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들이 앞다투어 ▲근로기준법 상 휴일 확대 ▲비정규직 휴가권 보장 ▲포괄임금제 폐지 ▲노동시간 단축 등 우리나라의 근로환경 개선을 공약으로 내걸고 표심몰이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를 ‘과로사회’로 규정하는 논의 자체가 새삼스러울 정도로, 과로를 강요하는 근로환경과 기업문화는 구시대적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6년 OECD가 발표한 ‘2016 고용동향’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취업자 1인당 평균 노동시간은 2천113시간으로 OECD 회원국 중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길었다.

주당 근무시간이 55시간이 넘으면 업무 생산성이 급격히 추락한다는 미국 스탠포드대의 연구결과에서 알 수 있듯, 노동시간이 업무 생산성과 정비례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이어지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기형적인 노동시간은 전근대적인 형태를 고수하고 있다. 

우리나라 노동시장에서 벌어지는 비정상적인 노동력 착취는 ‘한강의 기적’이라는 미명 아래 정상적인 것으로 간주돼왔다. 우리나라는 국가의 발전을 전적으로 인적 자원의 노동력에 의지해왔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의 과로는 관습처럼 굳어졌으며, 이처럼 야근과 초과근무가 당연해진 기형적인 과로사회는 4차 산업혁명을 앞두고 있는 현재에도 여전히 굳건하다.

오는 장미대선의 대선주자들이 공격적으로 근로환경 개선 공약을 내세우는 것은, 역으로 사회 구성원들이 과도한 노동에 얼마나 지쳐있는가를 반증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과로사회를 개선하기 위한 논의는 아직 미진하다. 지난 3월 2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다뤄진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합의도 결국 무산됐으며, 우리나라 노동시장에 대한 문제의식을 해결하기 위한 사회구성원들의 합의는 좀처럼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제조업 등 1‧2차 산업이 노동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우리나라의 특성 상 노동시간 단축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지만, 노동시간에 대한 논의는 반드시 필요하다. 사회 구성원들의 근로환경은 최근 우리나라를 관통하고 있는 문제들과도 밀접하게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과도한 노동시간 아래에서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없는 여성들의 경제 참여는 제한될 수밖에 없고, 업무에 치여 육아에 동참하지 않는 남성상으로는 이미 심각한 수준인 출산율을 높일 방향성을 찾기 힘들다. 저조한 출산율은 최근 우리나라를 관통하고 있는 ▲인구절벽 ▲고령화 사회 진입등의 문제와 직결되는 것이기도 하다.

동아시아권 OECD 회원국이며, 노동시장이 우리나라와 흡사한 일본은 정·재계가 합심해 노동시간 단축을 주도하며 노동시장의 분위기를 바꿔나가고 있다. 현재의 노동 모델로는 경제 활력을 유지할 수 없다는 구성원들의 합의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 사회는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저출산 극복과 경제 인구의 활성화를 동시에 노리고 있다.

노동시간 단축은 저임금, 비정규직 문제와 더불어 과로사회를 개선할 키워드 중 하나다. 과로사회의 개선은 우리나라에 산재한 고질적인 병폐를 해소하는 첫걸음이며, 정부 교체와 더불어 본격적인 과로사회 개선의 움직임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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