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월 9일이 대통령선거일로 정해진 후 각 정당의 대통령후보를 정하기 위한 절차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모든 선거에 참여하는 이들은 당선되었건 낙선하였건 상관 없이 선거 다음날부터 다음 선거를 준비한다는 말이 있듯이 선거는 하루 아침에 준비되지 않는다. 현재 대통령 후보로 나서고 있는 이들 중 어느 정도 지지도를 유지하는 대선주자들은 상당히 오래 전부터 선거캠프를 꾸리고 운영해 왔다. 이러한 선거캠프에 최근 많은 대학교수들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지고 각 대선주자들디 이를 홍보하면서 ‘폴리페서’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폴리페서’란 정치의 영어단어인 폴리틱스와 교수의 영어단어인 프로페서 두 단어를 합성해 본업인 연구와 교육을 버리고 소위 ‘정치판’에 기웃거리는 대학교수들을 조롱하거나 비판하는 단어이다. 대학교수의 본분이 연구와 교육을 소홀히 하고 다른 일에 열중하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단지 대선캠프에 참여한다고 무조건 ‘폴리페서’라고 비난하는 것으로 정당하지 않다. 도리어 교수들의 정치참여가 권장되어야할 이유도 다수 존재한다. 

먼저, 선거캠프에 일정기간 참여하기 위해서는 생활기반을 걱정하지 않아야 한다. 직장에 매여있는 전문가나 자영업을 운영하는 이들은 자신의 생활기반을 소홀히 하고 오랜동안 선거캠프에 참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로 인해 선거캠프에 용이하게 참여할 수 있는 전문가집단은 이미 상당한 물적 기반을 구축한 이들과 교수들로 제한된다. 생활기반이 안정되지 않은 사람들이 선거캠프에 다수 참여하는 경우 불법 선거자금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둘째, 대학은 전문가들이 매우 많이 모여있는 인재풀이다. 대학에는 각 전공분야에 국가정책의 개선을 위한 전문가적 식견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이들이 다수 존재하기 때문에 이들을 선거캠프에 참여시켜 효과적인 정책안을 만들어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전공에 따라 선거캠프에 참여한 후 공직을 경험하는 것이 학문연구와 교육에 크게 유익한 경우도 있다. 경영학을 전공한 교수가 회사의 경영에 참여한 후 다시 대학으로 돌아오는 경우 그 경험을 활용하여 연구와 교육에 접목할 수 있다. 최근 들어 산학협력 교수들을 충원하는 것도 현장의 경험을 대학의 연구와 교육에 접목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선거캠프 참여도 이러한 경험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폴리페서’라고 불리는 일부 교수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먼저, 교수의 본업인 연구와 교육이 선거캠프 참여로 심각히 지장받을 수 있다. 양질의 연구와 교육을 병행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선거챔프에 참여하는 교수들은 연구와 교육을 소홀히 할 수 밖에 없다. 선거캠프는 이기느냐 지느냐의 승패가 걸려있는 선거를 준비하는 조직이기 때문에 일단 참여할 경우 전력을 투구해야 한다. 이로 인해 특히 교육에 있어 피해가 없도록 철저한 방책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자신의 소신과는 상관없이 권력을 지향하여 이를 좇아 권력자 주위를 빙빙 도는 부류의 폴리페서들이 존재한다. 기존의 정치적 성향과 정책적 소신을 매번 권력의 향방에 따라 바꾸어 가며 권력자에 빌붙으려는 행위가 나타나기도 한다. 이들은 ‘폴리페서’로 규정되어 비판받아 마땅하다. 셋째는 전문성이 부족한 교수가 자기 전공분야가 아닌 분야의 전문성을 자임하고 나서는 경우이다. 이러한 경우 선거캠프와 국정참여의 경험이 연구와 교육으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에 정당성을 지니기 어렵다.

용어는 우리의 사고를 지배한다. 선거캠프와 국정운영에 참여하는 모든 교수를 싸잡아 ‘폴리페서’로 비난하는 것은 부당하며, 이로 인해 전문가들의 국정참여의 길이 막히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다. 옥석과 상황을 구별하여 ‘폴리페서’라는 단어를 주의깊게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진정한 의미의 ‘폴리페서’들은 자신의 본분을 망각했다는 의미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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