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광 제재로 피해… 신촌 상권 살아날 길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THAAD(아래 사드)의 국내 배치로 인한 중국의 ‘사드 보복’이 노골화되며 한국 관광 제재도 심화됐다. 그에 따라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이화여대 상권 역시 관광객 감소의 여파를 맞고 있다. 과연 중국의 ‘사드 보복’은 이화여대 상권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중국인 줄어 텅 빈 이화여대 거리

관람객이 줄어 한산해진 이화여대 앞 거리의 모습

지난 3월 23일, 기자는 중국 관광 제재의 여파를 알아보기 위해 직접 이화여대 앞의 상점가를 찾았다. 사람들이 한창 많을 낮 2시경이었음에도 길거리에는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이 몇 없었다. 평소 거리를 가득 메웠던 중국인 관광객 대신 동남아 관광객들이나 머리에 히잡을 두른 중동 관광객들이 종종 보였다. 단체 관광객들을 실어 나르던 버스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이화여대 앞에서 노점상을 운영하는 A씨는 “원래는 중국인들로 가득 찬 거리였는데, 최근에는 절반 이상 줄어든 것 같다”며 “간혹 중국어를 하는 사람들도 대부분 대만 관광객들이다”라고 전했다. 중국어 간판을 내건 화장품 가게나 식당도 한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상인뿐만 아니라 학생들도 중국인 관광객의 감소를 느끼고 있었다. 이화여대 장은영(국제·12)씨는 “원래 거리가 관광객들로 굉장히 붐볐는데, 최근에는 한산한 편”이라며 “특히 중국인 관광객은 거의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 같은 중국인 관광객 감소는 지난 3월 15일 중국이 자국민들의 한국 단체관광을 전면 금지한 뒤로 본격화됐다. 이화여대 앞을 포함한 신촌 상권은 고객의 상당수가 중국인이었기에 중국 관광 제재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이화여대 3,5,7길 상인회장 이선용씨는 『The Y』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중국의 관광 보복 선언 이후 중국인 관광객이 대략 50% 이상 줄었다”고 전했다. 이는 이화여대 상권에서 전체 매출의 3~40%를 차지하는 큰 수치다.

 

이화여대 상권, 유독 피해 큰 이유는

 

이화여대 지역은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지역 중의 하나다. 서울연구원에서 지난 2015년 발간한 ‘서울인포그래픽스 제122호’에 따르면, 2013년 기준으로 서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중 24.2%가 신촌·홍대 지역을 방문했다. 명동, 동대문시장 등에 이어 9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의 대다수는 이화여대에 방문하기 위해 신촌에 온 사람들이다. 이화(梨花)의 중국어 발음이 돈이 들어온다는 뜻의 ‘리파(利發)’와 비슷하고, 이곳 상권이 한국의 유행을 잘 반영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실제로 이화여대 거리에서는 능숙한 중국어로 호객행위를 하는 점원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2000년대에 들어서 침체하던 이화여대 상권은 중국인 관광객 덕분에 상권이 다소 살아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화여대 3,5,7길 상인회에 따르면, 이화여대 상권은 업종에 따라 중국인 관광객으로부터 발생하는 매출이 70%에 이를 정도로 중국인 관광객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상권 자체가 중국인 관광객에 크게 의존하다 보니, 관광객 감소의 피해가 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화여대 상권이 살아날 길은

 

하지만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시작된 이화여대 상권의 피해는 쉽게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사드 문제는 중국과 미국의 외교적 갈등이 배경에 깔린 만큼,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에 중국인 관광객의 감소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따라서 단기적인 조치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방향에서의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매출을 외국인 관광객에게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이씨는 “외국인 관광객 위주로 돌아가는 상권을 내수 위주로 변화시키려 여러 시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70%가량이 중국인 관광객에 의한 매출로 이뤄지는 구조 아래서는 언젠가 또 외국인 관광객의 감소로 인한 피해가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 단체 관광객이 주를 이루는 현재의 매출 구조에서 벗어나 내수 시장에도 매력적인 상권이 돼야 자생력을 갖춘 상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서울의 주요 관광지들은 외국인 관광객의 입맛에만 맞추다 보니 그 지역만의 정체성을 잃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문제는 명동 등 중국인 관광객의 비중이 높은 지역일수록 심하다. 지난 2016년 9월 서울시가 발표한 ‘도심부 도시재생과 연계한 지속가능한 명동 지역 발전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시민들은 명동의 과제로 ‘국제적 경쟁력을 가진 매력 있는 공간 만들기(30.8%)’, ‘문화예술 공간 기능 강화(23.9%)’ 등을 꼽았다. 지역만의 특색을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이화여대를 포함한 신촌 상권 역시 앞으로 지역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패션/화장품 등의 상품 판매에만 의존한다면 유행에 따라 언제든 다른 지역으로 관광객들이 옮겨갈 수 있기 때문이다. 배근호(경영·16)씨는 “신촌 상권은 프랜차이즈 매장 위주라 매력이 부족하다고 느꼈다”며 “신촌은 대학가인 만큼 청년문화를 잘 활용한다면 신촌만의 정체성을 살릴 수 있을 것이다”라고 생각을 밝혔다.

실제로 서대문구청 차원에서도 신촌의 정체성을 되살리기 위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이화여대 앞 골목에 패션문화거리를 조성하고, ‘이화여대 뒷골목 임대료 안정화를 위한 협약’을 맺어 특색 있는 골목 상권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한 것이 주목할 만한 변화의 사례다.

 

이번 ‘사드 보복’으로 인한 피해를 단순히 한때의 문제라고만 치부하고 넘어간다면, 앞으로도 이 같은 문제는 반복될지 모른다. 신촌 관광산업이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할 것이다. 중국의 관광 제재에 휘청거리지 않고 자생력을 갖춘 신촌이 되길 기원한다.

 

글 최형우 기자 soroswan@yonsei.ac.kr
사진 하은진 기자 so_havely@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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