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석사 통합, 좋기만 한 걸까?

지난 2016년 7월 29일 교육부는 「대학원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은 대학원이 산업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방안에 따라 이르면 2018학년도부터 전문대학원의 학·석사 통합과정이 허가된다. 이 전문대학원 학·석사 통합 학제가 바로 소위 ‘한국형 그랑제콜’이다.

한국형 그랑제콜, 그게 뭔데?

‘그랑제콜(Grandes Ecoles)’은 프랑스의 소수정예 고등교육연구기관이다. 프랑스의 그랑제콜은 학사과정과 석사과정이 통합돼 보통 5년제로 운영되며, 특정 직업인을 양성하는 것이 그 설립 목표다. 이는 대학교보다 상위의 고등교육기관이며, 프랑스 엘리트 교육의 산실이다. 그랑제콜을 ‘대학 위의 대학’이라고 말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교육부는 프랑스의 그랑제콜을 본따 정치·행정·경영·공학 등 전문 직업 분야에서 산업수요에 부합하는 고급인력의 조기양성을 위해 ‘한국형 그랑제콜’을 도입하기로 했다. 한국형 그랑제콜은 전문대학원의 정원의 일정 비율을 학부의 특정 학과와 연계해 학·석사를 통합하는 5년제 학제다. 이에 따라 기존에는 일반대학원에만 허용되던 학·석사 통합과정이 의·치·한의·법학전문대학원을 제외한 전문대학원에도 허용된다. 한국형 그랑제콜은 학부 3년과 대학원 2년 혹은 학부 4년과 대학원 1년의 커리큘럼으로 진행되며, 이를 졸업한 학생들은 석사 학위를 받는다.
한국형 그랑제콜은 심화교육 모형과 융·복합 인재 양성 모형이라는 두 가지 모형으로 추진되고 있다. 우선 심화교육 모형은 유사한 전공 학부와 대학원을 통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통·번역 전문대학원에 진학하기를 희망하는 학생은 이르면 2018학년도부터 ‘그랑제콜 전형’으로 어문학과에 입학할 수 있다. 다음으로 융·복합 인재 양성 모형은 다양한 전공 분야를 통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디지털 콘텐츠 전문대학원은 인문계열에서는 문화인류학과, 이공계열에서는 컴퓨터공학과, 예술계열에서는 공연예술학과와 연계될 수 있다.
교육부의 각종 대학평가에서 상위에 위치한 대학들만 한국형 그랑제콜 학제를 도입할 자격을 갖는다. 실제로 이 학제의 도입 여부는 대학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현재 한국형 그랑제콜 도입을 계획 중인 대학은 건국대가 유일하다. 우리대학교는 아직까지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지 않다.

높은 경쟁률, 높은 등록금 
교육의 질은 그대로?

이러한 한국형 그랑제콜의 도입은 기존의 4년제 학제와 비교했을 때 ▲인기 학과로의 쏠림 현상 심화 ▲가중되는 등록금 부담이라는 문제를 낳을 우려가 있다. 또한 한국형 그랑제콜이 운영되는 데 필요한 교육부의 지원이 미비하다는 점도 문제시되고 있다. 
한국형 그랑제콜이 도입되면 대학 입시에서 경영·융합공학과 같은 주요 인기 학과로의 쏠림이 심화될 수 있다. 대학교육연구소 임희성 연구원은 “현재 전문대학원은 경영·융합공학 등 인기 분야를 중심으로 설립돼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전문대학원의 학·석사 통합을 허가해 규제를 완화하면 비인기 학과로 진학하기를 지망하는 학생이 줄어들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학·석사 과정이 통합돼 있는 그랑제콜의 특성상, 기존의 4년제 학사과정과 비교했을 때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은 늘 전망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기존의  학사 4년, 석사 2년의 총 6년 과정에서 5년으로 줄어들어 그만큼 등록금 부담이 줄었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애초에 해당 학과 석사 과정을 밟고 싶지 않았던 학생들의 경우 부담을 호소하기도 한다. 의생명공학을 전공한 뒤 학사 졸업 후 곧 바로 취직하고 싶다는 김지혜(18)양은 “한국형 그랑제콜 때문에 원치 않게 석사 과정을 밟고 싶지는 않다”며 “그것 때문에 등록금도 더 비싸다면 더욱 그 학교로는 진학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한국형 그랑제콜의 도입 취지와는 달리, 교육부의 현실적인 지원이 부족해 교육의 질적 수준을 제고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교육부는 한국형 그랑제콜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지 반년이 넘도록 인적·재정적 지원 방안을 구체화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조금 더 이 제도가 활성화되면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양은 “일선 교육 현장에서 양질의 교육이 이뤄지기 위한 지원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 같아 선뜻 한국형 그랑제콜에 진학하기가 망설여진다”며 “사실상 아무런 지원이 없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학력 인플레이션 심화할 수도

일각에서는 한국형 그랑제콜이 과잉학력 시대에 학력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동국대 14학번 A씨는 “우리나라 취업 시장에서 최종학력은 중요한 스펙이라서 최종학력이 낮으면 취업시장에서 불리할 수 있다”며 “대학원을 갈 생각이 없었지만 한국형 그랑제콜이 도입돼 석사 졸업생이 많아진다고 생각하니 취업을 위해서라도 석사 과정을 밟아야 할 것만 같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이러한 지적이 제도 시행 초기에 발생하는 부수적인 문제이기에 한국형 그랑제콜이 자리 잡으면 이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된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초기의 적응 과정을 거쳐 한국형 그랑제콜이 안정화되면 그곳에서 육성할 인재와 기존의 4년제 학사과정이 육성하는 인재가 달라진다”며 “결국 취업시장은 겹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대학은 고등교육을 통해 산업 수요에 맞는 고급인재를 육성해야 할 사회적 의무가 있다. 대학이 이러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기반 마련과 적절한 지원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형 그랑제콜이라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 교육부가 이에 지속적으로 투자할 것을 기대해본다.

박혜지 기자
pphhjj66@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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