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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우리의 사진을 이야기하자, 여우사이사람이 머무는 카페
  • 유채연 기자, 천시훈 기자
  • 승인 2017.05.05 22:28
  • 호수 33
  • 댓글 0

 

나는 너에게로 가고 싶다

사이가 없는 그곳으로

-류시화, 「여우사이」 중

 

창천문화공원을 가로지르면 츄러스 가게 옆으로 난 골목이 하나 있다. 다소 삭막해 보이는 건물의 계단을 오르면 건물 입구에서는 상상조차 하지 못한 따뜻하고 아기자기한 느낌의 카페가 등장한다. 문에 달린 종이 울리면 사장님은 ‘어서 오셨냐’며 자리를 안내해주신다. 이곳은 시끄러운 신촌과는 다르게 편안하고 조용한 분위기를 자랑한다. 카페 ‘여우사이’의 김희기 대표를 만나봤다.

 

Q. 간단한 자기소개와 카페소개 부탁한다.

A. 나는 시각디자인을 전공해 우연치 않게 사진을 시작했다. 여우사이는 사진 붐이 일었던 지난 2008년 9월 당시에 오픈한 사진 갤러리 카페다.

 

Q. 카페 이름 ‘여우사이’가 ‘여기서 우리의 사진을 이야기하자’는 의미다. 어떤 계기로 이름을 붙이게 됐나?

A. ‘여우사이’는 류시화 시인의 시집 『여우사이』에 등장하는 문구다. 기성세대라면 아마 시에 쓰이는 감성적 언어를 좋아할 것이다. 그래서 한 때 ‘여우사이’라는 이름을 쓰는 술집과 다방이 많이 등장했었다. 사랑을 테마로 쓰는 곳들은 대부분 그랬다. 여기 오픈할 때쯤에 이대 쪽에 여우사이 레스토랑이 하나 있었고, 대학약국 근처에 술집이 있었다. 지금은 (이 일대에서) 여기가 유일한 여우사이가 됐다.

 

Q. 카페 개업의 배경이 궁금하다.

A. 사진업계에 아마추어들이 개입하면서 사진의 가격 붕괴가 시작됐고, 곧 진흙탕 싸움으로 이어졌다. 사진계가 힘들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강했고, ‘살아남은 자만이 강자’라는 인식이 만연해졌다. 먹고 살기 위해서는 무엇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카페를 하게 됐다. 사람 만나는 것도 좋아하고, 원래 영업과 마케팅을 했던지라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Q. 왜 신촌, 그중에서도 이 골목에 자리를 잡게 됐나?

A. 홍대는 같은 크기의 공간도 임대료가 두세 배 비싼 편이다. 너무 힘들어서 여유부릴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든 매출을 올려보려고 지저분한 싸움을 하기는 싫어서 신촌을 선택했다. 여기는 원래 거의 죽은 골목이었다. 그렇지만 번화가와 멀지 않아 손님들이 마음먹으면 찾아서 올 수 있고, 임대료도 처음 들어왔을 땐 괜찮았다. 허름하고 먼 곳도 맛집이면 찾아가듯이 우리 카페가 그런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Q. 카페 여우사이에는 주로 어떤 분들이 찾아오시나?

A. 일반적인 것보다는 특별함을 원하시는 분들, 시끄러운 곳보다는 남들이 잘 모르는 아지트 같은 곳을 원하시는 분들이 주로 찾으신다.

 

Q. 여느 프랜차이즈 카페들과는 다르게 음료 값을 후불로 받는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A. 선불제는 사실 최소한의 인력을 쓰기 위해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만들어놓은 시스템이다. 서비스업 자체의 기본은 손님은 가만히 있고 여기에 맞춰 우리가 움직여야 하는 것인데 프랜차이즈가 손님을 틀에 맞춰버렸다. 나는 그게 정이 없다고 생각한다. 손님과 최대한 부대껴야 하는데 카운터 안에서만 있고 손님들과 교류를 안 하게 되니까. 그래서 나는 올 때 인사하러 앞으로 나가고, 메뉴판 드리고, 주문 받고, 다시 갖다 주고, 계산할 때 다시 만나는 식으로 손님을 수차례 본다. 손님들에게 말 한마디 건넬 기회가 많아져서 좋다.

 

Q. 사진을 사랑하시고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다. 카페 여우사이가 사람과 사진 사이에서 어떤 매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나?

A. 여우사이는 손님들과의 소통의 공간으로 그 사이에서 작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카페는 손님들이 단순히 ‘5천 원짜리 음료를 먹다 가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을 만나고 느끼고 가는’ 공간이 돼야 한다. 그래서 손님들을 기억하려고 최대한 노력한다. 손님들이 감성을 얻어 가시도록 하는 거다. 1학년 때 처음 왔다가 졸업하며 취업 소식을 알릴 때까지 오시는 분, 결혼한다고 오시는 분들을 기억하고 근황을 물으며 끊임없이 교류한다. 이런 ‘기억’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Q. 메뉴판에 ‘쥔장 추천 인기 메뉴’가 따로 뽑혀 있다. 인기 메뉴 중의 추천 메뉴는?

A. 유자 아메리카노. 내가 유자차를 타먹고 설거지가 제대로 안 된 컵에 커피를 타먹은 것이 시초다. 지금은 여러 군데서 카피해가서 아쉽고 씁쓸한 한편 뿌듯하기도 하다. 런던 포그 밀크티도 맛있다. 예쁜 인퓨저*를 사용해서 보는 재미도 쏠쏠한 편이다.

 

Q. 가게 곳곳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많다. 주로 어디에서 구입하는 건가.

A. 초반부터 소품을 사놓은 건 아니었다. 뜨개질 소품 같은 경우는 어머니가 뜨개질을 잘 하셔서 매번 조금씩 해다 주시던 것들이 쌓여 점점 늘어나게 됐다. 티코스터**도 어머니가 색감을 고려해 직접 짜다 주셨다. 사진도 모두 직접 찍은 것이다. 나머지 소품들은 선물을 받거나 소소하게 구매한다. 많지는 않지만.

 

Q. 카페 여우사이에게 신촌이란?

A. 신촌은 의미가 크다. ‘여우사이’를 검색하면 우리 카페가 나오지 않지만 ‘신촌 여우사이’로 검색어를 바꾸면 관련 정보가 나온다. 신촌이라는 단어가 빠졌으면 힘들었을 거다. 신촌은 각별하다. 파워풀하진 않지만 파워가 없지 않고, 죽긴 했어도 모두 이곳을 되살리기 위해 노력하니까. 장사를 계속 하고 싶지만 한 가지 걸리는 것은 임대 문제다. 장사를 9년 했기 때문에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해서 건물주가 나가라고 하면 나가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여우사이라는 네임 밸류가 있기 때문에 어딜 가도 검색해서 오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변화를 고민 중에 있다.

 

여우사이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다. 사람을 매개로 장소를 이야기하는 김희기 대표의 철학은 여우사이만의 따스함의 배경을 잘 설명하고 있었다. 어딘가에서 배어오는 따스함은 머무르고 싶음을 만들어내는 요인이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여기에서 우리의 사랑을 이야기한다.

 

*인퓨저 : 찻잎을 속에 넣어 봉해서 티포트나 머그잔 등에 가라앉혀서 홍차를 우려내기 위한 도구

**티코스터 : 찻잔 아래에 까는 컵받침

 

글 유채연 기자
imjam@yonsei.ac.kr

사진 천시훈 기자
mr1000sh@yonsei.ac.kr

유채연 기자, 천시훈 기자  imjam@yonsei.ac.kr, mr1000sh@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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