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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역사의 문과대, 새로운 역사를 위한 진통 중교육·연구·행정 등 다양한 차원의 변화 시도해
  • 김홍준 기자, 오서영 기자, 전예현 기자, 신용범 기자
  • 승인 2017.04.01 23:08
  • 호수 1790
  • 댓글 0

우리대학교 문과대는 현재 ▲인문학을 경시하는 사회적 분위기 ▲연구비 감소 ▲우수 인력 확보의 어려움이라는 3중고에 빠져있다. ‘인문학의 위기’와 함께 대내외적인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문과대. 100년의 역사를 가진 우리대학교 문과대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어떠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을까.

소외되는 인문학, 그 안의 문과대 


문과대의 근본적인 문제인 ‘인문학의 위기’는 우리대학교만의 문제는 아니다. 인문학의 위기는 인문학을 중시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로부터 기인한다. 우리대학교 문과대 대학원 석사 3학기 원생 A씨는 “인문학을 가벼운 교양으로만 치부하는 사회적 인식이 만연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는 취업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구하은(국문·16)씨는 “취업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부정적 시선 때문에 전공에 대한 회의감이 든 적도 있었다”며 “취업을 고려해 경영학과 복수전공을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구비 또한 감소했다. 한국연구재단에서 발표한 ‘대학연구 활동 실태 조사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우리대학교 인문학에 대한 전체 연구비와 순위가 2011년 4위(61억)에서 2016년 6위(55억)로 하락했다. 문과대에 대한 지원이 점차 줄고 있는 가운데, 지난 2016년 교육부가 지원하는 ‘대학 인문역량 강화사업’(CORE·코어사업, 아래 코어사업) 대상 선정의 좌절로 대규모 연구비 수주에 실패했다. 

코어사업은 교육부의 대학 인문분야 교육프로그램으로 인문학을 보호하는 동시에 사회 수요에 맞는 인재를 키우겠다는 취지를 가진다. 고려대, 서울대, 성균관대 등 서울 주요 대학 7곳 포함 총 16개 대학이 코어사업 대상으로 선정돼, 최대 37억 원의 지원을 받는다. 우리대학교 문과대학장 백영서(문과대·중국근현대사) 교수는 “코어사업 선정 좌절에 아쉬움이 남는다”며 “코어사업은 문과대 100년에 맞춰 문과대의 개혁을 위해 외부적 원동력으로 삼으려고 했던 사업이었다”고 전했다. 

우수 인력 확보도 어려운 실정이다.  ▲교수에 대한 연구비 지원 부족 ▲해외 학위취득자 우대 분위기로 인한 우수 인력 유출 때문이다.  현재 우리대학교 영문과 BK21플러스 사업단장을 맡고 있는 이석구 교수(문과대·현대영소설)는 “타 학교에 비해 연구 사업에 있어 교수에 대한 연구비 지원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국내에서는 해외 출신의 석·박사를 선호해 학생들이 해외로 유학을 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에 이 교수는 “국내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더라도 인정해주는 분위기가 마련돼야 국내 인문학도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이와 더불어 연구 환경도 좋지 않은 상황이다. 이공계열과 경영대는 과학원의 Y-IBS, 공대타워, 신경영관 등 연구 공간이 확대되고 있는 반면 문과대는 부족한 연구 공간으로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현재 국문과 BK21사업단장을 맡고 있는 강현화(문과대·한국어교육학) 교수는 “학내의 열악한 공간 사정으로 인해 많은 대학원생이 연구 공간을 배정받지 못해 도서관을 떠돌며 공부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특정 프로젝트를 수주해도 해당 연구를 위한 독립 공간 마련은 꿈꾸기 어렵다”고 전했다. 

우리대학교 문과대는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 ▲교육 ▲연구 ▲행정적 차원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백 교수는 “‘한결같되, 날로 새로워지는 인문학’을 비전으로 해 문과대의 새로운 변화를 꿈꾸고 있다”며 “문과대의 새로운 100년을 설계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화의 시작은 교육 환경에서부터


문과대는 교육차원에서 ▲문과대의 인재상 재정립 ▲교육환경의 변화를 계획 중이다. 
먼저 문과대는 인재상 재정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백 교수는 “문과대의 교육을 학문 후속 세대 양성과 실무형 전문가 양성 두 가지 트랙으로 방향을 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과대 인재상의 키워드로는 글로컬(Glocal) 리더 양성을 제시했다. 

글로컬 리더 양성은 학생들이 세계를 바라보되 한반도나 동아시아 등의 지역을 중심으로 해당 지역의 리더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국문과의 경우 ‘한국 문학이나 언어를 다루되 국제 창의 인력을 양성’을 목표로, 이와 관련된 과목으로 ‘외국어로서의 한국어교육론’, ‘동아시아의 문자와 문화’, ‘문화간 의사소통’ 등이 있다. 또한 중문과의 경우, 지금까지 진행해온 해외연수 및 해외대학과의 교류 기회를 더욱 확대하고 중국 연구원과 연계하여 ‘연세중국학당’ 프로그램 운영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교육환경 변화로는 ▲전략과목 개설 ▲공통과목 확대 ▲상호 이수 학점 인정 전공과목 확대가 있다. 

우선, 문과대는 학과별 전략 과목의 개설을 통해 학문 후속 세대 양성 혹은 실무형 전문가 양성을 위한 교육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문학과를 제외한 어문계열에서는 ▲중어중문학과 - ‘길 위의 중국학’ ▲노어노문학과 - ‘현대 러시아 문화 개설’ 등 지역학 측면을 강화하는 과목들이 확충되고 있다. ‘길 위의 중국학’에 대해 중문과 학과장 홍윤희 교수(문과대·중국신화학)는 “향후 아시아학의 발전을 위해 문명사적 시각에서 중국인문을 심도 있게 파악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고자 이 과목을 개설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한편, 사학과의 경우, 실무형 전문가를 양성 할 수 있도록 박물관 학예사 자격증을 취득 할 수 있는 수업이 개설될 예정이다. 

또한 문과대는 문과대 공통과목과 각 학과별 상호 이수 학점 인정 과목들을 확대해갈 계획이다. 지난 학기에는 인문학에 실용성을 더한 ‘인문학과 법’ 과목이 개설됐고, 이번 학기에는 ‘인문학자 양성 세미나’가 개설돼 있다. 백 교수는 “공통과목은 인문학에 대한 다양한 접근을 시도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며 “2017학년도 2학기부터는 한 과목에서 두세과목으로 공통과목을 늘리려고 한다”고 전했다. 또한 문과대는 각 과에서 비슷한 전공끼리 상호 이수 학점을 인정하는 과목들을 늘려 융합적인 교육을 시도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정지혜(노문·16)씨는 “우리 학과와 비슷한 성격을 가진 다른 학과의 수업이 전공 학점으로 인정된다면 더 다양한 수업을 접할 수 있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문과대에서는 어떤 연구가?


현재 문과대에서 진행하고 있는 연구사업으로는 ▲인문한국사업(HK, 아래 HK사업) ▲두뇌한국21플러스사업(BK21플러스, 아래 BK21플러스사업) 등이 있다. 또한 문과대는 연구분야에서 ▲연구 클러스터 개설 및 지원 ▲외국대학과의 정기적 학술 교류 등을 통해 학계 학문 담론의 장악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

우선 문과대에서 진행하는 연구사업으로는 크게 HK사업과 BK21플러스사업이 있다. HK사업의 경우 ‘21세기 실학으로서의 사회인문학’이라는 과제명 아래 총 20명의 연구원을 두고 있다. 우리대학교 인문학연구원의 경우, 지난 2010년 HK사업에 선정됐다. 연구원 중에는 우리대학교 교수뿐만 아니라 경희대, 계원예술대, 서울대, 성균관대 등 외부 교수도 포함돼 있다. 백 교수는 “외부 교수와 함께 연구하는 것이 연세인문학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BK21플러스사업에는 우리대학교 문과대의 국문·영문·심리학과가 참여하고 있다. 백 교수는 “BK21플러스사업은 학내 후속연구 세대 양성 차원에서 중요한 사업”이라며 “실제로 대학원생들이 국내외 학술지에 발표하는 횟수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국문과 BK21플러스사업단은 BK21사업을 시작으로 국제학술대회 참가 및 선임연구원 파견을 통해 국제적 연구 능력과 교수 능력을 키우고 있다. 또한, 인턴십으로 파견된 대학원생이 미국, 독일, 일본 등 다양한 국가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활동을 수행 중이다. 

연구 클러스터 개설 및 지원에 대해 백 교수는 “문과대는 단과대 특성상 교수 개인이 진행하는 연구가 많았다”며 “그러나 최근 국문학과, 불문과 등 일부 학과 교수들이 모여 연구 클러스터를 개설해 함께 연구하려는 긍정적인 움직임이 있다”고 말했다. 

외국대학과의 정기적 학술 교류도 진행하고 있다. 우리대학교 문과대와 싱가포르의 난양공대(NTU, Nan-yang Technological University) 문과대가 아시아의 미(美), 세대의 문제 등에 대해 공동 연구와 공동 학술대회 진행을 합의한 바 있다. 홍 교수는 “특히 중문과에서는 중화권 대학·연구기관들과의 학술교류나 공동 세미나 등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강 교수는 “올해 미국의 서던캘리포니아대(USC,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과 복수학위제를 체결했다”며 “한국과 미국의 양쪽 석사 학위 취득과 더불어 현지의 교사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든 바 있다”고 말했다. 또한 강 교수는 “향후 국외 대학과의 협정을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연구증진을 위한 행정적 변화 시도 중…


문과대에서는 젊은 교수들이 연구에 보다 힘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젊은 교수 임용 확대 ▲젊은 교수들의 행정업무 부담 완화 등 행정적 차원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문과대는 김용학 총장이 내세운 ‘미들 업-다운(Middle up-down)’ 정책 중 하나인 인사권 위임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문과대는 오는 2018년에 각 학과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존중해 젊은 교수 임용을 확대하고, 승진과 승봉에 있어서도 각 학과의 내규를 통해 결정할 예정이다. 

또한 문과대에서는 젊은 교수들의 행정업무 부담완화를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백 교수는 “일례로 학과장을 맡은 교수는 행정업무로 인해 비교적 연구에 집중하기 힘들다”며 “젊은 교수들의 연구력 강화를 위해 학과장은 정교수만 하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어려운 변화로의 길 


그러나 문과대의 변화가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이는 ▲일부 학과의 약한 연구 경쟁력 ▲융합 연구 도입의 어려움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우선,  문과대의 학과들은 고른 경쟁력을 지니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국문·영문·심리학과 이외의 노문·불문·독문과 같은 학과는 현재 BK21플러스사업에 참여하지 못했다. 

다른 경쟁 대학들과 달리 코어 사업에서도 탈락했다. 이에 대해 백 교수는 ▲학과 수가 적어 동원할 수 있는 재원이 부족하다는 점 ▲순수학문을 고수한다는 점을 연구 사업 탈락 이유로 꼽았다. 백 교수는 “심리학과와 문헌정보학과를 제외하면 8개의 학과가 남는데, 이는 경쟁 대학에 비해 적은 숫자”라며 연구의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어 백 교수는 “코어사업에 선정되려면 어문계열 학과 과목 중 사회과학 학문과 밀접한 지역학 과목을 3분의 1 이상 개설해야 한다”며 “그러나 순수학문에서 변화를 시도하는 데 내부적 어려움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교수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이 교수는 “순수 인문학 연구만을 고집하면 변화하는 사회에 인문학이 생존하기 어렵다”며 “인문학에 실용을 덧붙이는 것이 나쁘지만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홍 교수는 “변화해야 하는 것은 인문학이 아니라 인문학의 가치를 물질적 잣대로 판단하려는 시각과 눈앞의 성과만을 추구하는 제도권의 조급증이 아닐까”라며  우려를 표했다. 

또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융합 연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순수학문을 추구하는 문과대가 융합 연구를 제대로 도입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백 교수는 “문과대는 공과대, 사과대 등 다양한 단과대와 융합 연구를 할 계획”이라며 “참여 의지가 있는 젊은 연구진들을 문과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답했다. 

인문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대학교 문과대도 여러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백 교수는 “연세대 문과대의 경쟁력은 결코 양적 평가로 재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순수 학문의 가치를 지키며 우리는 ‘한결같되, 날로 새로워진다’라는 법고창신의 기조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100년의 역사를 바탕으로 앞으로의 100년을 바라보는 문과대가 되길 기대해본다.  
 

▶▶ 우리대학교 문과대학장 백영서(문과대·중국근현대사) 교수.


<심층기획팀>
글 김홍준 기자 
khong25@yonsei.ac.kr
오서영 기자
 my_daughter@yonsei.ac.kr
전예현 기자
 john_yeah@yonsei.ac.kr
사진 신용범 기자 
 dragontiger@yonsei.ac.kr
노원일, 서한샘, 김은솔,
박기인, 신동훈,  장호진, 전예현 기자

그림 김지연

김홍준 기자, 오서영 기자, 전예현 기자, 신용범 기자  khong25@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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