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게이트가 터진 후 주변에서 정치 이야기가 자주 들린다. 기자는 정치 이야기가 재미없었는데 요즘은 너무 재미있다. 동시에 정치에 관심 갖기 시작했다. 이런 기자와 같은 사람들을 위해 정치 이야기를 하라고 작정하고 만든 술집이 있다면 얼마나 더 재미있을까. 임시정부의 대표 설영수(44)씨를 만나봤다.

Q. 임시정부를 소개해 달라.

A. 진보를 꿈꾸는 사람들의 종합문화공간. 이를 설명하려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지난 2012년 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부정선거를 통해 당선됐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 문제에 관심이 생겨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사건이 터졌다. 너무 화가 났다. 이후 꾸준히 집회에 참여했다. 집회가 끝나고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과 술을 마시며 정국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어버이 연합에서 시비를 걸고는 했다. 자유롭게 정치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고 새로운 조직과 이슈를 만들 수 있는 우리만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2016년 10월 26일에 내 첫 가게 임시정부를 열었다. 신기하게도 이날 박근혜 게이트가 본격적으로 터지기 시작했다.

Q. 가게 내벽에 붙어있는 것은 무엇인가?

A. 세월호, 박근혜 탄핵과 관련한 다양한 피켓이다. 집회에 참석해 가져온 것이다. ‘1차 박근혜 퇴진 범국민행동’(아래 촛불집회)에서 사용한 피켓부터 최근에 열린 촛불집회 피켓까지 순서대로 붙였다. 촛불집회의 역사를 볼 수 있다. 피켓들 가운데 세월호 현수막을 붙였다. 촛불집회의 흐름 가운데는 세월호 7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인 생각에 촛불집회의 궁극적인 목적은 수많은 사람이 희생된 세월호 7시간의 규명이라고 생각한다. 임시정부를 찾아오는 손님들이 이 모든 것을 잊지 말아 달라는 의미에서 벽에 피켓과 현수막을 붙였다.

(참고로 임시정부의 와이파이 비밀번호는 벽에 친절히 붙어 있다. ‘세월호 발생날짜 (모르면 쓰지 마시오)’)

Q. 임시정부에서 어떤 행사를 진행하나?

A. 임시정부 안에 있는 강연단에 인사를 초청해 강연하고 있다. 임시정부를 방문한 손님과 함께 우리가 살아가는 삶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눈다. 박원순 서울시장, 심상정 의원, 김부겸 의원 등 많은 사람이 와서 강연했다. 조만간 세월호 3주년을 맞아 유가족과 간담회를 할 예정이다.

그러나 오프라인이라는 공간의 특성상 많은 사람과 소통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팟캐스트를 운영해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을 전달하고 여러 사람과 소통하고 있다. 팟캐스트 포털사이트 ‘팟빵’에서 ‘임시정부 방송’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다. 강연을 녹음해 올리기도 하고 방송을 하기도 한다. 방송에서는 주로 정치 현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다. 최근에 김경진 의원과 함께 팟캐스트 방송을 했다. 임시정부에서 주최하는 다양한 행사를 ‘신촌 임시정부’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홍보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 세월호, 위안부 등 사회적으로 지원이 필요한 곳에 기부하고 있고 사회적 약자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후원하고 싶은 마음이다. 아직 가게가 자리 잡지 않아 수익이 많이 나지는 않는데 수익이 많아지면 기부금을 늘릴 생각이다.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임시정부를 열기 전부터 세월호 리본을 만들어 리본 나눔 행사를 하고 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 2시부터 3시 30분까지 홍대 9번 출구 앞에서 한다.

Q.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을 당했으니 임시정부의 분위기는 달라지나?

A. 그렇다. 임시정부라는 이름을 지을 때 상해 임시정부에서 모티프를 따왔다. 일제강점기 당시 상해 임시정부에서 우리나라 국민이 꿈꾸던 진짜 정부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나도 ‘진짜 정부’를 만들기 위해 임시정부를 만들었다.

‘진짜 정부’가 되기 위해서는 반민족행위자를 처단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그러하지 못했다. 독립운동가를 토벌하던 한 반민족행위자는 부를 쌓아 떵떵거리며 살고 있다. 일부 반민족행위자의 후손들은 소송을 통해 국가에 귀속된 땅을 다시 받았다. 이 세상의 어느 나라에서 자기네 민족을 반역한 사람들을 잘살게 놔두는가. 우리나라밖에 없다. 아주 비참한 현실이다.

박근혜씨가 구속되면 반민족행위 문제를 다룰 것이다. 지금 붙어 있는 피켓 위에 반민족행위에 관한 피켓을 덧붙여 나갈 것이다.

Q. 임시정부에 주로 어떤 손님이 찾아오나?

A. 시민단체에서 일하는 활동가가 대부분. 임시정부의 취지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친구들도 온다. 임시정부의 취지에 동의하지 않는 손님은 거의 오지 않는다. 임시정부는 반민족행위자와 일베 그리고 개XX 출입금지다. 이는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이 가게에 붙인 공지에서 모티프를 딴 것이다. ‘조선인과 개XX 출입 금지.’ 조선인을 개와 동급으로 취급한다는 뜻이다. 임시정부도 반민족행위자와 일베를 개XX로 취급하겠다.

(기자: 개XX는 말 그대로 동물을 의미하는 것인가?) 아니다. (비속어로서) 상징적 의미다.

Q. 추천하는 메뉴는?

A. 묵은지김치찜. 식사하기도 좋고 술안주로 먹기도 좋다. 여러 손님의 평을 들어보면 묵은지김치찜이 신촌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간다고 한다. 최고의 맛집은 아니지만 메뉴 전반적으로 평타는 친다.

Q. 메뉴 이름을 가게 특색에 맞춰 지을 생각은?

A.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실제로 바꿀 생각도 있다. 예를 들어 ‘박근혜구속주.’ 그러나 가게를 운영하며 여러 일을 많이 하느라 바빠서 실행하지 못했다. 마음은 굴뚝같은데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Q. 임시정부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A. ‘임시’정부. 정부가 임시일 수는 없다. ‘진짜 정부’를 위한 전초기지를 지향하고 있다. 임시정부가 시국을 이야기하고 정치를 논할 수 있는 정치판이 되면 좋겠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정치는 중요하다. 어떻게 정치를 하냐에 따라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이 바뀌기 때문이다. 임시정부에서 술을 마시며 정치에 꿈을 키워 정치인이 나오면 좋겠다. (웃음)

Q. 본인에게 신촌이란?

20대 때는 여자를 만나러 오던 곳. (웃음) 지금은 ‘진짜 정부’를 만들 인재가 있는 곳. 학생들과 같이 호흡하며 같이 만들어나가고 싶다. 처음에는 임시정부를 광화문에 열지 신촌에 열지 고민했다. 그러나 학생들과 같이 호흡하며 같이 ‘진짜 정부’를 만들어나가고 싶어 신촌에서 열었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빨간약과 파란약이 나온다. 빨간약은 현실을 직시함을 뜻하며 파란약은 현실에 안주함을 뜻한다. 학생들이 스스로 빨간약을 선택할 수 있으면 좋겠다.

 

글 이지훈 기자 chuchu@yonsei.ac.kr

사진 천시훈 기자 mr1000sh@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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