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두 살의 카페, 미네르바를 만나다

낡지만 소박한 테이블, 낮은 천장과 벽자 무늬의 나무 창, 카페를 가득 채운 쌉싸름한 커피 향까지. 이곳의 시간은 7,80년대에 멈춰있다. 42년간 신촌을 지킨 미네르바의 주인장 현인선(55)씨를 만났다.

Q. 간략한 자기소개 부탁한다.

A. 미네르바를 운영하고 있는 현인선이다. 본래 직장을 다니다 지난 1998년에 IMF로 인해 회사를 나오게 됐고, 그 때부터 미네르바를 맡게 됐다. 이전의 직장은 스포츠 유통회사였는데 덕분에 직영점 경험도 있었고, 영업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다. 그 막연하고 어설픈 자신감으로 2000년에 미네르바를 넘겨받아 17년 동안 운영하고 있다.

Q. 카페에 대한 소개 부탁한다.

A. 미네르바는 1975년에 생긴 원두커피전문점으로 42년간 한 번도 쉬지 않고 운영 중인 카페다. 가게 이름인 ‘미네르바’는 그리스 신화의 아테나 여신을 뜻한다. 내가 지혜로운 전투의 여신이 된 마냥 2000년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가게를 지키고 있다.

미네르바의 대표 메뉴, 사이폰 커피

Q. 미네르바의 대표 메뉴가 ‘사이폰 커피(Syphon Coffee)’라고 알고 있다. 어떤 메뉴인가.

A. 사이폰은 ‘쉽게 빨아올리는 판’이라는 뜻으로 진공 커피포트라고도 한다. 증기압을 이용한 추출 방식인데, 맛이 깔끔하고 커피의 향을 제대로 느낄 수 커피다. 원두커피전문점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지난 1975년에 미네르바가 개업한 이래 꾸준히 그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알코올램프에 불을 붙이고, 가열된 물에 커피를 내리는 모습에 반해 많은 손님들이 사이폰 커피를 찾아주신다. 개인적으로도 이 방식을 통해 신선한 원두커피를 제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손님들 앞에서 색다른 연출을 할 수 있다는 면에서 애정이 가는 메뉴다. 원두도 직접 로스팅하고 있다.

Q. 미네르바는 커피, 음악, 대화를 나누는 공간으로, 항상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온다. 미네르바에게 음악은 어떤 의미가 있나.

A. 미네르바를 처음에 운영하시던 분이 음악, 특히 클래식에 대해 애정이 깊으셨다. 다방 문화가 주 문화였던 당시 ‘커피전문점’은 획기적이었는데, 여기다 음악을 더했다. 음악이 잘 흐를 수 있게 볼록 배가 나온 나무 천장, 낮은 의자와 테이블… 결국 음악이 잘 흐를 수 있는 구조를 만든 거다. 초창기엔 카페에서 전통 클래식만 틀었는데 요즘은 4중주, 실내악 등 굴곡이 심하지 않으며 편안한 곡을 선정해 틀어드리려 노력한다.

Q. 주로 어떤 손님들이 방문하나.

A. 아무래도 대학가다 보니 연세대 학생들, 2~30대의 직장인들이 주 고객층을 이룬다. 이 외에도 교수님들, 세브란스 병원 관계자들, 또 이전에 학생으로 미네르바를 찾다가 나이가 들어 미네르바를 다시 찾는 손님들도 많다. 미네르바가 오래 자리를 지킨 만큼 다양한 손님들이 찾아주신다.

Q. 신촌은 수 년 동안 많은 변화를 겪었다. 소위 말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 속에서 미네르바가 버틸 수 있던 힘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오롯이 ‘커피’에 집중한 것이 미네르바가 지금까지 자리를 지킬 수 있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스타벅스가 1999년에 이대에 처음 들어오면서 커피계에 많은 변화가 불며 그 당시 유명했던 국내 브랜드 커피점들도 사라졌다. 당시 한국의 커피 문화는 다방 문화로, 카페에 커피, 맥주, 칵테일 등을 함께 팔았는데, 결국 술손님 커피손님이 함께 있던 거다. 커피만을 취급하는 스타벅스의 등장은 한마디로 신문물이었다. 그러나 미네르바는 애당초 ‘원두커피전문점’으로 원두커피에 집중했다. 산지별 원두커피, 미네르바의 시그니처 사이폰 커피 등 시대와의 차별화가 미네르바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별다른 생각은 들지 않는다. 내 힘으로 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쏟고 있다.

Q. 2015년에 미네르바가 서울미래유산으로 선정됐다고 들었다.

A. 2015년에 서대문구에서 서울시에 미네르바를 추천했고, 미네르바가 가치있는 공간으로 선정됐다. 이제 나는 이 공간을 지키는 사람이 된 셈이다. 말마따나 전통있는 가게들도 트렌드에 맞춰 업종 변경까지 하는 시대인데 미네르바를 꾸준히 지킬 수 있음에 감사하다.

Q. 미네르바가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A. 도시 한복판에의 휴식공간을 제공하고 싶다. 카페에 잠시 들려 편안하게 마시는 차 한 잔과 여유로운 책 한권. 복잡한 도심 속 오아시스 역할을 하는 것이 내 목표다. 카페를 감싸는 향긋한 커피향기까지 제공할 수 있다면 만족한다.

Q. 미네르바에게 신촌이란?

A. 미네르바는 신촌의 시간이 멈춘 곳이다. 밖에 있다가 미네르바에 들어오면 그 때 그 시절의 신촌을 엿보는 것 같다. 이런 곳에서 차 한 잔, 커피 한 잔을 손님들께 대접하는 것이 굉장히 의미 있고 보람차다.

 

언젠가부터 프렌차이즈 카페들이 즐비한 신촌에서 미네르바는 흡사 터줏대감 할아버지 격이다. 조금은 촌스럽지만 사랑과 낭만이 넘치는 미네르바. 그 품속으로 들어가보자.

 

글 조승원 기자 jennyjotw@yonsei.ac.kr
사진 신용범 기자 dragontiger@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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