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교통법 밖에서 학생 안전 위협하는 캠퍼스 도로

▶▶ 우리대학교 원주캠 내에서 운행하고 있는 시내버스의 모습


지난 2016년 4월, 서울대 기숙사 앞에서 길을 건너던 학생이 과속 차량에 치여 다리가 부러졌다. 얼마 뒤인 5월에는 이화여대 캠퍼스 내에서 한 학생이  돌진하는 트럭에 크게 다치기도 했다. 이처럼 캠퍼스 내 교통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지만 대부분의 사고가 합의로 마무리된다. 모두 ‘캠퍼스 도로’에서 일어난 사고이기 때문이다.

캠퍼스 도로는 도로가 아니다?

캠퍼스 도로는 ‘도로교통법* 상 도로 외 구역’(아래 도로 외 구역)으로, 사도(私道)에 속한다. 한편 우리가 흔히 접하는 도로는 대부분 ‘도로교통법 상 도로’(아래 일반도로)로, 공도(公道)에 해당한다. 「도로교통법」 제2조에 따르면 일반도로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 또는 차량의 통행을 위해 공개된 장소다. 교통질서유지를 목적으로 하는 공공성이 있어야 공도로 인정되는 것이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임채홍 책임연구원은 “캠퍼스 도로는 공공성이 인정되지 않아 사도에 속한다”며 “이에 따라 도로교통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같은 이유에서 아파트 단지 내 주차장도 도로 외 구역으로 분류된다.
이렇게 법률상 다르게 구분되는 일반도로와 도로 외 구역은 교통안전 측면에서도 차이를 보일까?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지난 2015년 3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 삼성화재에 접수된 전국 교통사고 접수건 중 16.4%가 도로 외 구역에서 발생한 사고였다. 전체 사고 6건 중 1건은 도로 외 구역에서 발생한 것이다. 임 연구원은 “도로 외 구역은 일반도로와 달리 교통사고 발생 시 경찰신고의무가 없어 교통사고 건수 집계가 어렵다”며 “집계되지 않은 비공식적인 교통사고 건수까지 생각하면 도로 외 구역의 교통안전 실태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도로 외 구역에 속하는 캠퍼스 도로 역시 교통사고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새누리당 한선교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공받은 ‘2011-2015년 국립대 및 국립대법인 교내 교통사고 현황’에 따르면, 가장 높은 교통사고 발생 건수를 기록한 서울대에서는 지난 5년간 318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전남대와 경북대는 각각 108건, 38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한편 우리대학교를 포함한 사립대는 교통사고 현황조차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사립대는 국립대와 달리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현황 조사도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교통안전 위험에 노출된 학생들

캠퍼스 도로는 도로교통법이 적용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교통상황은 일반도로와 별반 다르지 않다. 일례로 서울대는 현재 5511번, 5513번, 5516번 등의 시내버스가 교내에서 통행하고 있다. 서울대 조민석(생명과학부·17)씨는 “시내버스부터 택시, 승용차까지 교내 차량통행량이 많다”며 “캠퍼스 밖 일반도로와 캠퍼스 내 도로 간 교통상황 차이를 못 느끼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차량통행량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서울대에는 여느 대학과 같이 교통신호가 존재하지 않았다. 이에 횡단보도에서 보행자가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사고의 위험에 노출되기 쉬운 상황이었다.
우리대학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대학교의 세 캠퍼스는 낮부터 늦은 밤까지 교내에 배달오토바이가 다닌다. 특히 밤에는 빠른 속도로 달리는 운전자의 시야 확보가 어렵기 때문에 학생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관련기사 1785호 2면 ‘차 없는 거리’ 백양로에 이륜차가?> 게다가 원주캠은 교내에 30번, 31번 등 시내버스가 통행할 뿐 아니라 ‘독수리택시’와 같은 택시도 밤낮으로 출입해 교내 차량통행량이 많다. 박아현(글로벌행정·14)씨는 “학생들이 주로 급할 때 택시를 이용하다 보니 주행제한속도를 지키지 않는 택시가 많은 것 같다”고 전했다.
이와 같이 일반도로와 비슷한 교통상황에도 법적 규제가 없어 교통질서는 미흡한 상황이다. 이를 증명하듯 캠퍼스 내에서는 유독 오토바이 안전모를 쓰지 않고 운전하는 학생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우리대학교 신촌캠퍼스에서 안전모 없이 스쿠터를 운전하고 있던 운전자 A씨는 “아무래도 교내에는 특별한 단속이 없기 때문에 편하게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자율’과 함께 방치된 캠퍼스 교통안전

한편 캠퍼스 내 교통안전 규정은 자율이라는 이름하에서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캠퍼스 도로는 일반도로와 달리 해당 구역의 교통안전을 관할하는 주체가 각 대학교이기 때문이다. 이에 캠퍼스 교통안전은 ▲교통 관련 규정 미비 ▲도로설계 관련 규정 미비 ▲안전실태점검 미비라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
기자가 서울 소재 10여 개 대학의 총무처에 문의한 결과, 대다수 대학에서 2~30km 정도의 주행속도제한 외에는 따로 교내 교통질서와 관련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설정하고 있지 않았다. 게다가 일부 존재하는 가이드라인도 강제성이 없는 권고사항에 그쳤다. 우리대학교의 세 캠퍼스 역시 교내 모든 구역의 주행제한 속도가 30km라는 것 외에는 별다른 교통 관련 규정이 없다. 이에 대해 원주캠 총무처 하흥호 차장은 “교통안전순찰 제도를 통해 주행속도를 초과하는 운전자에게 주의를 주고 있지만 법적 강제성이 없어 권고 수준에 그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 이화여대 내에 설치된 주행속도제한 표지판

또한 도로 외 구역은 일반도로와 달리 도로설계 과정에 대한 규정이 없어 교통안전 보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일반도로는 국토교통부령인 ‘도로 구조 및 시설 기준에 관한 규칙’(아래 시설 기준 규칙)의 적용대상이기 때문에 차로 수, 차로 폭, 과속방지턱 등 부문에서 시설 기준 규칙을 따르고 있다. 하지만 캠퍼스 도로는 일반도로가 아니기 때문에 시설 기준 규칙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 이에 캠퍼스 도로 설치 역시 전적으로 대학 자율에 맡겨지고 있다. 임 연구원은 “미국, 캐나다, 홍콩과 같은 나라에서는 도로 외 구역의 교통안전 보장을 위해 표지판, 과속방지턱 등의 설치 규정이나 도로의 기하구조 기준이 마련돼 있다”며 “우리나라도 도로 외 구역의 도로설계 매뉴얼이 하루빨리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도로 외 구역은 안전점검에서도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도로 외 구역은 지방자치단체가 시행하는 교통안전실태점검 의무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최근 잇따른 도로 외 구역의 교통사고 증가로 교통안전공단에서는 몇몇 아파트 단지에 대해 안전실태를 점검하고 시설설치를 권고한 바 있다. 하지만 캠퍼스 도로에 대한 안점점검은 아직까지 부재한 상황이다. 이에 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아직까지 대학 캠퍼스 내에서는 점검을 시행한 적이 없었지만 조만간 시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캠퍼스 내 사고는 면죄부를 받는다?!

뚜렷한 안전규정 없이 학생들에게 노출돼 있는 캠퍼스 도로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특히 문제가 된다. 캠퍼스 도로는 도로교통법 미적용으로 경찰에 신고가 접수돼도 경찰의 역할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대문경찰서와 관악경찰서 등 서울 대학가 다수의 경찰서에 따르면 캠퍼스 도로는 도로교통법 미적용으로 경찰서 관할이 아니다. 대학가의 한 경찰관계자는 “교통사고 가해자에 대한 법적용이 일반도로와 달라 경찰들도 할 수 없이 주로 합의를 권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캠퍼스 내 교통사고는 당사자 간의 합의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합의 과정에서도 피해자가 일반도로 교통사고 발생 시와 같은 법적구제를 받기 어려울 수 있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전제호 책임연구원은 “교통사고 가해자가 도로 외 구역의 느슨한 규정을 악용한다면 문제가 된다”며 “가해자의 과실이 확실한 상황이라도 도로교통법 미적용으로 피해자가 과실비율에 따른 보상을 받지 못할 수 있다”고 전했다.
지난 2011년 「도로교통법」이 일부 개정되고 난 뒤 음주·약물운전과 뺑소니 사고에 대해서는 도로 외 구역에도 일반도로와 같이 도로교통법을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그 외의 상황에서는 여전히 가해자가 ‘도로 외 구역’이라는 면죄부를 받고 있다. 실제로 도로 외 구역에서 인명사고가 발생하면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 의해 벌금 부과 등 형사처벌의 가능성이 있지만, 일반도로와 달리 「도로교통법」은 적용되지 않아 면허 정지나 취소 등의 행정처분은 적용받지 않는다. 이에 따라 캠퍼스 내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제한속도 위반 ▲무면허 운전 ▲중앙선 침범 등은 아래 <표1>과 같이 일반적인 도로와 다른 처벌을 받는다.

<표1> 일반도로와 캠퍼스 도로의 상이한 교통 관련 규정

물론 대학교 차원의 규정도 필요하지만 이것만으로는 교내 교통안전을 확립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 한 대학의 총무처 관계자는 “도로교통법과 같은 법률 적용이 전제돼야 대학 차원의 규정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대학교에는 캠퍼스의 낭만과 동시에 교통사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대학교의 교통안전은 더 이상 자율이라는 이름의 방임에 맡기고만 있을 수 없는 수준이다. 교통사고가 학생들의 캠퍼스 낭만을 앗아가기 전에 ‘도로 외 구역에 대한 규제 강화’나 ‘도로교통법 적용 범위 확대’를 고민해 봐야 한다.
 

* 도로교통법: 도로에서 일어나는 교통상의 모든 위험과 장해를 방지·제거해 교통안전질서를 확보한다는 목적으로 지난 1961년부터 시행된 법률
 

 

글 홍란 기자
nancho@yonsei.ac.kr
사진 천시훈 기자
mr1000sh@yonsei.ac.kr
심소영 기자
seesoyoung@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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