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선투표제는 성숙한 민주주의의 첫걸음

진 혁 (정외·15)

 권위주의 정부를 이겨내고 쟁취한 민주주의를 맞이한 지 30여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는 시민사회의 성숙한 참여라는 모범적인 사례를 만들어내며 새로운 시대에 접어들었다. 헌정 사상 첫 대통령 탄핵 심판이라는 역사적 이정표에서 정치에 관한 여러 구조적 논의와 개혁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며, 결선투표제를 향한 요구 역시 상당하다. 결선투표제의 도입 여부가 선거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결선투표제는 여론의 왜곡을 구조적으로 최소화하는 기능을 갖는다. 대의민주주의라는 틀에서 선거가 갖는 의미는 국민의 여론을 수렴해 그에 맞는 정권을 수립하는 것인 만큼, 선거 제도는 이를 최대한 정확히 수렴하도록 조정될 필요가 있다.

대선투표 지지율의 의미를 이해해야 한다

미국과 같은 강력한 양당제를 갖지 않은 우리나라는 다수의 대통령 선거에서 3인 이상이 두 자리수 이상의 유의미한 지지율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정치적 풍토에서의 단일투표제는 국민적 여론과 유리된 선거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회자되는 것이 바로 제13대 대통령선거로, 노태우(36.6%), 김영삼(28.0%), 김대중(27.0%), 김종필(8.1%)의 투표결과를 보이며 노태우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는데, 결선투표제가 도입됐다면 김영삼 후보나 김대중 후보 중 한 명이 대통령으로 당선됐을 것이라는 예측이 중론이다. 저번 대통령선거처럼 두드러진 단일 여권후보와 다수의 야권후보가 종종 등장하는 우리나라 대선의 특징을 고려할 때, 단일화에 실패한 야권 후보들이 종합적으로 국민의 과반수 지지를 얻음에도 선거에서 승리하지 못하는 구조적인 문제가 존재한다. 우리는 이 문제를 집권세력이 보수가 될 것인가 진보가 될 것인가의 단순한 양자적 대립구도에서 벗어나 어떤 방향성이 민의 수렴의 관점에서 더 정확한 결과를 낳을지에 대한 고찰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결선투표제는 대립구도를
해결할 열쇠가 될 것

궁극적으로 결선투표제는 선거결과에 정치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 일반적인 결선투표제의 당선요건은 총 유효 득표수의 절반 이상이기에, 이러한 제도에서 선출된 대통령은 국민의 절대다수가 동의함을 사회적 전제로 한다. 경제와 안보를 비롯한 여러 이슈적 프레임에 따라 분열에 취약한 우리나라의 정치적 특성을 감안했을 때, 절대다수의 지지를 얻었다는 점은 해당 후보의 정치적 정당성을 강화하여 불필요한 정치적 갈등을 줄일 것이다. 이를 통해 수십 년간 우리나라를 괴롭힌 ‘진보’와 ‘보수’의 대결구도의 해결 역시 노려볼 수 있을 것이다.
사상 첫 대통령 파면이라는 격변의 상황 아래에서, 우리의 민주주의는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교환학생으로 타국에서 우리나라의 뉴스를 보며 지새우던 밤을 생각하며, 결선투표제를 통해 한 발자국 더 성숙해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내심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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