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권 보장은 바람직한 민주 사회의 기본이다

황보수현 (언홍영·12)

‘장미 대선’을 앞두고 선거연령 하향 조정을 둘러싼 논의가 뜨겁다. 논의의 핵심은 현행법상 만 19세인 선거연령을 만 18세로 낮추자는 것이다. 지난 1월 11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서 선거연령 하향을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안 처리가 시도됐으나 새누리당, 바른정당 등의 반대로 무산됐다. 그러나 선거연령 하향을 위한 논의를 중단해서는 안 된다.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은 지난 2016년 11월 선거연령 하향 등의 내용을 담은 공직선거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하며 “선거권은 주권자인 국민이 행사할 수 있는 가장 큰 권리로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선거연령을 낮추면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계층 및 인구가 확대돼 민주 사회의 다양성과 대표성을 보장할 수 있다.
물론 우려의 목소리 또한 적지 않다. 고3 학생의 선거가 가능해짐으로써 교육 현장의 정치화를 걱정하는 이들은 헌법이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학생들을 참정권에서 유리시킴으로써 도출되는 결과는 중립 유지보다 판단 보류에 가깝다. 교육자에게 요구되는 정치적 중립성을 이유로 참정권을 박탈당한 학생들은 정치에 대해 충분히 고민할 기회를 잃는다. 공교육을 통해 정치를 학습할 기회는 사라지며, 이로 인해 정치란 어렵고 실생활과 동떨어진 영역이라는 인상이 만연해져 차후 정치 혐오가 심화될 수 있다. 교육 현장의 정치화를 우려할 것이 아니라 정치의 공교육화를 확립하는 방향이 옳다.
가혹한 입시 경쟁으로 인해 학생들이 충분한 정치적 숙려를 하지 못한다는 주장 또한 설득력이 떨어진다. 교육은 민주 시민의 소양을 기르는 발판이다. 대학 교육 또한 다르지 않다. 대학 진학을 위한 입시가 시민으로서의 권리 행사를 막는 이유가 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됐다. 논의돼야 할 것은 입시 환경 속에서도 학생들이 성숙한 정치적 주체로 성장할 수 있을 방법이지 참정권 배제가 아니다.
한국은 현재 OECD 34개국 중 유일하게 선거연령이 만 19세 이상인 국가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만 18세 이상에게 선거권을 부여한다. 한국의 만 18세 국민은 선거권은 없는 반면 부모의 동의 없이 결혼이나 취업이 가능하고 병역의 의무를 수행할 수 있는 등 일부 영역에서 이미 성인과 동등한 권리와 의무를 적용받는다. 만 18세가 학생임을 문제 삼는다면 조기입학생 및 조기졸업생처럼 고교를 졸업하고도 선거권을 박탈당한 시민들이 당면한 모순은 설명되지 않는다. 또한 얼마 전 국정 농단 사태를 규탄하는 청소년들의 목소리가 결코 작지 않았던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청소년은 충분히 정치적 권리를 행사할 능력이 있는 주체이다. 선거 연령 하향 조정은 시민으로 기능할 자격을 지녔으나 그간 참정에서 배제됐던 이들을 포섭할 수 있기에 긍정적이다.
선거연령 하향에 반대하는 입장은 인간이 직선적 생애주기에 따라 발달한다고 보는 시각을 지닌다. 만 18세 청소년을 수동적 객체로 상정하기 때문에 이들이 선거권을 가졌을 때 올 수 있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뤄진 선거권 보장 확대도 당시에는 무수한 우려를 바탕으로 시행됐다. 구체적 시행 방안을 충분히 논의한다면 수많은 시민의 참정권을 보장해 더 나은 민주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