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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동의 오류야동은 성(性) 교과서가 될 수 있을까?

살면서 ‘야동’을 한 번도 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많은 사람은 흔히 ‘야동’이라 불리는 야한 동영상을 통해 섹스와 관련된 정보를 습득한다. 자극적인 성행위를 다룬 야동을 이성적으로 감상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순간적인 성욕에서 벗어나 야동을 진지하게 바라본다면, 대부분의 야동은 현실과 아주 다르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현실과 다른 ‘야동의 오류’를 세 주제로 나눠 정리해 봤다.

 

#1. 전희에서 절정까지

 

“야동에서는 ‘짧고 강렬한 섹스’를 강조하는데, 첫 경험에서 가장 크게 느낀 건 남자와 여자가 흥분에 이르는 속도가 굉장히 다르다는 점이었다. 남자는 발기 이후 바로 삽입할 수 있을 정도로 즉흥적이지만, 여자는 상당히 오랜 전희가 필요하더라.”

-A씨, 남자 대학생

 

야동은 대부분 ‘쾌락’을 충족시키는 데 초점을 맞춘다. 동영상 마지막 순간의 ‘쾌락’에 다다르기까지의 과정은 일종의 법칙처럼 정해져 있다. 남녀 배우가 서로 만난 뒤, 남성이 주도하는 전희 뒤에 곧바로 삽입과 절정이 이어진다. ‘만남-흥분-사정’을 주류 야동의 관습적인 규약으로 정의하기도 한다. 야동에서는 섹스 전후의 장면을 찾아보기 힘들다(물론 예외는 있다. 어디까지나 ‘대부분의 야동’이 그렇다는 것이다).

만남부터 사정까지 걸리는 시간은 길어 봐야 30분 이내. 이는 야동을 시청하는 남성(혹은 여성) 소비자들의 시청 습관을 반영한 것이다. 미국의 문학 비평가 스티븐 마커스는 “포르노는 남성 독자의 자위행위에 필요한 만큼 지속하는 성행위 장면의 반복”이라는 말을 했다.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은 길고 지루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짧고 강렬한 섹스다. 그것도 남자 배우가 주도하는 삽입 위주의 섹스 말이다.

야동은 마지막 절정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일종의 행동 양식으로 정해 놓는다. 무엇보다 야동에서는 여성 배우가 삽입만으로 절정에 다다르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절정에 이르기 위해서 삽입보다 더욱 중요한 남녀 간의 애정 표현과 삽입 전의 전희가 야동에서는 무시된다. 야동은 상당히 잘못된 섹스 방식으로 사람들을 인도하면서, 개개인이 성적 취향을 형성할 기회를 방해하는 셈이다.

 

#2. 비정상의 정상화

 

“야동에서는 섹스가 매우 가벼운 행위로 그려지지 않나. 나도 연인과의 섹스를 경험해 보기 전까지는 ‘섹스’라는 말을 육체적인 관계로만 생각했는데, 실제 섹스는 감정을 나누는 성스러운 행위에 가까웠다.”

-B씨, 남성, 대학생

 

과학 저술가인 개리 윌슨은 TED 강연에서 “포르노는 일상적 사건의 극단적 형태”라고 말했다. 야동 속의 섹스는 일상에서 이뤄지는 섹스의 양상과는 꽤 다르다. 야동을 통해, 우리는 마우스 클릭 몇 번만으로 원하는 섹스 상대를 고를 수 있게 됐다. 모든 중독 현상이 그렇듯이, 야동에 여러 번 노출될수록 우리의 감각은 점점 더 무뎌진다. 어디까지나 비슷한 내용으로 전개될 수밖에 없는 섹스를 좀 더 자극적으로 만들기 위해 야동은 다양한 내러티브를 활용한다. 도저히 현실에선 일어날 수 없는 극단적인 상황들은 성행위라는 목적에 따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남성이 여성을 강간하거나, 우악스럽게 삽입을 시도하고, 강제로 구강성교를 하는 장면들. 현실에서는 범죄에 해당하는 일들을 야동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연인 관계의 남녀가 정상적으로 사랑을 나누는 모습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야동에서 섹스를 하는 주체는 부부나 연인이기보다는 가족, 직장 상사, 이웃 주민 같은 극단적인 경우가 많다. 어째서냐고? 그편이 더욱 단순히 육체적인 관계에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인 사이에서 이뤄지는 섹스에서는 그에 걸맞은 애정 표현과 감정적인 교류가 이뤄져야 하지만, 섹스만을 위한 육체적인 관계에서 그런 건 필요 없다. 야동에서 ‘언어’는 쾌락을 표현하는 수단일 뿐이다.

 

#3. 야동에는 여성이 없다

 

“야동은 순전히 남자를 위해 만들어진 동영상 같다. 여자 배우를 대하는 남자 배우의 태도나, 야동의 스토리 자체가 여자들이 보기엔 거부감이 있다. 전에 남자친구가 보던 야동을 우연히 볼 기회가 있었는데 꽤 충격을 받았다.”

-C씨, 여자 대학생

 

대부분의 야동은 남성을 중심으로 만들어진다. 행위의 주체도 남성, 시청의 주체도 남성이다. 그래서 야동 속 성행위의 시작과 끝은 늘 남성에 맞춰 진행된다. 야동의 내용 역시 남성 중심의 가학 행위 위주다. 머리채 잡기, 때리기, 강요된 구강성교, 갑작스러운 삽입… 현실에서는 잘 볼 수 없지만, 야동에서 자주 보이는 행동들이다.

반면, 야동이 묘사하는 여성상은 남자들이 원하는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의 집합체나 다름없다. 야동에 나오는 여성상은 ‘순종적인 여성상’이다. 남성의 요구가 괴롭고 수치를 주더라도, 무조건 그 요구에 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관계를 거부하다가도, 강제적인 섹스가 진행되며 쾌감을 느끼는 여성의 이야기는 야동의 단골 스토리다. 늘 남자 배우의 요구에 맞춰 순종적으로 섹스를 이어가는 존재. 이것이 야동이 그려내는 여성이다.

야동에 관한 최근의 학문적인 연구에서는, 이러한 성향을 ‘남근 헤게모니’로 분석하기도 한다. 야동에서 남성의 성기는 단순한 신체 부위 이상의 의미가 있다. 야동 서사의 진행은 늘 남근이 향하는 곳을 따르며, 남근은 언제나 만능적인 존재로 그려진다. 성기가 삽입되면 언제 어떤 상황이든 여자 배우는 오르가슴에 이른다. 남자 시청자들은 강력한 힘을 가진 야동 속의 남근에 몰입하게 된다.

 

현실과 다른 야동은 단순한 유희거리일 뿐, 성(性) 교과서가 될 수 없다. 물론 이 기사를 읽고 난 뒤에도 야동을 보든 말든, 그건 당신의 자유다. 다만 앞으로 야동을 볼 때, ‘야동은 야동일 뿐’이라는 것을 기억하자.

 

글 최형우 기자
soroswan@yonsei.ac.kr

 

 

최형우 기자  soroswan@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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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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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5 2017-05-27 23:03:44

    남자들이 주로 만들었으니 그렇지. 여자들이 쓴 19금 팬픽같은거봐라 정말 말같지도 않으니 ㅉㅉ   삭제

    • 122 2017-05-16 20:04:34

      누구나 공감할 만한, 그렇지만 쉽게 회자 되지 않는 이야기를 정말 잘 풀어내신 것 같아요. 감명깊게 잘 읽었습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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