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선회 편집국장 (국문/정외·15)


‘세월호 탑승자 전원 구조’

아직도 1077일 전 티비 속 헤드라인이 뚜렷하게 머릿속에 박혀있다.

“그런데 전원 구조가 아니라고 합니다”

당시 고등학생 3학년. 수업 시간 선생님께서 빔 프로젝터로 기울어가는 선체를 보여주며 입을 떼셨다. ‘설마’ 구하지 못할까. 저렇게 큰 배에 저렇게 많은 사람이 있는데.

“아직도 300명이나 남아 있대”

종례가 끝나고 귀가. 집은 이미 울음바다였고, 수업에서 처음으로 소식을 들은 이후 7시간 동안 생존자는 더 이상 늘지 않았다.
침몰될 이유가 없는 배는 침몰됐고, 컨트롤 타워의 부재로 살아야할 아이들은 살지 못했다. 2014년 4월 16일은 트라우마가 돼 버렸다. 

그로부터 1073일 이후

‘선체,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
 
대학교 3학년. 입학 이후 계속 학내 곳곳에 있는 노란 리본을 봐 왔다. ‘진실을 인양하라’ 플래카드는 이곳저곳 붙어있었고, 세월호 관련 행사도 매년 진행됐다. 아마 많은 단체들은 다가오는 세월호 참사 3주년을 맞아 인양을 위한 운동을 준비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갑작스럽게, 그리고 원래 해오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인양은 시작됐다.

3년 만에 이뤄진 세월호의 인양은 인양에서 끝나선 안 된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인양은 9명의 미수습자를 찾는, 세월호 침몰 원인을 찾는, 그리고 이후 7시간의 행적을 찾는 시작에 불과하다. 세월호 참사가 국민적 트라우마를 남긴 만큼, 진실을 찾아 무너졌던 우리의 신뢰 회복을 하기 위해선 앞으로의 작업들이 엄중히 이뤄져야 한다.

우선 우리는 차가운 바다에 남아 있는 9명을 먼저 찾아야 한다. 오랫동안 시간을 끌어온 정부는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빠른 시일 내에 미수습자를 찾는 데 혼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여전히 팽목항을 떠나지 못하는 미수습자 가족들에게 더 이상의 고통을 안겨줘서는 안 된다. 그리고 그 수색은 이미 망가진 세월호를 더는 훼손하지 않는 한에서 이뤄져야 한다. 이미 세월호에는 120여개의 구멍이 뚫려져 있지만 해수부는 미수습자 수색을 위한 선체 절단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세월호의 온전한 인양만이 베일에 싸여 있는 세월호 침몰 원인을 찾는 첫 단추가 될 것이다. 세월호 침몰의 원인은 더 이상 ‘조타수의 실수’, ‘외부와의 충돌’과 같은 설로 우리 사회의 갈등을 조장해서는 안 된다.

박 전 대통령의 7시간을 밝혀내는 일은 우리들의 아픔을 봉합하기 위한 가장 핵심적인 과제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 탄핵의 결정적인 이유로 세월호 사건 직후 미지의 7시간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검찰은 이 7시간에 대한 진상 규명과 더불어 직무 불성실에 관한 강한 처벌을 해야 할 것이다.

필자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지난 25일, 세월호는 반잠수선으로 이동을 마치며 3년 만에 항해를 시작했다. 우리의 염원 속에서 인양된 세월호의 곳곳은 희미하게 바래져 있었다. 참 많은 세월이 지났음을 보여준다. 다만, 더 이상 세월호를 둘러싼 진실은 바라지 않길 소망해본다. 진실을 위한 항해도 이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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