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혜진 매거진부장 (언홍영·14)

2016년 10월 26일 전까지 나의 정치는 딱 페이스북 ‘좋아요’까지였다. “당신들을 지지하고 응원하지만 난 움직이지 않을래요”의 표본인 셈이다. 인생모토는 최소한의 할 일 그리고 이 한 몸 편하게. 짧은 시간일 수 있지만 그래도 이십여 년간 보아온 바가 있어 우리 정치판에 기대를 걸었다간 실망하기 십상이란 것쯤 알고 있었다. 괜한 열정 낭비해가며 눈에 뻔히 보이는 사표(死票)를 던질 생각은 없었다.
이러한 무력감은 우리 세대를 대표하는 특징 중 하나였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20대를 비판하는 이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마냥 무시할 수는 없는 주요 담론이었다. 그런데 어느샌가 ‘20대 개XX론’이 자취를 감췄다. 범국민적 불운 아래 모두가 합심했던 덕택이기도 하지만, 장장 130여 일간의 여정 속에 우리 세대의 역할은 결코 작지 않았다.
연세춘추를 하면 20대가 보인다. 기본적으로 학생신문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학생들에게 초점을 맞추게 된다. 시위현장에서 만난 20대는 세간에서 떠들어대던 것과는 사뭇 달랐다.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 주저앉아 간절하게 우리 사회의 미래를 염원했고 치열하게 시국을 비판했다. 저마다의 깃발을 내걸고 행진하는 그들에게 시민들은 길을 내주고 박수를 쳐줬다. 이때만큼 연세춘추가 불타오른 적은 또 있었던가. 어설픈 장비로 라이브방송을 하며 늘어나는 시청자 수에 기뻐했고 매주 끊임없이 기사를 써냈다. 그리고 20번의 집회 끝에 탄핵이 인용됐다.
이번 국정농단사태로 우리가 얻은 것은 정치효능감이다. 추운 겨울 직접 촛불을 들고 완성한 쟁취를 그 누가 잊을 수 있겠는가. 직접 참여해 이뤄낸 것에 대한 만족감은 나아가 자기 능력에 대한 확신을 심어준다. 같은 문제가 닥쳐와도, 아니 설령 수사가 지지부진 끝나려 할 때 다시금 광장에 나서도 된다는 자신감을 준다.
이제 사회는 우리가 무력하지 않음을 알았고 우리의 미래는 전혀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탄핵 인용 후 일주일째, 병폐를 처리하려면 아직도 멀었다. 물론 기다리는 것은 어렵지 않다. 다만 기대가 배반될까 두려울 뿐이다. 국정농단의 주요 인물들이 줄줄이 소환됨을 지켜보는 한편, 사회가 혼란한 틈을 타 용두사미로 끝날까 날을 세울 때다. 당당하게 무죄와 설욕을 주장하는 그들의 태도는 대체 어디서 기인했는지 가여울 지경이다. 그들이 붙든 밧줄이 쇠심줄이 아닌 썩은 동아줄임을 이제는 알려줘야 한다. 수십 번을 실패해본 우리는 어떻게 해야 성공을 쟁취할 수 있을지 이미 알고 있다.

곧 총학생회 보궐선거가 시작된다. 그렇게 화제를 몰다가 흐지부지됐던 선거의 재개인데도 학생사회는 무관심하다. 지난 해 우여곡절이 많아서인지 학교 밖 정치판이 흥미진진해서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학생사회가 안정되기엔 아직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한 달 걸러 터지던 단톡방 사건은 올해도 어김없이 반복됐고 학생자치권 문제로 누군가는 싸우고 있다.
학생들에게는 학생사회를 바꿀 능력이 있다. 고작 3개월에 불과한 시간 만에 국운을 바꾼 우리다. 올해 총학 임기는 길어야 8개월이지만 더 나은 학생사회를 만들어가는 데는 충분한 시간이다. 연세춘추는 올해도, 캠퍼스에서도 여전하다. 20대를 위해 대선 공약을 분석하고, 학내 사안을 취재하고 기사를 쓰며 당신의 눈과 귀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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