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잠실, 종각 등 웬만한 번화가에는 교보문고, 영풍문고 같은 대형서점이 있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유독 신촌에서는 이러한 대형서점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신촌에는 왜 대형서점이 없는지, 『The Y』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홍익문고 전경 <자료사진 서울미래유산>

사실 신촌에는 원래 대형서점이 있었습니다. 대청문고, 북스리브로(구 씨티문고), 신촌문고 등의 대형서점들이 있었지만 몇 년 전 모두 영업을 그만뒀습니다. 대형서점 브랜드인 ‘반디앤루니스’도 현대백화점에 있다가 지난 2015년 5월에 문을 닫았죠. 신촌역 바로 앞의 홍익문고만이 오랜 세월 신촌에서 영업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신촌은 서점의 불모지나 마찬가지인 셈입니다.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서 먼저 서점의 입지 조건을 생각해봅시다. ‘한국서점조합회’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서점의 입지 조건에는 유동인구, 임대료, 방문 고객들의 유형 등이 있다고 합니다. 대형서점일수록 더 많은 유동인구가 필요한 것은 당연하겠죠. 실제로 대형서점은 지하철역과 직접 연결돼 있거나 마트·백화점 등에 위치한 경우가 많습니다. 가장 좋은 위치는 역 주변의 교차로입니다. 사람들이 길을 가다 자연스럽게 들르기 좋으니까요.

임대료 역시 중요한 요인입니다. 서점은 많은 면적을 필요로 하지만, 영업이익률이 1%도 되지 않을 정도로 수익성이 좋은 사업은 아닙니다. 번화가 건물의 1층이 눈에 띄기 가장 좋겠지만, 임대료가 비싼 신촌 거리에서 1층에 대형서점이 입점할 만한 공간을 찾기는 어렵죠.

그래서인지 신촌의 서점들은 주로 지하에 있었습니다. 앞서 예시로 들었던 신촌문고는 현대백화점 옆 건물의 지하 1층에, 북스리브로는 이대입구역 1번 출구 부근 건물의 지하 1층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두 위치 모두 사람들이 일부러 찾아가지 않는 한 접근이 쉽지 않은 곳이었습니다. 신촌에서는 임대료가 저렴하면서 동시에 많은 유동인구를 확보할 장소를 찾는 것이 어려운 셈입니다.

서점을 찾는 사람들의 특성도 중요한 조건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서점의 규모가 커지기 위해서는 넓은 스펙트럼의 고객들이 방문해야 합니다. 주부, 학생, 직장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방문해야 그에 따라 실용, 재테크, 학습 등 여러 종류의 책을 구비할 수 있기 때문이죠. 특히 중·고등학교 수험생을 대상으로 한 참고서 시장은 매우 큰 편이죠. 하지만 신촌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대학생이라는 점에서, 갖출 수 있는 책의 종류는 대학교재나 취업/수험서 등이 주류가 될 수밖에 없을 겁니다.

또한, 신촌이 서점의 불모지인 것은 연세대와 이화여대 구내서점이 있고 신촌에 ‘홍익문고’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버티고 있는 것도 한몫할 겁니다. 신촌 지역의 대학생들은 구내서점을 이용해서 수업에 쓸 교재를 구매하면 되고, 신촌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접근이 편리한 신촌로터리 옆의 홍익문고에서 시간을 때우곤 하니까요.

 

신촌에서 계속해서 서점들이 없어지는 것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애석한 일입니다. 약속을 기다릴 때 서점만큼 훌륭한 장소도 없죠.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서점들이 계속 사라지는 것을 보면, 어쩌면 오프라인 서점의 위기는 신촌만의 문제는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 팩트체크였습니다.

 

글 최형우 기자 soroswan@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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