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부 양성익 기자


‘우리 모두 현실주의자가 되자, 그러나 가슴속에는 불가능한 꿈을 가지자’

나는 체 게바라라는 혁명가로 인해 연세춘추에 들어왔다. 체 게바라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초등학교 5학년. 아버지가 권하신 『체 게바라 평전』을 접했을 때다. 안정된 의사라는 자리를 버리고 프롤레타리아를 위한 혁명에 뛰어든 그는 쿠바에서 혁명에 성공한 이후에는 안정적인 자리를 또 다시 버리고 제3세계로 또 다른 혁명을 벌이려 했다. 이 사실 자체에도 당시의 나는 큰 충격을 받았지만, 의사와 혁명가, 국립은행총재, 외교관 등 한 사람이 일생에 하나 가지기도 힘든 직업을 여러 개 가지고 열정적인 삶을 살았다는 사실은 내가 하나의 ‘가치관’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그 가치관을 가지고 나도 체 게바라처럼 열정적인 삶을 살아가며 다른 이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 결국 나는 현재까지 정치가와 교수, 언론인이라는 세 가지 진로를 모두 희망하고 있다.
정치가와 교수, 언론인 모두 경청하는 자세와 뛰어난 언변 능력, 그리고 출중한 글솜씨도 겸비해야 하기에 연세춘추 입사는 나에게 운명과도 같았다. 어느 덧 1년이 넘도록 연세춘추에서 활동 중인 나지만, 아직까지 그렇게 힘든 적 없이 열정을 가지고 재미있게 즐기고 있는 걸로 볼 때, 연세춘추 기자 생활은 나에게 있어 정말 운명인 것 같다.

‘나는 해방가가 아니다. 해방가란 존재하지 않는다. 민중은 스스로를 해방시킨다’

체 게바라는 쿠바 혁명을 주도하고 아프리카 등 제 3세계에 혁명의 불씨를 일으켰다. ‘세계의 혁명가’라 불리는 그가 왜 해방가의 존재를 부정했을까. 그는 해방가와 민중의 존재를 동일시했기 때문이다. 민중은 한없이 약한 존재이다가도 부정한 권력에 대항할 때는 ‘해방가’로서 탈태한다.
지난 10일 아침 11시 22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됐다. 헌정 사상 최초로 대통령이 파면당한 것이다. 결정은 헌법재판소에서 내렸지만, 체 게바라의 말처럼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의 ‘해방’은 국민들이 스스로 주도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2016년 10월 29일부터 시작한 촛불집회는 올해 3월 4일까지 19차례 열렸고 총 1천600만 명에 달하는 시민들이 집회에 참가했다. 한 방송사의 보도로 인해 드러난 ‘비선실세’ 논란으로 시작된 집회는 날이 갈수록 규모가 더 증가했다. 국민들은 분노했고, 행동했다. 그들은 스스로를 해방시키기 위해 ‘해방가’를 자처했던 것이다.

‘폭군은 폭군으로 변할 새 지도자로 대체될 뿐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이 확정돼, 오는 5월에 대통령 선거가 열리게 됐다. 우리는 이제 ‘폭군은 결국 또 다른 폭군으로 대체될 뿐’이라는 그의 명언이 틀렸음을 증명해야 한다. 대통령의 살아온 배경이나 가족이 아닌, 그가 내세우는 공약에 주목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맡긴 권력이 다른 이에게 함부로 남용되거나 이양되지 않게, 오로지 국민만을 위해 사용되도록 감시해야한다. 그것이 이번 탄핵 사태가 남긴 교훈일 것이다.
해방가들은 이제 곧 다시 민중으로 돌아가겠지만, 여전히 그들은 ‘해방가’의 본질을 갖고 있다. 이제 어느 권력자가 대통령의 자리에 올라도 민중을 쉽게 무시할 수는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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