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보호에서 스스로 벗어난 대학자취생

에브리타임 '장터/원룸' 게시파에서 '방학'을 키워드로 검색하면 나오는 방거래 게시글사진출처: '에브리타임' 홈페이지

“방학 동안 자취방 비우시는 분 계신가요? 방학 동안 살 원룸을 구하고 있습니다. 서문 근처면 좋을 거 같아요”

 

181만 명의 대학생이 사용하는 국내 1위 대학생 커뮤니티 사이트 ‘에브리타임’에는 ‘장터/원룸’ 게시판이 있다. 종강이 가까워져 오면 이곳에는 계약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자취방을 빌리거나 넘긴다는 글이 하루에 몇 번꼴로 올라온다.

 

대학생의 불법 방거래

 

이와 같이 방학 동안 방을 비우게 되거나 잠시 머물 곳이 필요한 사람은 페이스북 등 인터넷 사이트나 지인을 통해 방을 거래하는 경우가 많다. 부동산에는 단기 매물이 잘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집주인(임대인)에게 집을 빌린 사람(임차인)이 다른 사람(전차인)에게 다시 집을 빌려주는 것을 전대차라고 한다. 전대차 계약을 할 때는 마땅한 법적 절차가 있다. 그러나 많은 대학생이 번거롭다는 이유로 대부분 이를 지키지 않고 있으며 이에 따른 피해를 개인이 고스란히 받고 있는 실정이다.

 

집주인의 동의 없는 방거래

 

민법 제629조에는 ‘임차인은 임대인의 동의 없이 그 권리를 양도하거나 임차물을 전대하지 못한다’고 명시돼있다. 집주인의 동의 없이 대학생끼리 임의로 방을 거래할 수 없다는 뜻이다.

숙명여대 A씨는 “방학 때 한 달 동안 살 수 있는 방이 필요했다”며 “부동산에는 단기계약 매물이 없어 학교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구했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어느 날 집주인이 방에 찾아와 자신도 모르는 자취방 거래에 불쾌한 티를 내고 가스를 아끼라며 중앙난방을 차단했다”며 “며칠 뒤에 갑자기 진행된 보수공사로 물이 끊기고 하루종일 시끄러워 한 달을 채우지 못하고 나왔다”고 덧붙였다.

이에 법무법인 ‘흥인’ 장준태 변호사는 “임대인의 동의 없이 임차물을 전대할 경우 임대인에게 그 효력을 주장할 수 없다”며 “이때 전차인이 주택을 점유하는 것은 불법점유가 되고 임대인은 전차인에게 임차주택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장 변호사는 “임대인은 무단 전대를 이유로 임차인과의 계약까지 해지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집주인의 동의 없이 대학생끼리 방을 거래하면 월세를 내고도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안전장치는 ‘동의서’

 

전대차에 관한 집주인의 구두 동의가 있더라도 이를 서면화하지 않았을 때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할 수 있다.

연세대 B씨는 “지인의 친구가 방학 때 계약 기간을 남기고 방을 비우게 돼 구두로 집주인의 허락을 받고 남은 계약 기간 두 달 동안 살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B씨는 “그러나 새로운 임차인이 나타나자 집주인은 원래 계약한 사람이 살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내게 약속된 날짜보다 일찍 방을 빼기를 요구했다”며 “지인의 친구와 관련된 일이라 항의하지 않고 나왔다”고 덧붙였다.

이에 장 변호사는 “구두계약으로도 전대차가 가능하지만 계약을 입증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추후의 분쟁에 대비해 서면계약을 하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온·오프라인을 통해 알음알음 이루어지는 자취방 거래는 대학생 사이에서 흔한 일이지만 가볍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어렵게 생각할 문제 또한 아니다. 전대차 계약에 동의한다는 임대인의 서명이 포함된 간단한 동의서가 있으면 된다. 스스로 법의 테두리에서 벗어난 순간 그 피해는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

 

글 이지훈 기자
chuchu@yonsei.ac.kr


사진출처: '에브리타임'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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