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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人/다] 세상에 질문을 던지고 건물로 답하는 건축가‘쌈지길의 아버지’ 최문규 교수를 만나다
  • 노원일 기자, 이수빈 기자
  • 승인 2017.05.06 19:11
  • 호수 17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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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대학교 최문규 교수(공과대‧건축설계)가 설계한 ‘쌈지길’의 모습. 인사동에 있는 쌈지길은 지난 2004년 문을 열어 많은 방문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건축물이다.

최근 몇 년간 프리츠커 상*을 수상한 건축가들은 공공건축에 힘쓰는 ‘사회적인 건축가’들이다. 조형적이고 개인적인 건축보다 건축의 사회적 가치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사회적인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건축물들이 여럿 있다. 그 중 가장 대중적으로 꼽히곤 하는 건축물이 바로 인사동에 있는 ‘쌈지길’이다. 쌈지길을 설계한 최문규 교수(공과대‧건축설계)를 만나 개인적인 이야기부터 시대적 흐름까지 다양한 주제로 인터뷰를 진행해봤다. 


Q. 쌈지길, 동대문운동장 공원화사업 설계안, 숭실대 학생회관까지, 많은 건축평론가들은 교수님의 건물들에서 경사로를 통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공간을 공통적인 특징으로 보는 것 같다. 건물을 설계할 때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추는가? 

A. 가게들과 이웃한 길이 집이 될 수 있는지(쌈지길), 건물과 공원이 하나가 될 수 있는지(동대문 운동장 공원화 사업), 서로 연결되는 길로서의 대학 건물이 가능한지(숭실대 학생회관) 등을 고민하며, 우리가 지금까지 살고 있던 건물과 도시에 대한 대안을 만들어 내고 싶었다. 그것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이어나가고 싶다.


Q. 건축을 하면서 가장 뿌듯했던 경험은 언제인가?

A. 내가 설계한 건물에 가면 편안하다는 말을 들을 때 좋다. 전공이 다른 딸이 칭찬해주면 기쁘다.(웃음) 


Q. 과거 다양한 매체들과의 인터뷰에서 건축가가 된 계기에 대해 ‘설계를 하다보니 재미있었고 공간에 대한 사고를 바탕으로 건축가의 길을 걷게 됐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역으로 건축의 길을 걸어오며 흔들렸던 적은 없는가?

A. 건축의 길을 걸어오며 힘들다고 느낀 순간은 많았지만 ‘건축을 안했으면 좋았을 걸’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 처음에는 내가 재능이 없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지만 건축에는 재능이 그리 중요하진 않다는 걸 알게 됐다. 단지 조금 더 잘했으면 하는 생각은 항상 있기 때문에 매일 흔들린다. 그 힘듦 속에서도 무언가를 천천히 만들어 내는 ‘과정의 즐거움’이 그 흔들림을 잡아주고 있다. 



Q. 지난 2007년 「한국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건축가의 자질은 호기심에 있다’고 말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다시 묻자면 건축가의 자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건축은 ‘우리의 삶이 시간을 지나면서 단단히 굳어진 물리적 실체’다. 이것을 단순히 새롭고 신기한 공간이나 형태로 만들어 내는 것에 만족한다면, 우리가 사는 모습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지 못할 것이다. 그렇기에 호기심은 건축가가 가져야 할 자질 중 하나다. 

그러나 요즘에는 건축가가 갖춰야 할 자질에 ‘성실함’, ‘타인에 대한 배려’ 등이 더해진 것 같다. 또한 외부의 자극이나 어려움에 자신을 지킬 수 있는 ‘회복 탄력성’도 중요해 보인다.


Q. 작년 말, 김수근 건축가가 설계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본관 리모델링 지명 초청 제안 공모’에서 당선작으로 선정돼 주목 받았다. 건물의 원형을 복원하되 기능을 바꾸고 행정적 기능은 신축건물로 이전하겠다는 계획이라고 들었다. 이전에 설계했던 건축물들과는 달리 ‘역사성’에 보다 주목한 이유가 무엇인가?

A.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본관은 김수근 선생이 50년 전에 설계한 건물로, 한국 현대 건축 역사에 굉장히 중요한 건축물이다. 지금껏 우리는 부수고 새로 짓거나 껍데기만 남기고 안은 완전히 새로 만드는 것에 익숙했다. 이에 얼마 남지 않은 우리의 근대 건축과 현대 건축의 좋은 유산을 남기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 제안을 심사위원들이 받아들여 지금 설계를 진행하고 있다. 이전에는 설계했던 건물들은 땅의 역사성을 더 많이 생각했다면, 이번 경우는 건물 자체가 역사였기 때문에 이를 가능한 한 보존하려 한 것이다.


Q. 평소 ‘평등한 건축’, ‘사회적 건축’을 표방해 왔다. 최근 ‘광장 정치’가 대두되고 ‘민주주의’가 새롭게 조명되면서 많은 분야에서 변화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건축물과 건축계가 수행해야하는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A. 건축은 산 속에 혼자 사는 집이 아니라면 필연적으로 사회적이다. 그리고 그 사회적 건축은 가능한 한 우리가 평등하다는 것을 보여주길 나는 원한다. 우리 주변에 마음대로 계단을 오르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아는 것, 우리보다 훨씬 작은 아이들이 같은 건물을 사용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건물로 만들어 내는 것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이다. 그러나 이것이 커다란 담론을 가지고 하는 건축은 아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작은 일들을 하나하나 해결하는 것에 관심을 갖고 집중하려 한다. 


Q. 교편을 잡은 지 햇수로 13년째다. 교육하는 건축가의 삶을 선택한 계기는 무엇인가? 또한 지난 13년의 교수 생활을 스스로 어떻게 평가하는가?

A. 아름다운 백양로를 다시 거니는 것은 학교 다닐 때 꿈이었고, 우연하게 기회가 찾아와 모교에서 교편을 잡게 됐다. 처음에는 둘을 병행하기 힘들었지만 지금은 조금 나아졌다. 

모든 건축가의 건축은 다르기에 교육은 어쩔 수 없이 내가 본 것과 생각하는 것 위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그것이 학생들에게 잘 전달되는지 확신은 없다. 다만 언젠가부터 ‘어떻게 하면 교육을 더 잘할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이 많아진 것을 보면 조금 더 좋은 교수가 되려고 노력하는 것은 확실하다.

 
Q. 우리대학교 건축공학과 졸업 이후 건축가의 길을 쉼 없이 달려왔다. ‘건축가 최문규’로서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 

A. 호기심을 갖고 세상을 보고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모습의 다른 가능성을 탐색하는 사람이고 싶다. 내가 하는 일이 건축이다 보니 그 호기심과 질문의 결과가 건축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에 대해 조금 더 좋은 질문을 던지는, 그리고 그 질문을 건물로 만들어 내는 건축가가 되고 싶다. 
 

*프리츠커 상: 1979년에 제정된 이래, 건축을 통해 인류환경에 공헌한 건축가들에게 수여하는 상. 전세계 건축가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흔히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곤 함.


글 노원일 기자 
bodobono@yonsei.ac.kr
사진 이수빈 기자 
nunnunanna@yonsei.ac.kr

노원일 기자, 이수빈 기자  bodobono11@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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