이 여성인 수납원들은 ▲운전자의 성희롱 ▲안전문제에도 노출돼 있었다. 
한국도로공사가 지난 2013년에 자체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 수납원 442명 중 58%가 운전자로부터 성희롱 피해를 입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안전보건공단이 지난 2016년 펴낸 「직업건강 가이드라인」은 수납원이 주로 겪는 성희롱 유형으로 직접적 신체접촉과 운전자의 신체 노출 행위 등을 지목했다. 이에 대해 한국도로공사 수도권본부 영업팀 함학식 차장은 “부스 내에 블랙박스를 설치해 성희롱 문제에 대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장소의 특성상 성희롱이 워낙 짧은 시간 안에 이뤄져 즉각적 대처가 쉽지 않을 뿐 아니라, 블랙박스에 잡히지 않는 형태의 성희롱도 비일비재하다. A씨는 “때때로 요금을 내지 않으며 노골적으로 훑어보는 운전자들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 같은 시선폭력의 경우에는 경찰 관계자들까지도 관계 법령이 모호하다며 단속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일부 영업소는 보안 측면에서 불안 요소를 드러냈다. 일례로 기자가 직접 방문한 인천 요금소의 경우, 일체의 경비인력이 보이지 않았다. 이렇듯 현금을 취급하면서도 경비 인력이 부재하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톨게이트는 범죄에 취약하다. 수납원 D씨는 “새벽 두시가 넘어가면 사무실에 여직원 두 명밖에 없을 때도 있다”며 “얼마든지 범죄가 일어날 수 있는 셈”이라고 불안감을 드러냈다. 또 다른 수납원 A씨는 “과거에는 지하 통로에 숨어 있던 강도에게 낫으로 위협당했다는 얘기도 돌았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개별 요금소 내에 설치된 비상벨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됐다. 현재 톨게이트 요금소에는 비상상황에 누를 수 있는 벨이 탁자 밑에 설치돼 있다. 그러나 부스 내부가 지나치게 협소한 탓에 의도치 않게 벨이 자꾸 눌렸고, 상당수의 수납원들은 임의로 덮개를 만들어 버튼을 가렸다. B씨는 “위급상황이 발생할 경우 덮개 때문에 실질적으로 벨을 누르기 힘들다”며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라고 말했다.

▶▶톨게이트 수납원이 영업소에소 요금소로 이동하는 약 200m 길이의 지하통로. 일반인에 대한 출입제한이 이뤄지지 않고있다.

 

그 모든 것의 값

 

열악한 근무환경에도 톨게이트 수납원의 급여는 생계를 유지하기에 턱없이 모자란 수준이다. 2017년 현재 최저시급인 6천470원을 기준으로, 하루에 8시간씩 주5일 근무 시 주휴수당을 포함한 월급은 135만 2천230원이다. 16년 차 수납원 B씨는 지난달 월급으로 170만 원 가량을 수령했다. 이는 최저시급으로 계산한 월급보다 1.3배 정도 높은 것으로, 일견 생계를 유지하는 데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170만 원이라는 금액이 소위 ‘쩜오’라고 부르는 야간수당까지 전부 포함한 것이라는 사실이다. 일반적인 수납원이 한 달에 야간근로를 60시간 이상 한다는 점에서 이는 무시할 수 없는 수치다. 결국 야간수당까지 모두 합한 월급이 170만 원이라는 것은, 기본급만을 따져봤을 때 이들의 임금수준이 최저임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용역업체에 소속된 근로자들의 근로 여건이 사회적 쟁점이 됨에 따라 고용노동부는 지난 2012년,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아래 지침서)을 발표했다. 일반용역 중 단순노무용역** 근로자의 포괄적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한 해당 지침서에서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예정가격*** 산정을 다룬 부분이다. 원래 외주업체 선정 입찰 공고에는 용역금액을 포함한 예정가격이 명시돼야 한다. 이때 용역비를 최저임금이 아닌 시중노임단가****에 준해 책정하라는 것이 지침서의 내용이다. 지난 2016년 10월,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중소제조업 직종별 임금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단순노무종사원의 시중노임단가는 시간당  8천328원이다. 수납원이 주 40시간 근무한다는 가정 하에 주휴수당을 포함해 월급을 계산하면, 시중노임단가 기준으로 기본급만 174만 552원이다. 여기에 야간수당 등을 더하면 190만 원이 훌쩍 넘는 금액이 된다. 기존 수납원들이 수령하는 금액보다 20만 원가량 더 높은 금액인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톨게이트 수납원이 해당 지침서의 직접적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수납원 업무의 경우에, 지침서의 적용 대상인 단순노무용역으로 간주되지 않기 때문이다. 해당 지침은 단순노무용역의 별도 정의가 없다는 점을 들며 적용 범위를 청소・경비・시설물 관리 및 지방자치단체의 생활폐기물 수집・운반용역 등으로 한정한다. 톨게이트 수납원을 단순노무용역 종사자에서 배제한 데 대해 고용노동부 공공기관 노사관계과 관계자는 “수납원들의 경우 기기를 다루며 차종을 구분하고 요금을 정산하는 등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하다”며 “청소・경비보다 상대적으로 복잡한 용역”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수납원 개인이 직접적으로 복잡한 기기를 조작해야 하는 상황은 그리 흔치 않다. 뿐만 아니라 지침 적용 대상에 포함된 시설물관리 용역의 경우 공공시설물과 소방・배전・배수시설의 유지보수 등 효율적 관리를 주 업무사항으로 한다는 점에서, 업무의 상대적 전문성 때문에 지침 적용 대상에서 수납원이 배제됐다는 설명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BL: ‘블랙리스트’의 약자. 하이패스 단말기의 결함, 잔액 부족 등으로 인해 통행료를 체납한 운전자 명단
**단순노무용역: 용역은 기술용역과 일반용역으로 구분되며, 일반용역은 또다시 시설분야용역, 정보통신용역, 학술연구용역 등으로 나뉜다. 단순노무용역은 별도로 정의되지 않으나 시설분야용역의 하위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예정가격: 원청이 작성하는 입찰공고에 명시돼야 하는 용역금액. 
****시중노임단가: 단순노무종사원이 포함된 제조업 분야의 경우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실시하는 임금조사 결과에 따라 계산한다. 직종별 평균 조사노임/8이 곧 시중노임단가이며, 이는 최저시급 개념과 마찬가지로 야간근로나 휴일근로 등 추가근로수당이 포함되지 않은 수치다.


글 송경모 기자
songciety@yonsei.ac.kr
전하연 기자
seiyeonii@yonsei.ac.kr
사진 신용범 기자
dragontiger@yonsei.ac.kr 
 

송경모 기자 전하연 기자 신용범 기자  songciety@yonsei.ac.kr, seiyeonii@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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