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유연한 수업권 보장 가능해

▶▶ 학점이월제도를 설명한 그래프다. 학점이월제도를 적용하게 되면, 학생들은 수강하지 않고 남은 학점(위 그래프의 3학점)을 다음 학기로 이월할 수 있다.

 

 

이번 2017학년도 연돌이는 4학년이 됐다. 학기 초 수강신청에서 연돌이는 최대수강가능학점인 18학점을 신청했지만 이 중 12학점만 수강신청에 성공하게 됐다. 결국 연돌이는 모자라는 학점을 채우기 위해 계절학기뿐만이 아니라 추가학기도 신청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학점이월제도, 왜 필요한가
 

지난 원주캠 30대 총학생회 <Knock>(아래 30대 총학)는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해주기 위해 ‘학점이월제도’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학점이월제도란 최대수강가능학점보다 부족한 학점을 수강했을 경우, 잔여 학점을 이월해 다음 학기에 학생들이 잔여 학점만큼 수업을 더 들을 수 있게 해주는 제도다. 30대 총학생회장 김태현(환경·09)씨는 “잔여 학점을 다음 학기로 이월할 수 있다면 학생들의 수업권 증진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해 당시 공약으로 내세웠다”고 전했다.
학점이월제도는 ▲수강신청 실패 ▲재수강 ▲전과 및 이중전공 등의 이유로 학점을 미처 채우지 못한 학생들의 수업권을 보장해 줄 수 있다. 이에 더해 학점이월제도는 ▲등록금 손실 억제 ▲계절학기 수강 필요성 저하 등을 통해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오진영(정경경제·16)씨는 “잔여 학점을 활용한 방법이 없어 등록금이 낭비되는 것 같아 불합리함을 느꼈다”며 “학점이월제도가 도입된다면 추가학기나 계절학기를 듣지 않고도 낭비되는 학점을 더욱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학교육연구소 관계자는 “학점이월제가 도입된다면 학생들의 유연한 학점관리가 가능해져 원활한 졸업과 수강이 가능해 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캠퍼스 간 이중전공생들은 졸업이수학점이 캠퍼스별로 따로 배정돼있어 빠른 졸업을 위해서는 한 학기에 두 캠퍼스를 오가야 하는 불편함을 겪고 있다. 하지만 학점이월제도가 도입된다면 잔여 학점을 무리하게 채우지 않아도 학점을 이월해 한 학기에 한 캠퍼스의 수업을 몰아서 들을 수 있다. 우리대학교에 재학 중인 15학번 서모씨는 “이중전공생들은 졸업이수학점을 최대한 빨리 채우기 위해, 한 학기에 두 캠퍼스를 왕래하는 경우가 많다”며 “학점이월제도가 도입된다면 강의를 몰아서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시간적, 경제적으로 절약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른 대학은 어떻게 시행하나


대학사회에서 학점이월제도가 보편적으로 시행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실제로 ▲중앙대 ▲경북대 ▲이화여대 ▲순천대 등 이 제도를 원활하게 시행하고 있는 학교도 다수 존재한다. 
중앙대의 경우, 2008학년부터 가장 먼저 학점이월제도를 도입했다. 당시 실시과정에서 행정부담 가중에 대한 우려가 존재했지만 다양한 세칙이 마련됨에 따라 해당 제도는 큰 문제없이 안착한 상태다. 이에 중앙대 교무처 학사팀 관계자는 “학사편성과 교수배정문제와 같은 어려움이 있었으나 이월학점을 제한하거나 이월범위를 해당 연도로 설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학사운영에 큰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학생들이 학습권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실제로 중앙대에 재학 중인 15학번 이모씨는 “학점이월제도 덕분에 잔여 학점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더욱 원활한 수강과 졸업이 가능하게 됐다”고 말했다. 
경북대 역시 2016학년부터 학점이월제도를 도입했다. 경북대 관계자는 “잔여학점이 남았거나 남은 졸업학점을 이수하기 위해 추가학기를 등록해야 하는 학생들을 위한 제도”라며 “학점의 소멸 방지를 통한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작년부터 시행 중이다”고 전했다. 학점이월제도가 단순히 학생들의 학습권을 증진시킬 뿐만 아니라, 추가학기에 따른 졸업 연기나 계절학기 수강으로 인한 학생들의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도 도입에 대한 논의 상황은?
 

30대 총학은 당시 신촌캠 53대 총학생회 <Collabo>와 함께 진행하던 ‘교육제도 요구안 관철을 위한 서명 운동과 교육권 활동’의 안건으로 학점이월제도를 포함하려 했으나, 결국 이는 배제된 채 교육권 증진 운동이 진행됐다. <관련기사 0호 ‘신촌캠·원주캠 총학, 학교 본부에 교육권 요구안 5000인 서명 전달해’> 김씨는 “신촌캠 총학생회장과 공동행동 요구안을 선별하는 과정에서 학점이월제도를 제외하는 것으로 결정했다”며 “당시 진행됐던 교육권 증진 운동에 대해 학교 본부가 부정적인 입장이었기 때문에 학점이월제도 도입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고 전했다.
결국 지난 30대 총학에서 학점이월제도 공약이 자동적으로 파기된 이후로 아직까지 학교 본부와의 논의는 전무한 실정이다. 이에 31대 총학생회장 조현민(과기물리·14)씨는 “학점이월제도가 도입된다면 학생들의 경제적 손실 축소 등의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데에 공감한다”며 “하지만 먼저 선행돼야 할 과제인 교원충원문제부터 지속적으로 학교 본부에 요청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학점이월제도를 통해 추가학기를 신청하는 학생을 줄이고 유연한 학습권을 보장시킬 수 있다. 이 제도를 시행 중인 다른 대학교들의 사례를 토대로 학점이월제도에 대한 학교 본부와 학생간의 논의가 지속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글 박기인 기자
come_from@yonsei.ac.kr
장호진 기자
hobodo@yonsei.ac.kr
그림 김지연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