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의 민주주의 사회인 우리나라는 선거를 통해 국민의 대표자를 선출한다. 따라서 국민의 의사가 온전히 보장된 선거가 진행돼야만 ‘민주주의의 꽃’이 만개할 수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공정한 선거를 보장해 민주정치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공직선거법(아래 선거법)이 오히려 유권자의 참정권을 가로막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공식적으로 배포한 선거벽보

#1 ‘만 18세’,
유권자와 비유권자의 경계에 놓이다

우리나라의 선거연령은 시대에 따라 점진적으로 하향돼왔다. 현행 선거법상 선거연령은 만 19세 이상으로, 이는 지난 2005년 선거법 개정을 통해 이뤄졌다. 지난 2004년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에서는 당시 선거연령 만 20세를 두고 국제적 추세와 동떨어지며 병역·혼인 등 국내 타 법령과 어긋난다는 이유로 선거연령 하향을 국회에 권고했다. 이에 국회에서는 선거연령을 둘러싸고 만 19세 하향 안과 만 18세 하향 안이 대립했고, 그 결과 만 19세 안이 채택됐다. 만 18세는 민법상 행위무능력자인 미성년자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최근 만 18세도 합리적인 정치적 선택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의견이 다시 대두되고 있다. 고등학교 3학년인 정선민(19)군은 “만 18세 정도면 스스로 충분한 정보 수집을 할 수 있다”며 “기존 선거가능 연령대와 다름없이 수집한 정보에 대한 합리적 판단 역시 가능한 나이”라고 말했다.

시대의 변화,
선거연령 하향을 요구하다

선거연령 하향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저출산·고령화 사회로의 변화를 반영해야 한다고 말한다. 저출산·고령화의 지속적 심화로 노령층의 이익이 젊은 층에 비해 과잉대표 되는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선거연령을 낮춰 젊은 층의 의사 반영을 확대해 세대 간 이익 대변의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청년참여연대 이교은 사무국장은 “현재 우리나라의 인구 구성은 노령층의 비율이 급증하는 형태다”라며 “국민의 대의를 형평성 있게 반영하기 위해선 청년 참정권 확대의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선거연령 하향을 통해 일부 대학생 및 사회초년생의 선거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현행 선거법상 선거연령을 따를 경우, 선거일 이전 만 19세에 해당치 않는 대학생 및 사회초년생은 선거에 참여할 수 없다. 특히 이번 대선은 올 상반기에 치러짐에 따라 선거권 보장 범위는 더욱 제한된다. 만 18세인 우리대학교 오예진(노문·17)씨는 “갓 성인이 돼 사회인으로 발돋움하려는 대학생의 의사는 우리나라의 발전에 매우 중요하다”며 “같은 대학생임에도 불구하고 선거권을 인정받지 못한 일부는 그들의 의사를 피력할 수 없다는 사실이 매우 아쉽다”고 말했다.
한편 선거연령 하향에 관한 부정적 목소리도 있다. 이들은 ▲입시 위주인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상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점 ▲교육환경 내에서 교원·학부모 등 정보 전달자의 편향된 정치 성향에 노출되기 쉽다는 점을 주된 근거로 선거연령 하향에 반대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김재철 대변인은 “현재 우리나라는 대부분 만 18세면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OECD의 많은 나라들과는 교육학제가 달라 졸업 시점의 나이가 상당수 만 19세다”라며 “선거란 최적의 인사를 선출해 국정을 맡기는 것인데, 입시를 앞둔 현 만 18세 학생들의 경우 정치적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상당히 제한돼 제대로 된 투표권 행사가 힘들다”고 답했다.
이에 선거연령 하향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참여적 정치교육과 제도적 보완을 통해 선거연령 하향을 둘러싼 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 2016년 11월 국회에서 열린 제2차 안전및선거법심사소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미국에서는 학생들이 갈등·시위현장을 직접 참관해보고, 스스로 피케팅 등의 정치활동에 참여하게끔 하는 정치교육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표 의원은 편향된 정치 성향에의 노출 가능성에 대해서는 ‘학습권과 정치적 자기결정권이 제도적으로 보장돼야 한다’고 밝혔다.

#2 범법자 만드는 선거법

현행 선거법에 따르면, 선거일 전 일정 기간 동안에는 선거법에서 허용하는 행위를 제외하곤 정치적인 의사를 표현할 수 없다. 이에 일각에서는 선거법이 유권자들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 또 선거의 쟁점이 되는 정책에 관한 유권자의 의견 표출을 과하게 규제하는 현재의 선거법은 개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유권자의 의사 표현을 규제하는 선거법 조항


선거법 제103조 제3항에 따르면 ‘촛불집회’와 ‘태극기 집회’까지도 선거법 위반의 위험성을 가진다. 선거기간 내 후보자의 유세 활동이 아닌 집회나 모임 등에서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정책에 관한 지지 및 비방으로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해당 조항에 대한 위반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태극기 집회는 ‘새누리당 조원진 후보자 유세 활동’으로 명칭을 바꿔 집회를 진행하기도 했으며, 촛불집회는 의식적으로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다.
한편 선거법 제90조 제1항과 제93조 제1항에 의하면, 특정 정당‧후보자의 비리 의혹 또는 선거의 주요 쟁점 등에 관한 1인 피켓팅 및 문서‧도화의 배부 역시 해당 정당‧후보자‧정책에 대한 찬반 의사 표명으로 취급돼 규제를 받는다. 일례로 ‘청년구직 비리인사 낙천’을 요구하며 1인 피켓팅을 했던 청년유니온 김민수 위원장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또한 촛불집회에서는 집회 참가자 2명이 ‘세월호 진상규명과 사드배치 철회’ 등을 주장하는 동시에 특정 후보자들을 반대하는 포스터를 붙여 선거법 위반으로 경찰에 연행됐다.
그러나 지난 2011년 헌법재판소 판결(전원재판부 2007헌마1001, 2011.12.29)은 ‘국민이 선거과정에서 정치적 의견을 자유로이 발표, 교환함으로써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비로소 그 기능을 다하게 된다 할 것이므로, 선거운동 등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헌법 제21조 제1항에서 정한 언론·출판의 자유 보장 규정에 의한 보호를 받는다’고 선언한다. 우리대학교 학생 A씨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유권자가 유언비어를 퍼트리는 것이 아니라면 입장을 자유롭게 표명할 수 있어야 한다”며 “현재는 선거법으로 인해 선거와 무관하게 이뤄지던 비리 의혹 제기 혹은 진상규명 요구까지도 제재를 받게 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조성대 소장 역시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헌법상 중요한 기본권 중 하나라는 점을 강조하며, “‘선거의 공정성 확보’를 목적으로 하는 선거법은 선거 수행 과정의 수단일 뿐이며 표현의 자유를 포괄적으로 금지할 순 없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조 소장은 유권자의 정치적 의사표현이 정책에 대한 자유로운 검증을 가능케 해 후보들 간의 진정한 ‘정책 대결’을 유도할 수 있음을 역설했다.
한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아래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중앙선관위도 선거법의 규제가 불합리하다는 것에 적극 공감한다”며 “법 집행 기관으로서 선거법을 엄격히 적용해야 하기에 제재를 가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어 “중앙선관위 또한 유권자의 정치적 의사 표현의 확대를 위해 인쇄물이나 시설물을 이용한 선거운동 확대 등에 관해 이미 국회에 개정 의견을 제출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국민들의 정치적 관심도는 급증했다. 그러나 급증한 정치적 관심도에 비해 선거법의 규제는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과도한 규제는 민주주의 실현을 저해하므로, 더 넓은 민의 반영을 위해 선거법 개정이 필요하다.

 


글 이영준 기자
zero6@yonsei.ac.kr
전하연 기자
seiyeonii@yonsei.ac.kr
사진 신용범 기자
dragontiger@yonsei.ac.kr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