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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지역인재 할당제, 과연 옳은가?실패는 끝이 아니야, 지역인재 할당제
  • 권민준(경영·12)
  • 승인 2017.05.06 19:51
  • 호수 17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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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민준
(경영·12)

 서울대학교에는 지역균형선발전형이라는 수시 전형이 있다. 이는 교육 인프라가 부족한 지방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학생에게 좋은 환경에서 교육받을 기회를 제공하고, 그가 가지고 있는 가능성을 펼치게끔 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전형이다.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할당제도 이와 동일한 취지로 논의되고 있는 제도이다. 지방의 대학에서 스스로를 갈고 닦은 인재에게 기회를 주어서 그 능력을 펼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꽤 오래 전부터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할당에 관한 논의는 있어왔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대학교 간의 서열이 명백히 존재해 왔고, 기업의 입장에선 개개인의 능력을 검증하기보다는 확률 높은 표본을 많이 뽑는 것이 훨씬 편리하다. 이 두 가지가 맞물리면서 한번 대학입시에서 밀린 청년들에게는 취업시장에서도 자신의 능력을 보여줄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게 된다. 때문에 편입이나 국가고시 등에 희망을 걸어보게 되고, 수많은 인재들이 시간을 낭비하는 결과를 낳는다. 인생은 실전이라는 말이 있지만, 한 번의 실패로 인해 재도약할 기회조차 없다는 것은 너무나 가혹하다. 그들에게 능력이 없다고 단정 짓고 기회를 주지 않는다면, 한국에서 맨땅의 성공신화는 다시는 나오지 못할 것이다.
더구나 대학 입시가 얼마나 불완전한지는 대학 입시를 겪어본 사람이면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단 하루 동안 이뤄지는 수학능력시험으로 학생들을 일렬로 세운 뒤, 한두 문제 차이로 대학 간판이 바뀌고 한두 문제 차이로 또 바뀐다. 그 작은 차이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차이가 있다면 능력이 아니라 그 이후의 인식의 차이가 있을 것이다. 이제 갓 성인이 된 대학생들에게는 인생을 평가받는 것으로 다가올 것이며, 경쟁에서 밀려난 학생들은 무력감을 느끼게 된다. 무력감이란 참으로 무서운 것이어서 스스로가 그릇을 작게 느끼면 실제로 그렇게 된다. 다음 기회가 없다는 무력감에 빠져 청년들이 능력을 갈고 닦지 않는다는 것은 전 국가적으로도 큰 손해일 것이다. 대학입시가 끝이 아니며, 노력과 전략적인 접근을 통해 얼마든지 꿈을 펼칠 기회가 있다는 것을 청년들에게 심어주어야 한다.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할당은 그것을 향한 한 걸음이 될 것이다.
그리고 지방 출신 인재들은 자신이 속한 지역의 일에 관해서는 외지인에 비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것은 현실적인 이유로서 지역인재 할당에 대한 근거가 된다. 내가 서울로 대학을 와서 놀랐던 것은, 서울 토박이인 친구들은 제철소나 항만 등을 실제로 본 적이 몇 번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나에게 있어서는 어릴 적부터 항상 근처에 있었기에 특별하지 않았던 것들이, 누군가에게 있어서는 경쟁력으로 작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 친구들도 내가 모르는 서울의 모습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 또한 경상도에서 대학교를 다녔던 고등학교 동창들에 비하면 지역의 경제에 대해 잘 모른다. 대학생이 되고 나서 얻은 경험들은 고등학생일 때와 많은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대학교를 졸업하고 실무에 투입될 때에 더 큰 차이가 되어 돌아올 것이다.
또한 부수적인 효과이지만,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할당제로 인해 수도권으로 모여들고 있는 인구가 분산될 수 있을 것이다. 비슷한 성적으로 갈 수 있는 대학이라면 지역인재 할당제로 인해 지방 소재 대학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수도권 출신의 청년들이 지방으로 나와서 해당 지역에 정착하게 되고, 작게나마 수도권 과밀화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대전, 포항, 울산 등이 그러한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지역인재 할당제가 가진 순기능은 무척이나 많다. 이미 입시에서 한 번의 실패를 경험한 젊은이들에게 또 한 번 기회로 다가갈 것이며, 지역인재는 지역의 상황을 잘 알기에 더욱 자신의 능력을 드러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부수적으로 수도권 과밀화를 해소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단순한 밥그릇 뺏기와 정치적 이해의 산물로써가 아닌, 제도 자체의 효과에 집중한다면 지역인재 할당제는 분명히 효과가 큰 제도로 자리할 수 있을 것이다.

권민준(경영·12)  chu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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