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차례 개정은 진행됐지만 논란들 막지 못해

우리대학교 휴학생은 선거권이 없지만 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 학생총회는 학생들의 10분의 1 이상이 요구하더라도 학생 대표자들의 결정에 따라 열리지 않을 수 있다. 「연세대학교 총학생회 회칙」(아래 학생회칙)에 관련 내용이 규정돼 있음에도 매번 해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이제는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이유다. 학생회칙이 역사 속에서 어떻게 변해왔고, 현재 어떤 한계를 맞고 있을까.
 

우리대학교 학생회칙, 그 뿌리는 어디인가
 

학생회칙은 지난 1988년 6월 15일에 제정됐다고 학생회칙 도입부에 명시돼 있다. 그러나 우리신문에 따르면 학생회칙은 그 이전인 1985년에도 존재했다. <관련기사 1009호 1면 ‘총학생회 회칙 드디어 완성’>

정부는 지난 1975년에 총학생회(아래 총학)를 인정하지 않고 학도호국단을 세우는 정책을 시행했다. 이로부터 9년이 지난 1984년에 총학이 부활하게 되면서 학생회칙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다. 우리신문에 따르면, 1985년 3월 22일 학교 본부와 학생 대표는 20여 차례의 회의를 통해 전문과 5개항을 확정하고 발표했다. 학생회칙에 ‘제정된 해’로 명시돼 있는 1988년에는 대폭 개정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당시 기사에는 ‘1985년 마련된 총학생회 회칙이 올해 들어 대폭적으로 개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나와 있다. <관련기사 1100호 1면 ‘새 회칙으로 학생활동 이정표 마련’> 

이후 학생회칙은 큰 변화 없이 유지되다 지난 2003년에 개정됐다. 당시 개정안은 ‘중앙운영위원회(아래 중운위) 의결 정족수가 3분의 2 이상일 때 찬성으로 한다’는 조항 삭제 등의 내용을 담았다. 지금은 중앙운영위원(아래 중운위원)의 만장일치를 지향한다는 조항이 있다. 

개정 4년 만인 2007년에는 학생회칙 개정에 관한 큰 논란이 있었다. 당시 총학이 발표한 학생회칙 개정안은 ▲총여학생회(아래 총여) 폐지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탈퇴 등을 포함했다. 당시 총학생회장은 총여를 폐지하고 성평등위원회를 설립하자고 주장한 바 있다. 총여 측과 일부 중운위원은 개정안이 총학의 독단적인 결정이라며 크게 반발했지만, 총학은 학생총투표를 강행했다. 투표율은 개표가능한 투표율인 50%를 크게 밑도는 26.74%에 그치면서 학생회칙 개정안은 통과되지 못했다.

지난 2007년 이후에도 학생회칙 개정은 꾸준히 돼 왔으며 가장 최근에 진행된 학생회칙 개정은 지난 2016년 3월에 열린 2016학년도 1학기 정기 확운위에서 이뤄졌다. 당시 개정안은 ▲법제위 설치의 법적 근거 마련 ▲회원의 자격 및 의무와 권리 규정 ▲학생회칙 개정절차 개정을 골자로 했다. 

하지만 여러 차례 개정이 진행됐음에도 회칙의 큰 변화는 없었고 정작 모호한 조항들을 수정하기 위한 시도는 작년에야 진행됐다. 
 

법제위, 학생회칙 전면개정 
13년 만에 시도했지만 결국 무산돼

 

학생회칙의 부분개정은 꾸준히 있어왔지만, 지난 2003년 이후 전면개정은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가장 최근에 진행된 학생회칙 전면개정 시도는 2016년에 있었다. 53대 총학생회 ‘Collabo’는 2016년 1월 4차 중운위 회의를 통해 부분개정안을 의결하고 법제위원회(아래 법제위)를 승인했다. 당시 법제위원장이었던 조동완(식품영양‧08)씨는 ‘회칙이 오랫동안 개정되지 않아 변화하는 학생사회를 반영할 수 없었고 명확하지 않은 조항들이 많다’며 ‘전면적인 개정을 통해 명확한 법조항을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1768호 2면 ‘총학생회칙, 변화의 큰 한걸음 내딛다’> 법제위는 1년간의 활동을 거쳐 2016년 9월 전면개정안을 발표했으나 문과대‧사과대 학생회 등의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다. 당시 반대 측은 ▲학생회칙을 전부 개정하는 이유에 대한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 ▲이전 학생회칙 전문의 가치를 개정안에서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못한다는 점 등의 의견을 개진했다. <관련기사 1776호  ‘총학생회칙 개정 방식 두고 중운위 갈등’> 결국 학생회칙 개정 방식은 부분개정으로 바뀌었으며, 당시 ‘총학생회칙 부분개정을 위한 TFT’도 발족됐으나 총학 임기 만료와 함께 부분개정 활동도 정지됐다.
 

끊이지 않는 논란, 
학생회칙 구체화 필요성 또 다시 제기돼

 

학생회칙 전면개정안은 통과되지 못했는데 학생회칙의 해석에 대한 논란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지난 2016년에 있었던 학생총회 개최 요건과 상경‧경영대 휴학생 선거 출마 논란 등이 대표적인 예다. 

학생회칙 제2장 제14조 1항에는 ‘학생 총회는 확대운영위원 1/2, 중운위 2/3, 본회의 회원 1/20 이상과 총학생회장의 요구가 있을 때 총학생회장이 1주일 안에 소집 공고한다’라는 학생총회 소집요건이 명시돼있다. 학생총회 개회 당시 중운위에서는 해당 조항의 반점(,)을 ‘그리고’로 해석할 것인지, ‘또는’으로 해석할 것인지를 놓고 의견이 엇갈렸다. 당시 중운위는 ‘또는’으로 해석해 학생총회 소집안을 인준한 바 있다. <관련기사 1783호 2면 ‘25일(금), ‘박근혜 대통령 퇴진 요구 학생총회’ 개회 성사될까’> 그러나 당시 의결 내용에 관해서는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있다. 당시 법제위원장을 맡았던 조씨는 “기존 법적해석이나 논리구조로 따져볼 때 당연히 ‘그리고’로 해석해야 한다”며 “기존 법에서도 ‘또는’으로 해석해야 하는 부분은 별도로 명시해준다”고 밝혔다. 이에 변호사 박현철(법학‧03) 동문은 ▲학생자치조직의 특성상 규정의 해석에 자율성이 강조될 수 있는 점 ▲확운위가 학생회칙 제4장 제24조 4항에 따라 ‘학생총회 소집’을 요구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학생총회 4가지 개회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지 않아도 소집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하지만 박 동문은 “학생회칙 제101조처럼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라는 형식으로 규정 돼 있으면 더 명확하다”며 “현재의 학생회칙만으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전했다. 

54대 상경‧경영대 선거가 무산된 근본적인 원인도 ‘학생회칙에 대한 주관적인 해석’에 있다. 당시 문제시 된 학생회칙 조항은 제1장 제8조 ‘본회를 구성하는 기구 중 직접 선거에 의해 대표를 선출하는 기구는 본 회칙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자율적으로 회칙을 제정할 수 있다’이다. 상경‧경영대 운영위원회(아래 상운위)는 이 조항을 놓고 ‘학생회칙과 단과대 시행세칙이 독립적인 관계’라고 해석했다. 학생회칙에 따르면 휴학생은 선거권‧피선거권을 가지지 못하지만 상운위는 휴학생이 단과대 선거에 출마할 수 있도록 단과대 시행세칙을 개정한 것이다. 이후 졸속개정 논란이 불거졌고 선거는 50% 미만의 투표율을 기록하며 무산됐다.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장 유상빈(간호‧12)씨는 “단과대 세칙과 학생회칙은 독립적으로 작용한다”며 “개정과정에서 논란이 컸을 뿐 학생회칙 적용 여부는 논점이 다르다”고 말했다. 반면 조씨는 “현재 우리대학교 내부 규칙들이 기형적이어서 발생한 문제”라며 “포함관계에 대한 명문화가 필요하다”라고 말해 학생회칙 변화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이번 사안에 박 동문은 “학생회칙 제8조에서 단과대가 자율적으로 학생회칙을 제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본 학생회칙에 위반되지 않는 선에서 그 범위를 제한했다”고 말했다. 이는 단과대에서 휴학생이 출마할 수 있게 세칙 개정을 하는 것이 잘못이라는 것이다.
 

위와 같은 논란들이 계속됐던 만큼 학생회칙이 입장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여지는 여전히 남아있다. 박 동문은 “현재의 학생회칙 자체는 매우 엉성하게 규정돼 있다”며 “논란이 있을 수 있는 규정 자체를 명확하게 개정할 필요는 분명히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개정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총학이 비상대책위원회(아래 비대위) 체제로 들어선 이후 학생회칙 개정에 관한 논의는 나오지 않고 있다. 비대위원장 유씨는 “현재 비대위 차원에서 논의하고 있지는 않다”며 “비대위는 총학의 공백을 대체하는 기구기 때문에 주관적인 판단이 들어갈 수 있는 내용은 진행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유씨는 “학생회칙 개정은 다음에 들어설 총학이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노원일 기자 
bodobono11@yonsei.ac.kr
신동훈 기자 
bodohuni@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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