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본부의 학생언론 탄압이 또 다시 수면 위에 올랐다. 지난 2월 서울과학기술대에서는 학교 본부와 총학생회가 앞장서서 신문을 전량 회수한데 이어 최근 서울대 학보사 「대학신문」은 편집권 침해 문제로 창간 이래 최초로 1면 전면을 백지로 된 호외호를 발행했다.
서울대의 「대학신문」 백지 발행은 학보사 편집권을 둘러 싼 대학 본부와 언론사 사이의 불편한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대학신문」에 따르면, 주간 교수는 지난 수개월 간 부당한 방식으로 기사 내용과 조판에 개입해 왔다. 학교 본부로부터 지원금을 받은 후 기자들에게 기획 기사 작성을 주문하기도 했다. 편집권의 침해는 담당 주간 교수에서 끝나지 않았다. 학교 관계자의 수첩 메모에는 대학신문을 ‘독재시대 유물 체제’로 표현하며, 학생처가 적극적으로 「대학신문」에 개입할 것을 직접 요구하는 총장의 지시 내용이 담겨있었다. 서울대학교는 스스로 대학의 품격을 깎아내렸다.
서울과학기술대의 「서울과기대신문」 회수 사건은 학보사 편집권의 취약성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 예이다. 이 신문에 따르면, 지난 2월, 과기대 총학생회는 「서울과기대신문」의 학생회비 횡령 기사 게재에 반대 의견을 표했다. 이를 전달받은 학생처는 총학생회와 함께 해당 신문을 강제 수거했다. 이에 「서울과기대신문」이 반발하자 학교 본부는 ‘법적으로 언론 탄압이 아니기 때문에 사과할 수 없다’며 ‘신문수거에 대한 ‘유감’을 표했다. 그야말로 염치없는 누워서 침 뱉기 식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가 대학의 품격을 또 한 번 깎아 내렸다.
풍전등화와 같은 학생언론의 편집권 갈등은 ‘학보사’라는 특이한 구조에서 기인한다. 학생언론은 학교 산하 기관으로, 취재 단계부터 발행까지 거의 대부분의 재정을 학교로부터 지원받는다. 또한 학교 산하 기관이기 때문에 주간 및 편집인 교수의 승인 아래 신문이 발행이 되고, 최종 발행인은 총장이 맡는다. 이로 인해 담당 교수와 발행인의 언론에 대한 성향 및 가치관, 그리고 태도에 따라 학생언론의 예산집행과 편집권의 방향은 널뛰기를 반복하는 상황이다. 즉, 학생언론은 전적으로 학교에 의존해 있는 구조인 것이다. 이런 구조 속에서 학생언론이 오롯이 편집권 독립을 쟁취하는 것은 요원하다.
분명 언론에 대한 몰이해와 학생을 존중하지 않는 학교 본부가 대학 신문의 위기를 선도하고 있다.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도록 만든 학교 본부의 만행에선 탄핵으로 파국을 맞은 박근혜 정권의 삐뚤어진 언론관이 그대로 내비친다. 방송언론사 운영진의 낙하산 인사, 비판적 언론인 부당 해고 등 지난 정권에서 보인 언론적폐는 지금 학생언론이 마주한 위기와 별반 다르지 않다. 서울대 관계자의 수첩 메모에서 탄로 난 언론탄압 대학의 부끄러운 민낯 또한 동시대 한국 사회가 마주한 또 다른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문제를 타개하기 위한 궁극적 해법은 학생언론의 ‘재정 독립’이다. 재정독립을 통해서만이 학생언론이 학교의 구속으로부터 자유로이 본연의 목소리를 소신 있게 표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생언론의 재정독립이 결코 학교 자발적으로 이뤄질 리가 만무한 상황에서 가장 현실적인 해법은 결국 학생언론이 스스로 변해야 한다는 것 역시 자명하다. 학생언론은 더 이상 고답적으로 기사의 생산과 신문제작에만 만족하지 말고 대학생 독자들의 구미에 맞출 수 있는 아이템 발굴과 심층취재는 물론 최신의 다양한 신문 제작기법을 과감히 도입해 구독률을 높여야 한다. 이는 자체적인 경쟁력을 높이고 재정적 안정을 꾀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다.
대학의 학생언론 탄압 이전에 대학 신문의 위기는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돼 온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뿐만 아니라 재정지원을 무기로 학생언론을 통제하려는 대학의 언론탄압은 분명 현 대학 신문이 처해있는 위기의 현 주소다. 하지만 대학 교육 환경이 녹록치 않는 현 시점에서 학생언론이 과거처럼 스스로의 혁신을 꾀하지 않고 마냥 편집권의 독립만을 외치는 것은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 더 이상 독자에게 외면 받는 학생언론이 아니라 독자층의 저변 확대를 통한 자체적인 재정 확보 노력이야말로 오늘 현 대학 신문의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학생언론에 대한 학교 본부의 관심, 존중, 그리고 지원은 마냥 떼쓰는 아이로서가 아니라 스스로의 존재적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보다 성숙한 언론인으로서의 자생력을 키워나갈 때 비로소 현실화될 수 있다.
‘자구책을 찾으라’는 학교 본부의 말을 고깝게 듣기보다는 현 학생언론의 위기를 오히려 정론직필의 언론정신을 수호하고 대학 신문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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