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없는 동아리 게재, 명확한 근거와 사전 논의 없는 갑작스러운 공개 문제돼

지난 5일, 교목실이 대학교회 주일예배에서 사용되는 주보에 신천지 단체로 의심되는 동아리 및 소모임을 공개했다. 그러나 ▲신천지와 무관한 동아리가 목록에 포함된 점 ▲명확한 선정 근거를 밝히지 않은 점 ▲학생들과의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명단을 공개한 점으로 인해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교목실은 주일예배에 사용되는 주보에 ‘사이비 이단 주의’라는 제목의 공지사항을 기재했다. 해당 주보에선 총 7개의 동아리 및 소모임을 신천지 단체라고 밝혔으며, 교목실은 학생들에게 해당 단체에 참석 및 가입을 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교목실 관계자는 “신천지는 자신들을 철저히 숨기고 대학사회로 들어와 활동하기 때문에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며 “새 학기가 시작된 만큼 동아리 및 소모임에 대해 잘 모르는 신입생들을 위해서 예방 차원으로 신천지 의심 단체를 주보에 올리게 됐다”고 말했다.


신천지와 무관한 동아리가 
목록에 포함돼

 

그러나 주보에 기재된 동아리 및 소모임 중 신천지와 관련이 없는 동아리가 있어 논란이 됐다. 경제금융 중앙동아리 ‘유니버시아드’는 해당 주보에 신천지 의심 동아리로 실렸지만, 추후 사실 확인 끝에 신천지와 관련이 없는 동아리인 것으로 밝혀졌다. 유니버시아드의 회장 최일웅(사회과학부·16)씨는 “교목실장과 면담을 통해 우리동아리가 주보에 잘못 기재됐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이에 대해 사과를 들었다”며 “명확한 근거와 사실 확인 없이 신천지 의심 단체로 몰려 황당하다”고 말했다. 교목실장 임걸 교수(교목실·조직신학)는 “제보가 들어온 게 있었지만 유니버시아드와 논의 끝에 명단에서 제외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해당 동아리는 동아리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니버시아드 회장 최씨는 “‘에브리타임’에 동아리 홍보 글을 기재하면 신천지 관련 댓글이 계속해서 달릴 만큼 동아리 이미지 타격이 심각하다”며 “동아리 전체가 신천지 단체라는 꼬리표가 생겨 안타깝고 추후 동아리 홍보 활동에 있어 큰 제약이 생긴 것 같아 학교 본부의 이번 조치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명확한 선정 근거를 
밝히지 않아

 

또한, 학생들은 유니버시아드 외에도 주보에 기재된 동아리 및 소모임이 신천지와 관련됐다는 명확한 근거를 교목실이 공개하지 않은 것은 잘못됐다고 주장한다. 고현종(글로벌행정·11)씨는 “우리대학교가 미션스쿨로서 사이비 세력을 경계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좀 더 명확한 근거와 정황을 밝혔어야 했다”며 “교목실이 신천지로 의심되는 단체를 너무 성급하게 판단한 후 공개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해당 동아리 및 소모임을 선정한 근거에 대해 임 교수는 “교목실은 기독교 대학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학생들을 사이비 단체로부터 보호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며 “계속되는 제보와 여러 지도교수님의 의견을 종합해 의심 단체를 결정했고, 이에 대한 근거는 제보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공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학생들과의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명단을 공개

 

한편, 교목실이 해당 단체들에 사전에 어떠한 연락도 없이 일방적으로 단체를 공개한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일부 학생들은 교목실이 명단을 공개하기 전 해당 단체에 직접 사실 확인을 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학교 본부의 일방적인 태도에 대해 비판했다. 핸드드립커피 준동아리 ‘캔유커피’ 관계자 A씨는 “사전에 어떠한 얘기도 없이 갑자기 주보에 신천지 의심 동아리로 올라와 너무 놀랐다”며 “학교 측이 만약 동아리의 활동이 의심되고 신천지를 믿는 사람이 있다고 판단했다면, 동아리 회장이나 담당 교수님께 말해 사실관계 파악을 먼저 지시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A씨는 “사전 통보 없이 공개하기보다는 문제가 확실히 발견됐다면 동아리 운영방향을 지도해주는 것이 먼저 필요하다”며 “몇 차례 지도에도 계속해서 제보가 들어온다면, 그때 의심 명단에 올려 공개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임 교수는 “신천지 세력은 사전에 연락하면 미리 조치를 취할 수 있다”며 “정상적인 진위조사를 통해서는 진짜 신천지를 가려낼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주보를 통해 갑자기 공개했다”고 밝혔다. 덧붙여 다른 교목실 관계자는 “여러 논란이 있을 것을 예상했지만 이런 논란을 감수하면서 신천지 의심 단체를 올리는 것이 신천지 세력을 거를 수 있는 과정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신천지 의심 단체로 공개된 동아리 및 소모임들은 학교 본부와의 논의를 통해 문제를 개선하고 싶다는 입장을 보였다. ‘캔유커피’ 관계자 A씨는 “의심을 계속 받는 상태에서 지금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 답답하다”며 “앞으로 동아리의 운영과 후속 조치에 대해 학교 측과 면담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탁구소모임 ‘엣지’ 관계자 B씨는 “학교 본부과 소통해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교목실 관계자는 “다음 주일 예배 주보에는 신천지 의심 단체들을 기재하지 않을 계획이다”며 “학생들이 공식적으로 인정된 동아리 및 소모임 외에는 참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모재성 기자
mo_sorry@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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