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 3년차, 대학평의원회를 살펴보다

우리대학교에 대학평의원회(아래 대평)가 설립된 지 햇수로 3년이 지났다. 우리대학교에서 대평은 학교운영에 다양한 학내외 주체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고자 출범했다. 그렇다면 3년 동안 대평은 과연 대학운영의 민주성과 공공성을 높이는 데에 일조해왔을까. 
 

대학평의원회란?
 

대평은 지난 2007년 개방이사제*와 대평 설립 및 내용에 대한 「사립학교법」(아래 「사학법」) 개정 이후 생긴 대학 필수 기구로, 대학운영의 민주성과 공공성 제고를 위해 학내 구성원과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심의 기구다. 2014년에 제정된 ‘대학평의원회 운영 규정’에 따르면 대평에서는 ▲대학 발전계획 ▲학칙 제정 및 개정 ▲대학헌장 제정 및 개정 ▲대학교육과정 운영 ▲대학 예결산 ▲개방이사추천위원회 위원 추천 ▲이외의 교육 관련 중요사항 등 총 7가지의 사항을 심의한다. 이때 ▲대학헌장의 제정 및 개정 ▲대학 예결산의 경우에는 자문에 한하게 된다. 우리대학교 대평은 「사학법」 개정 이후 7년 동안 위원회 구성문제를 비롯해 학교본부의 소극적 태도로 인해 미뤄지다 지난 2014년에 설립됐다. 현재 우리대학교 대평은 2기인 상태이며, 이들의 임기는 학생평의원의 경우 1년, 그 외의 평의원의 경우 2년이다.
 

지금의 「사학법」 아래 
대평은 있으나 마나

 

「사학법」 개정으로 대평의 설립이 필수가 됐을 당시 대평은 대학운영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학내외 구성원들의 의견을 공론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이런 기대와 함께 ▲학교본부 위주의 인사 구성 ▲대평의 권한 제약 등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도 제기됐다.

「사학법」 제26조의2 ②와 「사학법 시행령」 제10조의6 ③에서 ‘대평 조직과 운영에 필요한 사항을 모두 정관으로 정한다’는 조항이 명시돼 있다. 사실상 정관에 관한 사항들을 학교본부의 재량에 맡긴 것이다. 일례로 이화여대는 지난 2013년, 대평 구성 시 교원평의원 4명 중 3명을 보직교수인 단과대학장으로 임명해 이화여대 교수협의회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또한, 「사학법」 제26조의2 ①에 따라 대평의 권한이 의결이 아닌 심의·자문에 머물러 아무런 영향력을 끼치기 어렵다는 것도 근본적인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 2013년 중앙대에서는 대평이 의결권을 갖지 못해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못하고 학과 폐지가 강행되는 일이 있기도 했다. 지난 2010년부터 중앙대에서는 지속적으로 학과 통폐합에 관련한 문제가 제기됐던 바 있다. 학교본부는 대평이 구성된 이후에도 대평의 심의를 무시한 채 학과 통폐합을 강행했다.

이에 지난 2015년에는 더불어민주당 장하나 의원이 우리대학교 총학생회(아래 총학), 대학원 총학을 포함한 25개의 대학 및 대학원 총학, 5개의 학생단체들과 함께 ‘대학평의원회 확대 설치와 구성 및 위상 재정립을 위한 기자회견’을 진행하기도 했다. 또한, 장 의원은 대학평의원회 개선안을 담아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국회에 발의했다. 장 의원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학생들의 ▲대학운영과정 참여 ▲대평의 의결기구 전환을 주장했다. 대학구성원들의 의견을 대변할 수 있으면서도 학교의 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 학생들의 비중을 늘리도록 하고, 대평의 자치권과 영향력을 확대해 대학사회의 민주성과 투명성에 더욱 기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장 의원의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지난 2016년을 기해 ‘임기만료 폐기’된 상태다.
 

그렇다면 우리대학교는?
 

우리대학교 대평은 설립 이후로 이사회와 큰 마찰이 없었기 때문에 대평이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들이 가시화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우리대학교도 대평이 갖고 있는 ▲학교본부 위주의 인사 구성 ▲대평의 권한 제약 등의 근본적인 문제들을 비롯해  ▲회의록 미공개 문제까지 안고 있는 상황이다.

‘학교본부 위주의 인사 구성’은 현재까지도 대평에서 가장 근본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우리대학교 대평은 정관 제96조6에 따라 ▲교원 6인 ▲직원 3인 ▲학생 3인 ▲동문 3인 ▲학부모 2인 ▲대학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자 2인, 총 19명으로 구성돼 있다. 대평의 구성단위는 학교본부에서 정하고 이사회에서 승인한 것이며, 총장은 이 중 ▲동문 3인 ▲학부모 2인 ▲대학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자 2인을 전적으로 임명할 수 있다. 대평 의장 서길수 교수(경영대·정보시스템)는 “학교본부와 이사회를 견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구의 구성단위를 학교본부가 정하는 것”이라며 “정관을 바꾸기 위해서는 이사회의 승인을 얻어야 하는데, 과연 이사회에서 학교본부에 불리한 구성단위에 동의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양대 대평의 경우, 교원 6명 모두 교수평의회에서 임명하도록 정관에 명시해놓는 등 비교적 학교본부의 인사가 임명될 여지가 적다. 

학생평의원 수가 여전히 부족한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지난 2016년 10월, 대학교육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 「사립대학 부정·비리 근절 10대 과제」에서 ‘대학의 평의원회 구성 현황에서 학생평의원 비율이 동문 및 기타 평의원의 절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신촌캠 학생평의원인 이과대 학생회장 한민균(화학·15)씨는 “대평 내에서 학생평의원의 의견이 잘 반영되기는 하나 학생평의원 수가 학외 평의원인 동문평의원 수와 3명으로 같다는 점에서 학생평의원의 의석수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며 “학생평의원 수가 늘어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 뿐만 아니라 서 교수는 구성원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대평이 유명무실하게 남아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사학법」에 따르면 대평의 역할은 의결이 아니라 심의·자문에 그치기 때문에 학교본부에서 대평의 의견을 수용할 의지가 없다면 대평이 학교본부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대평 구성원들은 안건을 따로 발의할 수 없기 때문에 학생들은 총학을 통해, 교수들은 교수평의회를 통해 학교본부에 의견을 전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대평에서 개방이사 및 추천감사 선임 대상자를 추천하는 과정은 대평 구성원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대표적인 예다. 이사회를 견제하기 위한 대평의 큰 역할 중 하나는 개방이사와 추천감사 선임 대상자를 추천하는 것이다. ‘개방이사추천위원회 규정’에는 대평에서 4명의 대상자를 추천하고 법인에서 3명을 추천하는 것으로 명시돼 있으며, 추천된 7명 중 각각 1명씩 추려 법인이 최종 1명을 선임하게 된다. 이로 인해 사실상 법인에게 직접적인 결정 권한이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이번 개방이사 선임은 잘 마무리됐지만, 「사학법」의 맹점이 워낙 크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엔 결국 이사회의 뜻대로 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지난 2015년, 우리대학교 총장선출 과정 당시 김석수 전 법인이사장은 우리신문사의 기고글을 통해 대평이 개방이사와 추천감사 추천권을 갖는다는 것을 근거로 ‘대평이 우리대학교 이사회 구성 및 총장 선임에 참여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대평이 추천권을 가짐으로써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이 반영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교수평의회와 총학을 비롯한 학내 구성원들은 당시 총장선출 과정에 반발해 ‘민주적 총장선출제도 수호를 위한 범 연세인 모임’을 꾸려 궐기대회를 열기도 했다. 

대평 회의록이 부분적으로만 공개돼, 학칙 제정 및 다양한 학내 사안에 대한 회의 내용이 학내 구성원들과 공유되지 않는 상황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원주캠 패키징학과에 재학 중인 김모씨는 “대평이라는 기관이 존재하지만, 회의록이 공개되지 않아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이 잘 반영되고 있는지 체감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외대와 한양대 대평은 회의가 개회될 때마다 회의록을 대평 홈페이지에 게시해 학내 구성원들이 회의록을 열람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대해 서 교수는 “현재는 운영규정 비밀 유지 조항으로 인해 회의록을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공개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으며 공개가 가능한지에 대해 검토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대학운영의 민주성과 공공성 제고를 위해 대평이 탄생했으나, 현재 대평은 「사학법」의 근본적인 문제로 인해 유명무실한 기구로 전락할 위험에 처해있다. 서 교수는 “현재는 학교본부와 대평 간에 드러난 갈등이 없을 때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학교본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사안에서는 대평이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며 “실질적인 이사회 견제를 위해서는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개방이사제: 사학재단의 비리를 막기 위해 학교법인 이사 중 일부를 외부인사로 채워야 하는 법률 규정으로 개방이사추천위원회에서 2배수 추천하는 인사 중에서 선임된 이사제도

 

서한샘 기자
the_saem@yonsei.ac.kr
장호진 기자
hobodo@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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